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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Jun 01. 2021

갤러리를 엿보다

윤 영, 박정원, 그리고 김용선의 일시정지(Pause) 앞에서

비가 멈춘 오월의 마지막 주, 목요일

보고 싶은 전시회가 끝났으려나 하며 천천히 나선 길,

윤보선길 자락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갔었다.


보고 팠던 전시가 끝나고 새로운 전시가 걸려 있었고 ,

난 살며시 들어서서 둘러보았다.

"나의 일곱 번째 전시명 '클릭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의미하듯 디지털로 연결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자아의 모습을 탐구하는 작업을 한다.

'그 모호함', '자아 게임', '유랑하는 자아', '허구의 자아', 그리고  자아 치유, 등의 전시를 통해 현실과 가상공간을 오가는 자아 내면의 모습을 시각화하려 했다.


예측할 수 없는 묘한 형태들이 현실의 도구와 재료들로 표현될 때 진정한 행복감을 느낀다.

특별히 붓과 물감을 빠르게 문 딜러 대면서 가상이 아닌 물성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회화 행위는 내면의 찌꺼기들을 토해내는 것 같은 시원함을 맛보게 한다."

2021. 윤 영

캔버스에 아크릴

그녀의 옆모습에 한 참을 머물다.

슬픈 아바타( 오른쪽에서 두 번째 작품)와 슬픔을 나눠보고,

한지에 과슈와 색연필

작가 윤 영 님과 작품 이야기도 나눠보고 사인도 받았다.

그녀의 베를린 시절이 궁금해지기도 ( 아마도 나의 젊은 시절 이루지 못한 그곳의 꿈 때문일지도 )

그렇게 작품 속에서 같이 토해내고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하의 또 다른 전시회로 ,


박정원 작가는 말한다.

"나의 작업은 나무판을 이용한 작업이다.

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나무의 따뜻함과 판각할 대의 집중되는 약간의 노동 그리고 다른 판화 재료보다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였다. 판과 물감, 종이가 만들어낸 '우연' 이 내게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도시는 나의 작업의 주제이자 소재이다.

도시 안에서의 시간과 공간의 축적을 표현하고자 한다. 오래전 길가다 문득 올려다본 가로 등위의 비둘기 한 마리가 내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순간 시작되었다. 나무가 아닌 가로등에서 쉬는 비둘기가 안쓰러움으로 다가왔다.

습관화되어버린 일상에 열정도 많이 빠져나가고 목적도 희미 해져서 가끔 갈 길을 잃기도 한다.

고흐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고통, 염려, 절망, 우울, 무기력.. 그 모든 것과 함께 하는 작업이라 했다. 삶이다. 내게도 작업은 그저 삶이다."


전시실로 들어서는 순간 이건 쉐도우 작품인가 하며 빠져들게 되었었다.(수성목판화+종이 커팅 콜라주 )
판화와 그림마다 한 마리의 작은 비둘기가 존재한다.도시 속 외로움을 가득 안은 채.

오르막길 작품들에선  나도 같이 살며시 올라가 보고

날지 않는 새 시리즈와 겨울나무 앞에선 몇 겹 속의 세계로 빠져들기도,,,,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었던 인상 깊던 뜻밖의 만남이었다.

그렇게 한 참을 빠져 들고 나오고 보니 윤보선 길로 장미가 가득했다.

잠시 가는 봄과 오는 여름 사이을 거닐어보고

그날의 가장 중요한 볼 일을 보러 내려오던 길에 마주친 또 다른 작품 앞에서 나 역시 일시 정지를 하고 말았다.


김용선 작가는 말한다.

"계획처럼 되지 않면 일들의 연속으로 하염없이 걷던 날이 있었다"라고...


"어쩌다 문득, 있는 그대로 눈 앞의 장면을 한참 바라보게 되었고,

늘 그곳에 있었지만, 이전에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던 것들이 보였다.

이 장면은 파도와 같은 일렁임으로 나의 시간을 깨웠다.


그리고 그 의식은 작업 전반에 번져 있는 (지금에 있음)에 대한 고찰로 이어졌다."

그냥 날 멈춰버리게 했던..

정지 된 물결에 빨려 들어가 버렸다.

"흔들리는  지금에 몰입하여 발견한 것들을,소음은 사라지고 정적이 스며드는 것과 같은 구도적 초연함으로 공유하고 싶었다"

"작품을 매개로 현재의 시간을 쌓은 나와 그 시간의 중첩을 바라보는 관객 모두, 전시를 통해 온전한 자기 만의 지금으로 돌아오는 시작되었으면 한다."


그녀의 말 대로 나 역시 작품 앞에서 멈춰 서 버렸고 , 오로지 나로 돌아오는 시간이 되었던...

잠시 자리를 비우신 그녀는 못 만났지만, 인스타의 그녀의 만나버렸다.

@pado_withthe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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