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는 새해 이월중이다.
어제는 일차로 거의 사택 청소와 정리를 마쳤다.
언제던가 희미한 기억 속에 엄마가 가끔 그 무거운 장롱을 이리저리 움직이셨던 시간이 있었다.
요 며칠의 나 그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 허리를 조심하며 요령껏 방마다 있는 작은 옷장의 위치를 바꿔버렸다.
모든 엄마와 아줌마들이 그러하듯 , 우린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하며 , 출산의 고통과 기쁨을 만끽 한 뒤 거세어졌나 보다. 그러니 그 무거운 짐들을 때마다 들썩이며 옮기는 것 아니 겠는가?
아무튼 , 남도에 왔으니 부지런함으로 시간을 벌고 나서 어디로 갈까? 두리번거렸다.
원래의 스케줄은 지인인 언니와의 외출 일정이었지만 , 언니의 사정으로 미루게 됐던 어제.
핑크 뮬리란 단어가 따악..
흠, 대저 생태 공원까지라....
실은 난 운전을 정식으로 안 한 지가 꽤 됐다.
원래는 무척 거칠기도 한 드라이버였던 나 ,
미시간서 장거리 운전을 엄청나게 했었기도,
하지만 2016년 인대 제건 수술 뒤로 딱 두 번이었던가 싶다. 운전대를 잡아본 일이.
누군간 묻는다 안 불평하냐고...
글쎄 지난 몇 해 동안 불편했던 적이 몇 번이더라?
원래도 서울 시내에서는 운전대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습관이었기에 , 그리고 실인즉, 도심에서는 대충교통수단이 최고다 싶다.
코로나로 조금은 더 조심스럽긴 해졌지만 , 난 지금도 대중교통이 편하다.
주차비도 아깝고, 마음대로 다니기엔 뚜벅이가 최고라는 나 나름대로의 주관적 사고가 존재한다.
어찌 됐든 청소 뒤 이곳 용원에서부터 대저 생태공원은 조금은 무리일 듯해서 , 을숙도 생태공원으로!
10월이건만 , 덥다.
아침 열한 시를 넘긴 햇볕이 만만치 않았다.
하단까지의 시외버스, 그리고 택시로 가려했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께서 버스를 권하신 덕에...
을숙도 문화회관 앞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한낮의 태양은 나의 모자 쓴 머리통부터 목덜미, 등을 타고 뜨겁게 빛을 발사해 대고 있었지만 난 씩씩하게 걸어갔다.
미리 블로그들을 검색해 방향 설정 , 핑크 뮬리 장소를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 아뿔싸! 반대 방향일 줄은 실은 그때까지 인지를 못한 채... 말이다.
몇 분외엔 자전거로 질주하시고 보이질 않았다.
갈대습지로 들어가다 보니 엷은 거미줄에 몇 번을 걸리기도 했고,
서치한 지도 근처 아닌가 하며 살펴보았지만 , 그때까지도 몰랐었다.
(버스에서 내려가며 내가 찜해둔 카페가 보였건만 말이다 )
자전거를 못타는 내겐 꿈과같은.. ( 일본 ,미국시절 열심히 노력해봤지만 난 끝내 자전거는 무서웠다.)코스모스를 발견하고 그 근처인가 두리번거리다가 지나는 분께 여쭈니,,, 에코센터 쪽이란다. 즉, 다리를 건너 반대편이라는 사실!
한 시간을 넘게 돌다 보니 땀이 뒤범벅이기도 했던 나는 일단 포기하고 카페로... 향했다.
그러던 차 내 눈에 멋지기 들어온 코스모스!
사계절이 뚜렷하던 내 어린 시절에 코스모스는 정확히 가을의 상징이었다.
한껏 가을의 상징인 코스모스를 내가 찾던 핑크 뮬리 대신으로 열심히 찍어댔고 , 셀카봉까지 꺼내서 본격적인 포즈로 촬영을...
중년의 나이는 잊어버리자 싶어서..
그리고 핑크 뮬리는 내년 이사 뒤 가을로 보내버리고.
멀어지던 두 분의 형형색색의 자태도 담고
나무 그늘 아래서 한껏 손을 뻗어보기도...
모자 안으로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카페로 들어섰고,
이층의 골라마시는 커피 두 잔으로 아쉬움을 , 샤인 머스켓 타르트의 달콤함에도 푹..
커피의 향과 맛에 피곤함과 더위를 식히고, 이젠 슬슬 귀가를 해야지 하며 카페를 나섰다.
아쉬움에 담은 대나무를 뒤로하고 말이다
그렇게 버스정류장에 서서 고개를 돌리니 육교에 엘리베이터가 내 눈에 들어왔다.
흠 , 그래.
다시 힘이 났으니 건너가 볼까?
내가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 인 나무 밑의낙엽들 ( 저 나무밑둥으로 들어가면 이상한나라의 앨리스가 될것같은 말이다.)안내소의 직원께 물어보니 핑크선을 표시한 길을 따라 들어가라 신다. 그 길에서 만난 첫 풍경
앗 고지가 바로저 기구나!!!
빛나는 태양을 바로하고 눌러댔던..커다란 사진기를 들고 내 옆을 다소곳이 스치던 그녀의 뒷모습.
그녀의 앵글엔 무엇을 담았을까?
내 시선에 담긴...
용감히 다시 꺼내 든 셀카봉을 세워두고, 까짓 한 장만이라도 제발 하며...찰칵찰칵 거리고보니내년 이사 뒤엔 도시락 들고 계절마다 와야겠구나.. 싶은 곳이다.
그렇게 향 좋고 맛 좋은 진한 커피 덕에 반대편 핑크 뮬리까지 성공!
모자 속과 원피스마저 축축이 젖어 버렸지만 기분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센다이 시절 생겨버린 혼자노는 습관.
때때로는 참 행복한 시간이다 실은.
형형색색도 아름답지만 실은 흑백이 가장 아름답다.
사진정리와보관을 하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