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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Apr 14. 2022

갤러리를 엿보다

사울 레이터를 따라 뉴욕의 길거리를 배회하다

2021년 겨울에 꼭 가보고 싶던 전시가 있었다.

사울 레이터의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하나 보지 못했었다.

코로나가 번지던 상황에서 구정, 남녘 이사 , 장남 혼인예배로 이어지는 긴장을 놓칠 수 없던 시간들 덕분에...


혼인예배까지 마치고 멍 해잇던 시간에 우연히 네이버에서 전시가 연장됐다는 소식과 그래서 할인된 가격으로 예맥) 가능하다는 사실을 접했다.

놓칠 수 없었기에 휘리릭 한 장의 티켓을 나의 4월의  서울 일정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그의 창문 너머를 살펴보는 행운의  시간이 가능했던 며칠 전이다.

먼저 다녀오신 지인의 코멘트 덕분에  그의 다큐를 먼저 보는 동선을 택했다.


시네마가 위치한 곳은 건물의 옆 쪽 또 다른 공간.

그 공간으로 찾아가던 중 발견한 저 내 머리 위 높은 쪽의 돌 틈에서 거대하게 자란 라일락 나무 한그루까지 볼 수 있는 멋진 시간도 더불어...


사울 레이터와의 대화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는 일상적으로 동네를 거닐며 이야기를 건네기도 하고 질문에 답을 피하며 도리질 치는  80이 훌쩍 넘은 노년의 그의 모습이 전개된다.

수많은 그의 사진과 페인팅 도구 등 잡동사니까지 가득한 그의 공간부터 그 사이사이를 여유 가득 거니는 고양이 한 마리..

정리를 돕고 있는 어시스트...

그리고 그가 거니는 그의 동네의 이웃들

어린아이부터 앵무새까지....


처음 알았다

그가 컬러 사진을 1940년대부터 찍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

그 유명한 패션잡지의 화보 작가였다는 사실도..

뉴욕의 전설로 불리는 그는 자신을 그냥 폄 벙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다큐의 첫 장면에는 그에게 그의 모든 시간과 작품들에 대해 그 자신이 자긍심을 갖기를 부탁하는 평론가의 한마디로 시작된다.


그의 작품들이 재 평가받기 시작한 것 역시 그가 80을 넘어서라는 사실,

이 다큐와 전시가 2011년에 이루어졌었다는 사실 ,

그 뒤 삼 년 후쯤 그가 작고 했다는 사실 또한 전시장의 마지막 지점쯤에서 알게 되었다.


난 그냥 내 시선으로 그의 창문 너머를 훔쳐봤을 뿐이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 전시를 지난 추운 겨울에 만닜었으면 더 행복했었을 것 같다는....

누군가의 뒷모습까지... 놓칠 수 없었다.

다큐에서 나왔던 정신없이 수북이 작품과 잡동사니가 쌓여 있던 그의 공간을 그의 사후에 프랑수아 할라드 작가가 그의 시선으로 남긴 사진들에서 빈 공간이 그와 겹쳐 보이던...

저 멀리 보이는가  남산  도서관..

국민학교 이학년 시절 그 앞에서 이모와 찍었던 사진도 떠올랐다. 그 여름날 사운드 오브 뮤직을 아마도 대한극장으로 보러 가던 길에 들렸던...


마침 시간이 허락된 갓 결혼한 큰 새아가 와 동행했었기에 더 뜻깊은 전시 추억으로 남을..

시어머니가 무겁지 못하게 빨간 우산을 들고 부탁한 한 컷!

나에게 컬러 사진의 첫 추억은 돌아가신 아빠가 찍어주셨던 1072년 덕수궁에서 였다. 그 사진이 떠오른 전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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