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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남녘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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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May 31. 2023

남녘의 봄

2023년 5월, 그 마지막날에

오늘이 5월의 마지막날이다.

오늘의 주절거림을 어디에 씨알까 고심한다.

그러다 그래도 찬란한 5월은 내겐 아직 봄이다라고 떼를 써보며 여기로 정한다.

여기는 다대포해수욕장역 4번 출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전망 좋고, 트러플과 젤라토 아이스크림과 커피가 맛있다는 평을 가지고 있는 카페이다.

실은 오늘의 계획에 이곳은 없었다.

더 정확히는 급한 일로 미루고 미뤘던 머리 염색을 하러 장림역 근처 내가 몇 달 전 새로 찾은 미용실이 오늘의 유일한 일정이었다.


일주일을 급하게 서울 시댁에 머물러있었다.

시모의 갑작스러운 입원과 이어진 중환자실로의 급격히 위험했던 시간들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아버지도, 내시조부도, 내 엄마도 오월에서 유월로 접어들던 이 시기가 가장위험한 순간들이셨었다.

노인들의 건강은 언제 어느 날 무슨 상황이 벌어져도 이상할 일은 아니지만 예기치 않은 상황엔 모두가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병원은 아직 코로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간병인을 정하고 , 내가 할 수 있던 일들은 구순이 넘으신 시부와 눈마춰드리기, 식사 챙겨드리기, 같이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 들어드리기,

그리고 가사도우미도 안 부르시던 시모의 고집 덕분에 집 안 가득한 먼지와 곰팡이를 제거하는 대 청소,,,였다.


위급함을 일단 넘기신 상황이라 둘째 시누께 바통터치를 하고 잠시 사택으로 내려온 건 어제였고, 그간의 피곤함을 미장원에서 조금 내려놓고 나오다 보니, 서울도, 부산도 내리던 비가 개여 하늘이 맑았다.

나온 김에 아쉬워 세 정류장 거리의 바닷가로 무작정 와버렸다.

어차피 벌어진 상황들이니 받아들이고 즐길밖에,,,

사실 감사뿐이다.

이 모든 상황조차도,

작년의 두 번의 혼인예배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주셨던 시어른들이셔서, 거기에 고령이시다.

어느 순간 또 위급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난 충분히 감사해야 한다.

카페의 창문 너머로 펼쳐진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태양도 환히 비추고 있다.

이제야 뱃속에 무언가를 넣어보는 오늘이다.

남녘의 올 해의 마지막 봄날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고 내 맘 속에 외쳐본다

따님이 엄마의 모습을 담고 있다

내 뒷모습도 저런 모습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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