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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Jul 21. 2023

에밀리의 음악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전원

어린 시절, 나의 아버지는 일본 출장이 잦으셨다.

그 덕에 난 당시의 춘추사, 전음사의 고급진 피아노악보책들을  가질 수 있었다.

그때는 몰랐었다.

누구나 모두 그 고급지던 하얀색의 양장본, 옅은 비취색의 의 피아노 악보가 있었던 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 집 형편이 부자였다 소리 또한 아니다.

다만 그 당시로서는 늦은 결혼이셨던 두 분에게 어느 부모에게나 그랬을 터이지만 우리 남매가 너무나 소중하셨었고 , 일본 출장이 많으셨던 아버지 덕분에 그 멋진 악보책들을 볼 수 있었다는 부연 설명이다.

 

낡고 헤어졌던 악보집들 중에도 유독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악보, 쇼팽, 모차르트, 그리고 브람스악보집은 결혼 후에도 내 곁에 있었다.

그러다 사십 후반에 미시간 이사가 결정됐었고,

난 그때 내 모든 소중한 나의 젊은 시절을 포함 그리고 내가 전공했던 모든 시간들을 간직한 물품들을 미련 없이 정리했더랬다. 심지어 석사학위 논문집의 속만 잘라놓고 겉표지마저 다 버렸다.


후회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조금의 망설임은 분명 존재한다.

왜냐면 욕심 많고 악착같던 내 젊은 시절의 모든 것들이었기 때문에 , 나의 삶의 일부분들을 그렇게 정리해 버리면 내 삶을 후회하는 일로 치부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 누군가가 내게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묻는다면 정확히 아니라고 대답할 나라서 ,


피아노를 배우게 된 경위는 이러했다.

우리 단독주택 끝방에 세 들어 계셨던 당시 신혼부부이며 새댁이었던 고운 분이 새로 이사를 가셔서 그 집에 놀러 갔다가 피아노를 두들겨보게 되었었고, 마침 그분이 피아니스트셨던 아주 귀하고 묘한 인연으로   나의 첫 피아노샘이 돼주셨었다는.


여전히 난 샘이라기보다 아줌마라는 호칭이 친근한 아들만 셋을 키워내신 존경스러운 분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생하시는 시모와 그 모습을 지켜보시는 시부를 케어하러 상경한 시간이었지만 , 잠시의 틈새 시간을 이용해 귀한 피아니스트의 베토벤 소나타를 들으러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 7월 어느 날이 추억이 되었다.




《피아노 소나타 15번 라장조, 작품 번호 28》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에 의해 쓰인 피아노 소나타로, "전원"이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베토벤은 "작품 번호 27"에서 혁신적인 구성에 의해 그의 작풍을 내세운 반면, 이 작품에서는 전통적인 형식을 사용하여 회고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데,  이렇게 다른 취향의 작품이 같은 시기에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베토벤의 작곡 양식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흥미롭다.  한편 음향 면에서는 계속해서 대담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악보의 초판은 1802년 8월에 빈의 예술과 산업 상점 출판사를 통해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그랜드 소나타"("Grande sonate pour le piano-forte")라는 제목으로 간행되었다. 헌정은 요제프 폰 존넨펠츠 남작에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경위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전원"이라는 별칭이 붙여진 것은 함부르크의 출판사 크란츠가 작곡가의 사후인 1838년에 이 소나타를 출판할 때, "전원 소나타("Sonate pastrale")라고 제목을 내건 것에서 기인한다고 전해지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에 전원 취미의 음악이 유행하고 있던 것을 겨냥한 상업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지만, 여하튼 이 별칭은 이 음악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어, 오늘까지 남아있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작품은 전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연주 소요 시간은 20-25분 정도이다.

여유로운 1악장으로 시작한다.

전경에서 시작해  점차 거리를 좁히듯 음이 세분된다. D장조의 1 주제는 아득히 울리는 베이스의 연타 위에서 첫마디를 완전히 쉰 후 두 번째 마디부터 느긋하게 노래한다. 선율의 흐름은 순차적이고 완만하다. 곡이 시작한 이후 주제 선율이 합류하는 형태는 마지막 4악장에서 다시 나타난다. 2악장은 d단조, 3부 형식이다. 첫 부분은 의연하게 행진고 D장조의 중간 부분은 사뿐하게 움직여 대조를 이룬다. 3악장  스케르초는 반복적 진행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익살스러운 D장조의 첫 부분과 b단조의 격동적인 트리오로 구성된다. 4악장은 D장조의 론도 악장이다. 1악장 시작과 같이 저음 반주가 길을 앞서고 선율이 여유롭게 뒤따른다. 전원을 거니는 론도에서는 두 개의 풍경이 함께 펼쳐진다. 밖은 평온하면서 생기 넘치고 안에서는 기쁨이 솟구쳐 오르는 것이다.


루돌프 부흐빈더는 오스트리아의 클래식 피아니스트이다. 부흐빈더는 빈 국립음대에서 공부했다. 1965년에는 북미와 남미를 순회했다. 1966년 그는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빈 필하모닉과 순회공연을 했으며 전 세계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위키백과


출생: 1946년 12월 1일 (76세), 체코 리토메르지체

(그의 인터뷰 중 2020년 내한 시의 내용도 남겨본다)


"언제나 베토벤을 연주하기 때문에 저의 2020년은 다른 시즌과 비교해 특별하지 않게 느껴질까 봐 걱정이네요. 한 가지 특별한 점은,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새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다는 거예요. 베토벤의 역작이자 대규모 변주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디아벨리 변주곡을 모토로 한 프로젝트죠. 11명의 작곡가들과 함께 새로운 변주곡을 작업해 볼 예정이에요.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막스 리히터, 토시오 호소카와, 탄둔 등 저명한 작곡가들과 음반 작업, 공연까지 준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예요."


이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7일간 나누어 연주하던 그가 말한다.


"You will always discover something new in Beethoven's music  as ling as you live."


"당신이 살아있는 한, 당신은 언제나 베토벤의 음악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라고 말이다.


 '

내가 듣고 보았던 그날의 루돌프 부흐빈더는 호로비츠 이후 내겐 가장 힘 있고 섬세하고 열정적인 피아니스트로 기억된다.

노년임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에서 내뿜던 그 터치의 에너지는 아마도 그가 살아온 삶을 보여주는 벗이 아닐는지 , 또한 그가 표현한 베토벤의 소나타 전원을 들으며 또 다른 자연의 풍경이 스치고 사라지고를 반복하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솔직히 지금의 난 피아노가 없다.

미국이주시기에 모두 정리할 때 실은 피아노까지 다 처분했었다.

 

2021년이던가, 벗들과 어쩌다 유치원 크리스음악회연주를 하게 되었을 때 오랜만에 키보드를 꺼내서  베토벤 소나타를 몇 번 두드리던 기억이 가장 최근일 것이다.

물론 중간중간 교회에서 반주며 지휘며 성가대  찬양은 했었지만 거의 잊고 지낸 시간들이었는데,

그날의 노장 덕분에 다시 건반을 두드리고픈 욕구가 솟아나고 있다.

여러 환경 속에서 아마도 다음 이사 후에는 작은 피아노라도 장만할 것이다.

그리고 베토벤과 모차르트와 쇼팽의 종이 악보를 다시 사리 갈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서툴어진 손가락이겠지만 소나타들을 연주할 것이다

소중한 추억으로 남은 그날의 예술의 전당 풍경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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