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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Chae Jul 21. 2020

런던 지하철에서 딱 하루만에 지워진 유명 예술가의 작품

7월 셋째주

한 주의 해외 아트뉴스를 선정하여 번역/정리해드리는 위클리 아트 에밀리입니다. 


조금 웃픈(?) 소식입니다. 유명한 그래피티(거리예술) 아티스트 뱅크시(Banksy)가 갑자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하나의 영상을 올렸는데요, 바로 위생복으로 무장한 한 남자가 런던 지하철 안에 그래피티를 그리는 장면이었습니다.


Banksy's latest artwork inside a London tube car. Courtesy Banksy.


영상 속에서 남자는 지하철 전차 내에 준비해온 스텐실 판화를 찍어내고, 스프레이로 덧그려 작품을 완성합니다. 쥐가 마스크를 낙하산처럼 타고 다니기도 하고, 손소독제를 뿌리는 등 유쾌한 모습입니다. 쥐는 도시의 비위생적인 환경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철자 순서를 바꾸면(RAT) '예술(ART)'이라는 뜻을 갖게 되며 뱅크시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지하철에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가지고 놀고 있는 쥐들의 모습을 그려넣은 것은 시민들의 위생 의식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표현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겠죠. 그는 이 게시물의 캡션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갈 수 없다(if you don't mask, you don't get)'는 짤막한 문구를 적어두었습니다.


Still from video, 2020. Courtesy of Banksy.

영상은 지하철 문에 그려진 의미심장한 문구로 끝이 납니다. '날 막아서도 난 다시 일어나(I get lockdown, but I get up again)'라는 문구는 록밴드 춤바움바(Chumbawumba)의 신나는 노래 'Tubthumping (I Get Knocked Down)(1997)'의 가사 중 한 구절을 비튼 것인데요. 코로나 사태로 록다운(lockdown, 제재/감금)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는 것일까요? 아니면 록다운에도 무방비하게 시내를 활보하는 이들에 대한 경고일까요?


뱅크시는 1990년대부터 활동하고 있는 익명의 예술가로, 스스로를 '예술 테러리스트'라 칭할 만큼 짖궂고 사회비판적인 작품 혹은 행위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철저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의 얼굴이나 신상을 알고 있는 이는 드뭅니다. 따라서 이번 영상에 등장한 남자도 아무도 뱅크시 본인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는 것이죠. 심지어 지하철을 타고 있는 행인이 있는데도 뻔뻔하게 그림과 메시지를 남기는 모습이 유쾌하고도 대단해보이네요. 하지만 작품이 그려진지 단 하루만에 이 그림은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이 유명한 작가의 작품인줄 몰랐던 지하철 청소 직원이 '실수로' 그림을 싹 지워버렸기 때문입니다. 안타깝지만, 직원의 입장에서 그림은 '낙서'일 뿐이기에 그들은 임무를 다했을 뿐이죠.


뱅크시만큼 수십 년간 꾸준히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는 거리 예술가는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작품의 재치 있지만 뼈가 있는 메시지와 그 화제성, 그리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까지, 이번에도 뱅크시가 한 건 해낸 것 같네요.


https://www.instagram.com/p/CCn800cFIbe/



이번 주 화제의 아티스트: 아모아코 보아포(Amoako Boafo)


가나 태생의 오스트리아 아티스트 아모아코 보아포는 자신 있게 지금 가장 '핫'한 예술가라고 소개할 수 있겠습니다. 보아포는 작년 마이애미에서 열렸던 아트페어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작품을 완판시키고 수많은 대기자 리스트를 보유하게 되었는데요. 지난 10일 열렸던 크리스티(Christie's) 경매에 출품된 보아코의 <Joy in Purple>은 2019년에 작품이 완성된 후 벌써 세 명의 컬렉터를 거쳤지만, 그럼에도 역시 경매의 열기는 뜨거웠고 역시나 예상가를 훌쩍 뛰어넘은 66만 8천 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 붓 대신 손가락을 사용한 자유로운 선과 단색의 여백으로 자신의 친구들을 묘사한 그의 초상화 시리즈는 에곤 쉴레의 인물들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독특한 매력을 지닙니다. 최근에는 패션 브랜드 디올(Dior)의 2021 S/S 맨 컬렉션과 협업하기도 했는데요. 이 정도면 명실공히 라이징 스타 맞지요?


Amoako Boafo, Joy in Purple (2019). Photo courtesy Phillips.


Amoako Boafo, Green Beret (2020). Mariane Ibrihim Gallery.
Amoako Boafo, Bella Sontez (2019). Roberts Projects Gallery.



참고 기사


Banksy Spray-Painted the London Tube With a Hopeful, Chumbawumba-Inspired Message About Lockdown by Caroline Goldstein, artnet News, July 14, 2020

https://news.artnet.com/art-world/banksy-spray-painted-london-tube-1894661


Art Industry News: A Hapless Janitor Accidentally Erased Banksy’s Latest Artwork on the London Tube + Other Stories by Artnet News, July 15, 2020

https://news.artnet.com/art-world/art-industry-news-july-15-2020-1894833


Who Were the Winners of the First-Ever Hybrid Auction Week? Here Are 8 Takeaways From Summer’s Unprecedented—and Rather Surprising—Marquee Sales by Artnet News, July 13, 2020

https://news.artnet.com/market/summer-auction-takeaways-from-the-unprecedented-hybrid-sales-1894019


번역 및 정리/ Emily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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