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넷째주
한 주의 해외 아트뉴스를 선정하여 번역/정리해드리는 위클리 아트 에밀리입니다.
지난 한 주 미술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건, 바로 뉴욕의 갤러리스트 개빈 브라운(Gavin Brown)이 수십 년간 운영해오던 자신의 갤러리 '엔터프라이즈(Enterprise)'를 정리하고 글래드스톤 갤러리(Gladstone Gallery)에 파트너로 합류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이 왜 화제가 되었을까요? 먼저 개빈 브라운이 어떤 사람인지, 갑자기 왜 글래드스톤 갤러리에 합류했는지, 그리고 이는 지금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늘 예술가의 창조성을 고려하여 갤러리를 경영해온 개빈 브라운이라는 이 대체 불가한 인물이, 지난 30년간 동시대 예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임은 과언이 아니다.
개빈 브라운이라는 인물이 미술계에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건 1993년, 그가 뉴욕 첼시의 한 호텔방을 빌려 당시 무명 작가였던 엘리자베스 페이튼(Elizabeth Peyton)의 전시를 열었을 때였습니다. 2주간 진행된 전시는 호텔 프론트에서 관객이 열쇠를 받아 방으로 올라가 혼자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방식이었으며, 신선함에 목말라 있던 당시 예술계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후 그는 '엔터프라이즈'라는 이름의 갤러리를 차리고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i), 리크리트 티라바니자(Rirkrit Tiravanija), 채프먼 형제(Jake and Dinos Chapman)와 같이 당시 젊고 무명이었던 작가들의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전시를 개최하며 꾸준히 성장해나갔습니다. 언급한 작가들은 현재 동시대 예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가들로 자리매김했죠.
그리고 개빈 브라운은 2016년 뉴욕 할렘가에 거대한 공간을 빌려 그곳에 엔터프라이즈를 옮기면서 또 한 번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뉴욕의 갤러리들이 첼시 갤러리 지구나 로어 이스트 사이드(Lower East Side)쪽으로 내려가 자리를 잡는 와중에, 그만이 마치 상업주의나 예술계 유행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할렘으로 올라갔던 것이죠. 그가 지난 30년간 발굴하고 영입한 작가들의 리스트는 그야말로 '빵빵'합니다. 아서 자파(Arthur Jaffa), 우르스 피셔(Urs Fischer), 알렉스 카츠(Alex Katz), 마틴 크리드(Martin Creed), 조안 조나스(Joan Jonas)... 아트넷 뉴스에서 그에게 '취향을 만드는 딜러(taste-making dealer)'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한 것 같네요.
그러던 그가 돌연 글래드스톤 갤러리에 파트너로 합류한다고 하니 그 파장이 큽니다.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뉴욕 미술계의 터줏대감이라 불리는 바바라 글래드스톤(Barbara Gladstone)이 1979년부터 다양한 형태로 이끌어오던 갤러리이며, 뉴욕 첼시에 두 공간, 그리고 브뤼셀까지 총 세 곳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미술사를 가르치던 배경으로 잘 알려진 바바라 글래드스톤은 개빈 브라운보다 수십 년 앞서 갤러리를 운영해오며 준대형급의 갤러리로 성장시켰는데요. 이제 개빈 브라운이 전담하던 작가들도 글래드스톤 갤러리에 합류한다면 갤러리는 지금보다 더 큰, '메가 갤러리'의 대열에 오를 것은 분명해보입니다(개빈 브라운과 함께 글래드스톤 갤러리로 이동할 작가 리스트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예술 산업에 닥친 전례없는 격변의 시기에, [개빈 브라운의] 이번 움직임은 전세계 동시대 예술 흐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글래드스톤과의] 합의는 수십 년간 영향력 있는 활동을 전개해온 개빈 브라운의 전설적인 '엔터프라이즈' 경영에 종말을 고한다.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바바라 글래드스톤은 [글래드스톤-개빈 브라운의] 새 모델이 완전히 달라질 미술 시장 지형에 적응할 방식을 제시할 것이라 말했다.
개빈 브라운은 엔터프라이즈를 접고 글래드스톤과 함께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아트페어가 줄줄이 연기되고 갤러리 직접 방문이 어려워진 현 미술시장 상황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말이죠.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특히 유명한 현대미술 평론가 제리 살츠(Jerry Saltz)는 글래드스톤과 개빈 브라운의 '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상업적으로 거대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해도 수십 년간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며 실험적인 아티스트들을 적극 발굴하던 엔터프라이즈의 폐업이 아쉽다는 것이죠.
사람들은 궁금해할 것이다. 만약 개빈이 살아남지 못한다면 대체 누가? 무엇이? 어떤 형태로? 얼마 만큼의 비용으로? 왜?
또한 제리 살츠는 글래드스톤과의 합병으로 또 하나의 '메가 갤러리'가 생겨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더욱 어려워진 미술 생태계에서, 중소 갤러리들이 대형 갤러리에 흡수되는 것밖에 다른 결말이 없다면 그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죠. 대형 갤러리들은 점점 커지고, 대형 갤러리에 선택받지 못한 작가들과 중소 갤러리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현실이 이번 개빈 브라운의 소식을 마냥 축하해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파트너십이 의미하는 것은 돈이 한 곳에 굳고, 더 많은 예술가가 갤러리 없이 떠돌게 되고, 갤러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직장을 잃는다는 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글래드스톤-브라운의 파트너십이 앞으로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말을 믿고 싶지 않은 것이고, 또한 - 내가 그 둘을 모두 사랑하고 존경함에도 - 이번 합병이 일어나지 않았길 바란 것이다.
팔순에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인정 받은 화가 로즈 와일리가 이달 미국 아스펜 미술관(Aspen Art Museum)에서 개인전을 연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영국 작가인 와일리가 미국의 미술관에서는 처음으로 여는 미국 데뷔 전시입니다. 1934년생으로 만 86세인 와일리는 이른 결혼으로 화가의 꿈을 미뤄두고 살다가, 40대에 미술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 가장 핫한 작가'라 불리며 본격적으로 작품이 인정 받기 시작한 것은 팔순이 가까워질 무렵으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입니다. 늦은 나이에 꽃을 피운 그는 지금도 왕성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이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 소재이지만, 사실 와일리의 작업은 그런 뒷이야기가 전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천진하고 유쾌한 색채와 선으로 가득합니다. 신문, 영화, 광고 등 대중 매체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작가의 그림 속에는 그가 좋아하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속 장면,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 축구 선수팀 등이 등장하는데요. 작가는 자신이 마주하는 시각적 즐거움을 기억하기 위해 그림에 담아낸다고 말합니다.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솔직하고 역동적인 작품들, 참 매력있지 않나요?
참고 기사
Taste-Making Dealer Gavin Brown Will Join Gladstone Gallery as a Partner, Ending the Decades-Long Run of His Rebel Art ‘Enterprise’ by Nate Freeman, artnet News, July 20, 2020
https://news.artnet.com/market/gavin-brown-joins-gladstone-1895889
What Is Lost With the Closing of Gavin Brown’s Enterprise by Jerry Saltz, Vulture, July 23, 2020
https://www.vulture.com/2020/07/what-gavin-browns-closing-means-for-the-art-world.html
At 86, British Artist Rose Wylie Doesn’t Really Know Why She’s Suddenly an Art Star. She’s Just Trying to Enjoy It by Naomi Rea, artnet News, July 21, 2020
https://news.artnet.com/art-world/rose-wylie-interview-1895461
번역 및 정리/ Emily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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