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셋째주
이번 주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Frieze LA 행사가 열렸습니다. 17일부터 20일까지니 LA 현지 시각으로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한 주 내내 LA 페어와 전시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인스타그램에서도 계속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열기가 한숨 꺼진 후 다음 주에 정리를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관련 기사 링크를 첨부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소식은 아트넷 뉴스에서 나온 가십 기사인데요. 가십 뉴스는 위클리 아트 에밀리에서 처음 다루는 거라 약간 주저함이 있지만, 미술계의 생태계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는 일화라고 생각하여 소개합니다.
세실리 브라운 그림을 둘러싼 스캔들
베이징 X뮤지엄의 설립자이자 미술계 셀러브리티인 마이클 쉬푸 황(Michael Xufu Huang)의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 그림을 둘러싼 스캔들이 지난 달 큰 화제였습니다. 바로 그가 파울라 쿠퍼 갤러리로부터 구입한 세실리 브라운의 회화 작품 <Faeriefeller>를 바로 다른 컬렉터에게 넘긴 것 때문에 갤러리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일이었는데요.
황은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이 작품을 구입했는데, 곧바로 다른 컬렉터 페데리코 카스트로 데베르나르디(Federico Castro Debernardi)에게 넘길 것이라는 의도를 밝히지 않고 70만 달러에 구입했다고 합니다. 그는 데베르나르디에게 10퍼센트의 수수료와 여행경비 5천 달러를 받았다고 합니다.
몇 달 후 이 작품이 다시 레비 고비 갤러리로 들어와 판매가 되자 그제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파울라 쿠퍼 갤러리에서 황을 상대로 50만-100만 불의 배상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보냈습니다. 왜냐하면 황이 3년간 작품을 리셀할 수 없다는 계약 조건을 어겼기 때문입니다. 놀란 황은 갤러리 측과 커미션으로 얻은 “10프로의 수수료보다 훨씬 많이” 배상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고 합니다.
블룸버그 뉴스를 통해 미술계에 처음으로 보도된 이 소식은 일파만파 퍼졌고, 결국 황이 지난 주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리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습니다.
황이 작품을 사서 다른 사람에게 되판 것이 왜 그렇게 큰 논란이 된 것일까요? 이해가 잘 안되는 독자분을 위해 부연 설명을 덧붙입니다.
컬렉터가 갤러리를 통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사려고 할 때, 원하는 작품을 손에 넣기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세실리 브라운'처럼 수요가 많은 작가의 작품일 경우에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작품은 하나인데,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당연한 일이죠. 대부분의 갤러리는 작품이 되도록 '진지한 컬렉터', 그보다도 '인정 받은 컬렉터'에게 가기를 원합니다. 작품이 자주 매매되며 가격 거품이 일어나면 장기적으로 작가에게 좋지 않기 때문에 보호하려는 것이죠. 더구나 작품이 사회적으로 유명하거나 인정 받은 컬렉션에 속하게 되면 작가의 가치도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갤러리는 작품을 누구에게 판매할 것인지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황은 유명한 컬렉터인데다 베이징에 미술관까지 설립하였으니, 어딜 가나 작품을 구하기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황이 세실리 브라운의 작품을 구해 갤러리에 사전 고지 없이 다른 컬렉터에게 바로 되파는 (이것을 'flipping'이라고 부릅니다) 중개 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논란이 된 것입니다.
애초에 3년간 리셀 할 수 없다는 계약 조건이 있었다는 것을 논외로 하더라도, 이 일은 '뮤지엄을 가지고 있는 유명한 컬렉터라는 영향력을 이용해서 사적인 이익을 취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황은 자신이 부주의했다며 고의성을 부인했지만요.)
꽤나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이지만 미술계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올 3월에 예정된 소더비 런던 경매에 올라오며 또 다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300-380만 달러로 예상가가 책정되었는데, 황이 2년 전 처음 구입했을 때의 가격에 비해 무려 442퍼센트가 오른 가격입니다.
세실리 브라운의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엄청나게 뜨겁습니다. 작년 한 해에만 작가의 역대 최고가 작품 10점 중 4점이 낙찰되었는데요. 참고로 2018년에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거의 300호에 달하는 대작 <Suddenly Last Summer>(2019)로, 580만 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
시장이 뜨겁기는 해도, 2년 만에 440퍼센트 상승은 과하네요.
경매에 올라온 작품은 각각의 프로비넌스 Provenance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프로비넌스란 작품이 처음 스튜디오 혹은 갤러리를 떠나 누구의 소유였고 어디에서 전시되었는지 등 작품의 자취를 기록한 것인데요. 이 프로비넌스가 작품의 보증 역할을 함은 물론, 때로 작품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Faeriefeller>의 프로비넌스를 확인해볼까요.
내막을 알고 있다면 작품이 파울라 쿠퍼 갤러리에서 황에게, 그리고 데베르나르디에게 판매되고, 데베르나르디(혹은 데베르나르디가 또 누군가에게 판매했을 수도 있습니다)가 다시 레비 고비 갤러리에 작품을 위탁하여 현재 작품 소유자에게 판매된 과정을 행간에서 읽어낼 수 있습니다.
제작된지 2년이 조금 넘은 작품인데 프로비넌스가 이렇게나 화려하네요.
미술계의 핫한 젊은 컬렉터이자 인플루언서였던 황에 대한 파문이 채 누그러지기도 전에 작품이 또 경매에 올라 이목을 끌게 되었으니, 이 컬렉터와 작품에 대한 관심은 경매가 열릴 3월까지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https://news.artnet.com/news-pro/wet-paint-adam-lindemann-michael-xufu-huang-2074168
https://www.sothebys.com/en/buy/auction/2022/the-now-evening-auction/faeriefeller
프리즈 LA 관련 기사
프리즈 LA 페어(Frieze Los Angeles)가 2월 17일 프리뷰 오픈을 시작으로 20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동일 기간 할리우드 루즈벨트 호텔에서 펠릭스 LA 아트 페어(Felix LA Art Fair)와 Spring/Break Art Show도 함께 열렸습니다.
지난 뉴스에서 소개드린 페이스 갤러리 LA 지점 오픈 소식에 더해, 이번 주에는 데이빗 즈워너 갤러리가 내년 1월 이스트 할리우드에 지점을 오픈한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지금 미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 LA 관련 기사 링크를 첨부합니다.
프리즈 페어 베스트부스 10 (ARTnews):
https://www.artnews.com/list/art-news/artists/frieze-los-angeles-2022-best-booths-1234619515/
펠릭스 아트페어 베스트부스 8 (ARTnews):
https://www.artnews.com/list/art-news/artists/felix-la-art-fair-2022-best-booths-1234619562/
사진으로 보는 Spring/Break Art Show (artnet news):
https://news.artnet.com/market/spring-break-los-angeles-2022-2074607
페이스 갤러리와 데이빗 즈워너 갤러리 LA 진출 소식 (The Art Newspaper):
https://www.theartnewspaper.com/2022/02/17/pace-zwirner-los-angeles-branches-test-local-loyalties
프리즈 기간 볼만한 LA 갤러리 전시 16 (artnet news):
뉴스 번역 및 컨텐츠 작성/ Emily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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