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지만 생각해볼 만해서 조쿠먼

04.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 '사악한 늑대'

by 에밀리H

저자 : 넬레 노이하우스

옮긴이 : 김진아

원제 : Boser Wolf

출판사 : 북로드

페이지 : 600p.

출판일 : 2013.06.19

한 줄 소감 : 겉만 보고 속지 말자




이 소설은 예전에 읽었던 독일 범죄 소설 <12송이 백합과 13일간의 살인>이 떠오르게 했다.

덩달아서 국내 소설 <도가니>도 생각나게 했다.


썩을 놈의 인간들이 벌이는 욕망의 불꽃으로 인해 아이들은 희생당했다.


겉으로는 선량하고 뒤로는 호박씨 까는 인간들.


소설 속 범죄자들은 높은 자리를 자치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특히나 중심이 됐던 인물은 버려진 아이들을 위한 보육시설과 함께 다양한 복지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너무도 선량했기 때문에 모두들 착각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하는 사람들마저도 용의선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많았고, 혹시라도 그들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들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의심하는 사람들을 묵살시켜 버렸다.


하지만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지만 그 과정은 추잡하기 그지없다.


600페이지를 보는 내내 미간의 주름을 펼 수 없었고, 입에서는 욕이 튀어나왔다.


과연 무엇이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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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내용 (약간 스포 있음)


호수에 소녀의 시신이 떠올랐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소녀의 몸은 학대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때마침 유명 여성 방송인에게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다. 굉장히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기 때문에 제작사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의 폭행으로 인해 온 몸이 망가진채로 발견이 됐다. 그런 와중에 또 다른 살인 사건이 터졌다. 유명 방송인의 심리상담을 해주던 상담가가 죽은 채로 발견이 된다. 방송인과 상담가의 행적을 쫓던 와중에 과거 아동 성범죄로 옥살이를 한 변호사와 조직에 몸 담고 있던 한 인물과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이 보호하려는 인물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범죄자들의 어두운 이면이 모조리 까발려지게 된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자신의 자녀 또는 안타까운 애들을 데려다가 자신들의 욕망을 채운 쓰레기 같은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넬레 노이하우스 작가님의 범죄 소설에는 '타우누스 시리즈'가 있다. 이 시리즈의 모든 소설에는 보덴슈타인 반장과 피아라는 여형사가 등장하며, 이들을 주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악한 늑대>는 타우누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시리즈로 역시나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이전에 안드레아스 프란츠 작가님의 소설들처럼 이름들이 너무 헷갈려서 다시 앞장을 돌려보는 일이 많고, 인물들과의 관계를 머릿속으로 그려가는데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다. 그래서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봐도 등장인물이 워낙 많다 보니 "가가 가가?"만 계속 반복하다 끝난다. 스포에 주의하기보다 등장인물을 구분하는데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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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ㄷㅂㄷ 외국인들 이름은 왜 두자로 끝나지 않는 거야...;;)




* 법과 범죄자


독일에는 아동범죄 법률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소설에서 그냥 범죄자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에 어떠한 법의 형량을 받는지는 모른다.


단지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법이 있든 없든 범죄자는 계속 생겨날 것이고 아동 관련 범죄 또한 완벽하게 막지는 못할 것이다. 법 앞에서 제일 떳떳할 수 있는 건 '진실'뿐이지만, '거짓말' '돈'이 연관되어 있으면 진실이 묻히든 말든 아무도 상관 안 한다. 그래서 법은 얄궂다. 약자의 편에 서는 듯하면서도 그러지 못할 때가 은근히 많다.


범죄가 법의 심판대에 올리기까지의 과정 또한 너무도 중요하다. 범죄자는 범죄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기까지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결정적 단서가 되는 물적 증거를 찾지 못하거나 증인이 직접 나서 주지 않으면 아이가 겪은 피해나 죽음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


그냥 그 아이는 운이 없어서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만나 짧은 삶을 살다 가게 되는 것이다.




* 아동폭력 가해자의 80%는 친부모?!


<사악한 늑대> 소설에서 핵심 인물은 어릴 적부터 아동성애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 가해자 무리에는 친아빠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아빠라는 인물의 대외적인 모습은 오갈 데 없는 수많은 아이들을 데려다 성심성의껏 양육하는 척했지만 괴물들을 키우는 거나 다름없었고, 그 아이들은 돌봐준 양부모의 은혜를 잊지 않고 범죄사실을 묵인해주고 뒷일을 대신 처리해주기까지 했다. 핵심 인물이 점차 성장하면서 가해자들의 말을 듣지 않고 엇나가자 다른 대상을 찾기 시작했고 심지어 손녀에게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아동에 대한 폭력이나 혹은 성범죄가 친부모에 가해지는 것이 믿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소설을 다 읽고 때마침 유튜브 알고리즘에 걸려든 것이 양재진, 양재웅 형제 정신과 의사의 채널이었다.


'아동폭력 가해자의 80%가 친부모'라는 주제를 다룬 영상이었는데, 겉으로 드러난 것만 계산한 거더라도 굉장히 높은 수치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고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세상이 많이 험해져서 범죄율이 그만큼 높아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겠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과거에는 체벌과 폭력의 경계가 애매모호했기 때문에 그만큼 사건으로 다루는 건수가 적었지만, 지금은 아동폭력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최약체는 '아이들'이다. 제압하기 어렵지 않고 그만큼 통제하기도 쉽다. 소설 속에서도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나쁜 늑대가 찾아와 괴롭힐 거라는 협박으로 아이들의 입을 막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우리들 모두가 어른이 되기 전에는 아이였고, 어른들의 수많은 보호 속에서 자라왔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정서적으로도 성숙되지 못한 상태이다. 많은 부분에 있어서 부모로부터 많은 도움이 필요한 나이이며, 부모가 자신에게 폭력을 저지르더라도 아이한테는 부모가 세상의 전부라서 쉽게 저버리지 못한다.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얘기를 하더라도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이 없고 상황을 제대로 표현조차 하지 못한다.


더 이상은 '네가 잘 되라고 때리는 거야',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때리는 거야'와 같은 얼토당토않은 말은 없어져야 한다. '사랑의 매'가 굉장히 모순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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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모습만 운운하지 말고...


영악하고 사악한 범죄자들은 자신의 범죄사실을 은근슬쩍 감추고자 대외적으로는 괜찮은 사람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그래서 본모습을 쉽게 드러내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다. 대중은 범죄자가 하는 연기에 깜빡 속아 넘어가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정당화하기 위해 쓸 데 없는 말을 꺼낸다.


"설마... 저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저 사람이 평소에는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했는데..."


설마가 사람 죽인다는 속담이 괜히 있을까. 어떠한 사람이 그동안 좋은 일을 많이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 번의 범죄를 저질렀으면 그 사람은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의심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설령 가족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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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이슈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한 시사 프로그램이 다룬 입양가정 아동폭력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다. 그 아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기 때문인 거 같다. 너무도 속이 쓰린 것은 물론이고 아이의 건강했던 모습과 죽기 전날 어린이집에 앉아있는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아무쪼록 양부모 모두에게 죄를 묻고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간에는 3번의 신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입양기관과 경찰의 잘못도 큰 거 아니냐고 얘기를 하지만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법'과 '제도'이다. 아이가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만한 조건이 애매한 것은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 놓고 진술하게 만들어야 하지만 의사표현이 서툰 어린아이들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법적 보호자에 의한 아동폭력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또 어렵다.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우선 양부모에게 살인죄가 적용되야하고,


우리는 어른으로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아이들을 지켜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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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많이 미안해)



* 그러니까...


범죄 소설 하나 읽었을 뿐인데 많은 것들이 오버랩되면서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넬레 노이하우스 작가님의 한 권에 책 안에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은 초반에 떡밥을 너무 많이 날리셔서 급하게 회수하느라 엉성하게 끝나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인물 관계를 머릿속으로 잘 그려가며 봐야 하고 또 범인을 찾는 재미도 잊지 않는 것이 좋다.


왜 인기가 많은지 직접 읽어보면 안다. 어딘가 이야기가 늘어진다 싶으면 다른 사건으로 탄력을 줄 뿐만 아니라 인간 본연의 심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은근 매력적이다.


그래서... 충격적인 범죄 사건 투성이지만 생각해볼 것이 많아서 조쿠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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