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다큐영화 '피의 연대기'
장르 : 다큐멘터리
국가 : 한국
러닝타임 : 84분
개봉 : 2018.01.18
감독 : 김보람
주연 : 김보람, 여경주 외 다수
시청연령 : 12세 관람가
한 줄 소개 : 여성의 그날에 대해 여자가 얘기한다.
한 줄 감상평 : 나는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생리를 할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나에게 굉장히 생소하다.
그것도 피 터지는 이야기는 더욱더.
직접 피를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같은 신체 부위에서 일정 기간 동안 피를 흘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낸 영화였다. 할머니 세대와 어머니 세대는 대체로 언제 초경을 시작했으며,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서 시대상을 엿볼 수 있었고, 현재에는 다들 어떻게 생리혈을 처리하는지에 대해서 좀 더 깊은 관찰을 할 수 있었다.
생리(生理)
우리나라에서는 자궁에서 주기적으로 출혈하는 현상을 보고 '생리'라고 부른다. '월경'이라는 단어로 얘기할 때도 있지만 다들 은밀한 표현을 좋아하는 건지 '그날', '마법의 날', '여성의 날' 등으로 부른다. 나는 좀 더 개방적인 유럽인들은 은유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strawberry day'와 같은 표현을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약간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생리하는 것을 굳이 숨길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말할 필요도 없는 신체 반응 중 하나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피'다.
생리를 하기 전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은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가 없고 통증으로 인해 구부러지는 허리는 내내 펴질 생각을 안 한다. 그래서 염병 천병 같은 몸 상태로 해롱거리게 된다. 뭘 알아 달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구 상에 절반이 생리를 하게 될 /생리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생리를 했었던 사람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어떠한 현상이 있는지를 모르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정보 전달적인 면에서 꽤 괜찮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김보람 감독님의 생리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 '생리 주머니'를 외국인에게 선물한 것에서 시작한 듯싶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시판되는 생리대나 천 생리대를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서양 친구들의 생각은 굉장히 달랐다. 그들은 탐폰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보람 감독님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생리 주머니(생리대를 넣고 다닐 수 있는 주머니)가 이색적인 선물이 되어버렸다.
이를 계기로 여성이 어떻게 생리를 하고 있는지, 어떠한 여성용품을 사용하며,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생리대나 탐폰과 같은 여성용품은 정기적으로 구매를 해야 했고 너무 비싸다.
그래서 다회용의 천 생리대를 빨아 쓰는 사람이나 생리 컵을 오랜 시간 사용해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기도 하고, 또 직접 처리하는 과정에 대해서 보여줬다.
생리는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여자조차도 그렇게 여기지 못한 듯하다.
흘러내리는 피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남들에게 티를 내는 것은 칠칠 맞고 손가락질을 당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단지 불편할 뿐.
불경스럽고 더러운 것이 아니다. 여자라서 응당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내 몸과 일어나는 반응들을 깊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은 생리에 대한 카더라는 중학생 때였다. 같은 반 남자애였나? 어쨌든 여자애들 팔뚝을 만져보면 생리를 하는지 안 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뭔가 몰캉한 정도가 다르다나 뭐라나.
그때 당시 내가 가장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건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통해서 알아내야 한다는 점이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과연 그 남자애는 생리를 하는지 안 하는지를 알아보고 어떠한 행동을 취했는지가 궁금했다.
생리를 하는 여자애들에게 괜한 헛소리를 지껄이지 않는다거나 따뜻한 핫팩 또는 담요를 건네주는 등의 배려를 해줬는지, 아니면 그냥 하는가 보다 했는지.
어쨌든 당시에 나 포함 여자애들 여러 명이 그 생리 감별사를 둘러싸고 어떻게 아는지를 캐물은 다음에 등짝 스매싱을 날리면서 한마디 했다.
"다른 남자애들한테 이상한 소문 퍼뜨리지 마"
한 번은 친구가 상처 밴드가 필요하다는 남자애한테 파우치를 열어서 가져가라고 한 일이 있었다. 대부분 비상용품들을 파우치 하나에 다 넣어서 들고 다녔는데 생리대가 들어있다는 것을 깜빡하고 그냥 남자애 보고 직접 가져가라 한 것이었다. 솔직히 그 남자애가 생리대를 봤다고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었지만 주변에 있던 여자애 몇 명이 그 남자애를 둘러싸고 협박했다.
"이거 봤다고 다른 애들한테 말하면 뒤진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생리통이 심해져서 생리가 시작하는 첫날이나 둘째 날에 시체처럼 지내는 일이 많았다. 그 기간 동안만큼은 거의 육두문자만 안 날렸을 뿐이지 까칠함의 정도가 극에 달하는 때가 많았다. 결국 생리가 시작하는 날이면 아빠한테 진돗개 경보를 날려줬다. 괜히 나한테 말 시켰다가 상처 받지 말라고.
지금까지도 진짜 가깝게 지내는 남사친, 남친 정도에게만 얘기하는 정도다. 솔직히 남자들에게는 안물 안궁일 수 있다. 다만 본의 아니게 극도로 티를 내고 있는 나로 하여금 상처 받지 말라는 의미에서 얘기를 한다.
단지 그것뿐이다.
한 번은 직장 내 동갑인 남자 동료가 있었다. 그 동료의 친구 직장이 CJ여서 젊은 올리브 할인 기간에 복지카드를 이용해서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때마침 생리대 파동이 있을 때여서 나는 외국산 생리대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각자 필요한 물건을 골라서 계산대로 갔는데 내가 생리대를 들이미는 걸 본 그 친구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동료의 여자 친구가 생리대를 사용 안 해서 잘 모르나? 이렇게 생각하고 넘겼는데 다른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하니 그 동료에게 미리 언질을 해줬어야 했던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다.
도대체 왜?

내가 이전에 들었던 얘기 중 가장 충격받았던 것은...
"생리도 소변이나 대변처럼 참을 수 있다."
"원샷 원킬 : 하루 한 번 시원하게 쏟아내면 끝이 난다."
이렇게 생각하는 남자들이 있다는 거였다. 물론 일부의 사람이 뭣도 모르고 한 소리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이렇게 알고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다소 충격을 받았다는 말은 잊지 않고 하고 싶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과학시간에 배웠던 것들은 이미 증발한 지 오래전인가 보다... ;;)
얼마나 여성들이 티를 낸 적도 없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어서 그런 건지...
여하튼, 내가 대학생 때 생리공결제가 생겼는데 이때 엄청난 논란이 있었다. 이걸 악용할 거라는 주장과 더불어 역차별이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그만큼 '생리'라는 주제 하나로 남성과 여성 모두 마음속 칼을 들고 휘두르고 있었다.
생리라는 단어는 왜 이렇게 예민해졌을까?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통증을 호소하는 와중에도 원인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은 잘 없으며, 그냥 주변 사람들이 눈치껏 행동해야 한다. 여성만이 갖고 있는 그 신체 부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남성에게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은 어쩌면 실례가 될 수 있는 일이고, 정말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 아니고서야 언급하는 것을 스스로가 금기시했다.
그리고 나의 엄마 세대도 그렇고 할머니 세대도 그렇고 이렇다고 할만한 성교육이나 자궁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고작 배운 '성범죄' 교육은 "싫어요. 안돼요. 엄마한테 이를 거예요."였고,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나온 '성(姓)' 호르몬과 생식기에 대한 이해가 전부였다.
더욱이, 2차 성장이 한창일 때 2차 성징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 너무도 싫었고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뭔가 부끄러웠다.
엄마는 너무도 걱정이 되었는지 나보다 먼저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언니를 시켜서 여성의 생식기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때 이후로 나는 남자한테는 없는 구멍에서 생리혈이 나오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다.
한 달의 한번 짧게는 3일 혹은 길게는 일주일 동안 생리를 하게 되는데 생리대, 탐폰, 천 생리대, 생리 컵 중 어떠한 것을 사용해도 좋으니 나의 몸에 맞는 걸 사용하면 되고, 굳이 대놓고 말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꼭꼭 숨길 필요도 없다. 부득의 하게 생리혈이 내가 지나간 자리에 남아 있더라도 그것을 불결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으며 자연스러운 신체 현상으로 생각하자고 얘기했다.
∴ 내 몸의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소중하게 생각하자.
몇 년 전 한 기자님을 통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깔창을 대신하는 소녀가 있다는 이야기가 기사화된 적이 있다. 꼭 깔창이 아니더라도 생리대를 살 여력이 안돼 생리하는 기간 동안 타월 한 장을 바닥에 깔아놓고 눕거나 앉아있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일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생리대가 기호식품처럼 먹으면 좋고 안 먹으면 그만인 것도 아니고 일상생활에 불편함 없이 지내기 위해서는 휴지만큼이나 여성에게는 아주 중요한 생필품이다. 그래서 취약계층을 위한 좋은 생리대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견을 가지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영화 후반에 보여줬던 화장실에 생리대 배치 의무화는 생리를 하는 나도 갸우뚱 해졌다.
생리가 시작되기 전에 몸에서 수많은 신호를 보내기는 하지만 몇 시, 몇 분, 몇 초에 땡 하면 시작할 거니까 미리 준비하라고 일러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생리를 할 조짐이 보이면 미리 생리대 뜯어서 장착하고 있는데, 조짐만 몇 날 며칠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사치스럽게 생리대를 여럿 버리게 된다. 그만큼 급작스럽게 '터져버리는' 생리에 대처할 수 있도록 화장실 배치 의무화를 주장한 거 같지만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야만 했다.
대부분의 공중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휴지들을 보면 일반 가정에서 쓰는 두루마리 휴지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물론 개인적으로 공중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휴지를 집에서도 주문해서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집에서는 엠보싱이 있고, 보다 살갗을 부드럽게 지나가는 화장지를 사용한다. 이러한 맥락과 마찬가지로 생리대를 화장실에 꼭 배치를 해두고 싶다면 보급형 생리대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급한 순간에 대처할 수 있지만 계속 두고두고 쓰고 싶지는 않는 그만한 품질의 생리대 말이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생리대와 질적인 차이가 있어야 양껏 훔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 아주 살짝 소개된 내용이 있다.
동서양의 인식
성경에서는 여성의 몸을 하고 있던 하와가 죄를 지으면서 아이를 가지고 고통스럽게 낳게 되는 벌을 받게 된 것이고, 중국의 오래전에는 아이를 낳은 사람은 지옥에 떨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생리가 나오는 것은 여성의 몸이 차서 정액으로 충분히 익히지 못하고 찌꺼기가 혈액 색깔로 나오는 것으로 여겼다. 그만큼 여성의 몸은 남성의 몸 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여성이 평균 30-35년 동안 월마다 생리통을 견디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고 주장했을 때나, 10개월 동안 아이를 품다가 고통스럽게 낳는 것을 이야기할 때 그것이 하나의 권리나 신분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니꼽게 들린다면 어쩔 수 없다.
나는 굳이 그 아니꼽게 생각하는 것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싸우고 강하게 주장을 하면 괜히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 구걸하는 기분이 들어서 싫다. 고로 내 입장도 그렇게 생각하거나 말거나이다.
다만 서로가 모르는 혹은 겪어보지 못한 인체의 신비를 비꼬면서 치사하게 공격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인식의 차이가 있다면 옳은 방향으로 바꿔주면 되고, 이해의 부족함을 느낀다면 이제부터 알면 된다.
싫든 좋든... 어디까지나 지구 상에서 인간을 가장 단순하게 편을 가르면 여자와 남자고..... 어쨌든 같이 협력해서 살아야 하니까....

생리는 선조가 저지른 죄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신체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감독님이 직접 과감하게 카메라를 든 장면들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12세 관람가예요....;;; 도대체 정확한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ㅋㅋㅋ
다큐영화라서 특별한 기술이 들어가지도 않고, 일상적인 내용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볼 수 있었어요. 엄청 지루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굿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