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진상

어쩌면 나도...?

by 에밀리H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는 없던 일도 만들어서 생기기 마련인 거 같아요.


특히나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대중교통 안에서는 다양한 인간들끼리의 스파크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고 할 수 있어요.


어디 가서 돈 주고 구경하기 힘든 '별'들의 잔치인 거 다들 잘 알고 있잖아요?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수면욕을 채우다가 종점까지 간 적이 좀 있어요.

제가 자리에 앉아서 상모 돌리기를 하거나 서서 졸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다른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는데, 얼마나 많은 분들이 짜증을 느끼셨을지 생각하면 아찔하고 죄송하고 후회하는 마음이 큽니다.


어쨌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생기는 짜증유발 상황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요.


지하철 전동차나 버스에 승객이 많이 들어찬 경우에는 몸싸움이 치열합니다. 적정 수용범위 이상으로 무리해서 타는 것도 문제지만, 하체에 비해 상체에 심한 압박감이 더해지면서 전신의 고통으로 이어질 때가 있어요. 여기에 학교든 회사든 늦지 않아야 한다는 긴박함까지 더해지면 사람이 그렇게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요.


출퇴근 시간이나 특별한 이유로 인해 승객이 몰린 경우 '누가 먼저 손으로 쳤네', '발을 밟았네', '욕을 했네' 등 별의별 이유로 싸움이 벌어져요.


차라리 그 자리에서 욕하고 깔끔하게 끝내는 게 그나마 낫지... 점점 감정이 격해지면서 서로 손과 발을 쓰면서 난투극을 벌이는데 민원을 안 넣을 수가 없어요. 안 그러면 그 주먹에 제가 맞게 생겼거든요.


싸우는 당사자들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다음 역 플랫폼이나 정거장에 끌려 나가는데도 격정적으로 파이팅 하는 모습들을 보면 정말 노여움이 가득하구나 싶었어요.


어쩔 때는 대중교통 안에서 이어폰을 꽂지 않고 자기 집 안방처럼 큰 소리로 웃으면서 TV 시청을 하는 분들도 있고, 기기 성능이 너무 좋은 건지 헤드셋이나 이어폰을 통해 새어 나오는 소리가 너무 커서 같이 리듬을 탈 때도 많아요. 이럴 때... 알아듣기 좋게 말해주는 것이 정석이지만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격렬한 본심과 아니꼽게 듣는 상대방의 반응이 결합되어 심한 싸움으로 번지는 일도 종종 있어요.


그리고 노약자석에서 어르신들끼리 정치, 사회, 경제 얘기를 하다가 서로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삿대질하면서 싸우고, 가끔씩 전도를 하겠다며 큰 목소리로 포교활동을 벌이거나 조용히 접근해서 '인상이 좋으시네요.'로 포문을 여는 일부 종교인들 때문에 신앙이 있는 저조차도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버스에서는 앞 좌석을 발로 툭툭 치거나 결말이 궁금해질 정도로 큰 목소리로 사적인 대화를 하면, 듣는 다른 사람들 몸에서 사리가 나올지도 몰라요. 저는 노관심, 노상관이고 조용히 있고 싶은데 뭐가 그렇게 공개적으로 알리고 싶은 게 많은 걸까요?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부정적인 경험만 있는 건 절대 아니에요. 아무리 세상도, 사람도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도 친절하고 남을 배려하는 본성은 여전히 남아있어요. 대중교통 속 세상은 우리의 인생곡선과 닮아서 위기의 순간에서 모두가 힘을 모아 극복하는 경우도 있고, 극한의 순간에 온 맘 다해 도와주고 배려해 주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 사실이에요.


매번 사람들끼리 부대끼고 투닥거리는 것이 힘들어서 이용하기 싫다가도 위기의 순간에 도움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대중교통만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으면 자가용을 끌고 다니는 것이 맞겠지만

형편상, 상황상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한다면 좀 더 나은 생각과 배려로...


우리 모두 오늘도 파이팅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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