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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H Apr 01. 2022

낯선 이의 터치

능욕과 치욕의 경계 그 어딘가

 대중교통 안에는 개인들의 인생이 부딪혀 새로운 색깔을 내는 곳이야. 아무것도  하고 있으면 아무 색도 없겠지만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보면서 노란 스마일 얼굴처럼 헤죽헤죽 웃고 있는 것만으로도   없는 누군가의 붉은빛 시선을 느끼잖아? 그래서 대중교통 곳곳에서 총천연색의 스파크가 터지는 것을   있고, 또 쉽게 경험할 수도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무엇을 제일 많이 경험할까 고민해 보면 원치 않는 타인과의 신체접촉인  같아. 일반적으로 썸을 타든 이제  연애를 시작하든 서로의 관계 속에서 작은 스킨십 하나만으로 엄청난 오로라가 느껴질 때가 있잖아? 반면에 대중교통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신체접촉은 너무도 달라. 대중교통 속에서 경험하는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과의 신체 접촉은 당연하고 익숙하다고 여겨. 이렇게 불가피하게 생기는 신체접촉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미부여 없이 넘길 때가 많아.


그런데 이런 상황을 이용하는 야릇한 빨간색과 분홍색을  음흉한 변태들이  있어. 이른 아침에 등교하는 여학생들이 대중교통 안에서 잔다는 것을 빌미로 몰래 허벅지를 만진다거나 기둥을 잡고 졸고 있는 사람 뒤에 바짝 붙어서 노골적으로 신체접촉을 일삼아. 그리고 옆에 누군가가 하차하기 위해 일어나면 손으로 엉덩이 부분을 쓸어 올리면서 감촉을 느끼거나 가장 흔하게는 만원인 상태에서 손이 엄청 바쁘거나   대고  푸는 기술(?) 선보이는 분들도 있어


더욱 가관인 건..... 대담하고 은밀하게 다가와 '몸싸움 한 판 뜨자(?)'고 귀에 속삭이며 제안하는 분들도 있어.


 번은 1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이었어. 금요일에다가 퇴근 시간대랑 겹치는 바람에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버스 안에서 보내게 됐는데, 다행히도 긴 시간 버스 안에 있는 동안 한일전 축구 경기가 있어서 핸드폰 DMB 틀었어. 버스   오른쪽 창가 자리에 앉아서 이어폰을 끼고 열심히 보고 있는데 제일 막히는 구간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승객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어. 특별하게 신경 쓸 이유가 없었는데, 옆에 앉은키가  남자는 자꾸 자신의 백팩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들었다 놨다를 하는 거야.


어느덧 동네에 가까워 오면서 축구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버스 내부 상황이 어떤가 눈만 치켜뜨고 봤어. 사람이 몇 명 없더라. 그런데 옆에 남자는 계속 자신의 무릎 위 백팩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하아~, 습하~, 아~Sh' 이런 소리를 내는 거야.


내려야  곳도 다가오고 축구도 끝나서 DMB 끄고 가방에 핸드폰을 넣으려고  무릎 위에 있던 가방을 들었어. 그랬는데 옆에 남자가  손등을  허벅지에 갖다 대고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흐느끼고 있더라고. 버스가 막혔으니까 꽤 오랜 시간 동안 그러고 있었겠지?..... 나참....


그제야  왼쪽 허벅지가 이상하게 뜨거운지 알아 거야


사실 이전부터 상상했던 행동이 있어. 대중교통에서 변태와 맞닥뜨리면 시원하게 욕을 날린 다음 멱살을 잡아 끌어내려서 사과를 받아낸다는 시나리오가 있었어. 하지만 실제 상황에 닥치니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더라.


버스 안을 보니 다른 승객들은 없고 그 남자와 나만 맨 뒤 자리에 앉아 있는데.... 내가 욕하고 멱살 잡고 끌어내린다 해도 목격자가 돼줄 만한 사람들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내가 내려야 하는 정거장 바로 전에 내려서 걸어가겠다는 마음으로 "아이 씨...(ㅂ)" 이렇게만 말하고 옆에 남자를 뚫고 지나가 하차문 바로 앞 좌석에 앉았어. 그 남자가 키도 크고 다리도 길어서 뚫고 나오는데 '그냥 발이든 뭐든 밟아버릴까?' 싶더라고.


그렇게 씩씩 거리면서  앞자리에 앉아서 하차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버스가 서서히 멈추려고 하자  뒷자리에 남아 있던  남자가 빛의 속도로 달려 나와서 본인이 먼저 내려버리는 거야.  너무 당황해서 '이게 뭐지?' 싶었고, 끔찍해서  보려고 했던  남자의 얼굴을 계속 주시했어


평범해. 

정말 평범해.


원래 하차해야 하는 정류장에서 내린 다음 집으로 걸어가면서 곰곰이 생각해봤어.

1. 내가 짧은 바지를 입어서 타깃이 됐나?

2. 내가 축구에 정신 팔려서 모르고 있었던 게 문제였나?

3. 확실하게 하지 말라고 말을 했어야 했나?


그런데 자꾸 생각을 거듭하는데 눈물이 났어. 당한 건 난데 왜 나조차도 문제의 원인을 나한테서 찾으려고 하는 게 너무 괴롭고 힘들더라고.


결국에는 더운 여름 내내 긴바지를 입고 다니거나 먼 거리도 걸어갈 수 있을 때까지 걸어 다녔고, 아예 외출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극단의 방법을 택했던 거 같아.


 은밀한 곳에서 '혼자'...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 주는 거 없이 자신만의 방식대로 성욕을 풀어나가는  누구도 상관 일이 아니야. 그런데 본인의 만족감을 위해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을 이용하는  정말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  짓을  사람은 단순 호기심이라고 말하지만 당한 사람은 극심한 공포야.


 대중교통 요금에는 개인의 호기심과 성욕을 채워도 된다는 내용은 어.... 그러니까  원한다면  많은 돈을 주고 다른 곳에서 목적에 맞게 즐겼으면 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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