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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H Mar 22. 2022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사회 경험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부터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전까지 우리 아빠는 운전면허조차 따지 않으셨어. 그래서 엄마 손 붙잡고 지하철과 버스를 탄 적이 하도 많아서 언제가 내 인생 '최초' 대중교통 경험이었는지 잘 몰라.


지금은 먹는 행위조차 금지되어 있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버스 안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코를 막고 있었던 적도 있었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바람을 느껴보고 싶다면서 창밖으로 손이나 고개를 내미는 바람에 부모님이 아찔해하신 적도 있었어. 


지하철에서도 마찬가지였어. 지금은 승객들이 다 내리고 난 다음에 탑승하는 게 예의라고 잘 알고 있지만 이때는 빠릿빠릿하게 내리지 못한 사람을 바보라고 취급할 정도로 무질서한 경우가 많았어.


그래서 엄마는 언니와 나에게 대중교통을 같이 이용하면서 어떤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지 교육을 시키셨어. 


1.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리를 양보해주신다고 하더라도 냉큼 앉지 말고 몇 번의 거절 의사를 밝힐 것. (어르신 무릎을 내어주시는 것도 마찬가지) 결국 양보를 해주시더라도 냉큼 앉지 말고 엄마 아빠한테 의사를 물어본 후 알맞게 행동할 것.

2. 어려서 발이 땅에 닿지 않아 불편하더라도 신발 신고 좌석에 발을 올리지 말고 바른 자세로 앉아 있을 것.

3. 엄마 아빠 무릎의 앉는 경우 다리가 저리다고 하면 바로 일어나 엄마 아빠를 붙잡고 앞에 서있을 것. 

4. 어딘가에 자리가 난 경우 먼저 앉지 않고 엄마 아빠한테 먼저 의사를 여쭤보고 앉을 것.

5. 큰 소리로 떠들지 말 것. 

6. 냄새나는 음식을 먹으면서 가지 말 것.

7.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몸이 불편하신 분이 앞에 보일 경우 예의를 갖춰서 자리 양보하기.

8. 버스나 전동차가 움직일 때는 꼭 손잡이 잘 잡고 있을 것.

9. 지나치게 자리 맡는 행위를 하지 말 것.


대략적으로 기억나는 것들이 이랬어.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교회 교구 버스, 백화점 셔틀버스를 탈 때에도 적용됐던 우리 집만의 룰이었어. 어린아이라고 봐주는 거 없는 부모님의 엄격한 교육 철학 덕분에 남을 위한 배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실천했던 거 같아. 지금은... 삶의 고단함을 느낄 나이가 됐다면서 모든 매너를 지키지 못할 때가 있지만 말이야.


어쨌든 우리 집만의 엄격한 룰 때문에 친구네 부모님과 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친구들과 이동할 때 우리 집에서는 절대 허용 안 되는 행동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던 거 같아. 


'쟤는 되는데 왜 나는 안 되는 거지?'


더욱이 에티켓이 없는 어른들을 보면서 굉장히 많은 혼란스러움을 느꼈던 거 같아. 


'저 어른은 왜 저러시는 걸까?'


물론, 우리 집에서 정한 규칙들이 너무도 바람직해서 모든 사람들이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니야. 어디까지나 이건 어린 자녀 교육을 위한 우리 부모님만의 엄격한 규칙들이었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랑 맞지 않는 것들도 많아.  


꼭 가정에서 가르쳐주지 않더라도 오래전부터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하는 올바른 방법에 대해 가르쳐주기도 했고, 요즘에는 버스나 지하철 전동차 안에 있는 미디어 화면에서 이용 수칙에 관한 안내 영상이 나오기도 해. 다행히도 우리 모두의 행동이 이전보다 많이 변하고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러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릴 때가 있다는 게 아쉽기는 해.


내가 정당하게 내 돈 내고 타는데 왜 남의 눈치를 봐야 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우울한 하루를 보냈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눈 감아 달라는 행동일 수도 있어. 다들 자신만의 이유를 가지고 행동을 하는 거겠지만.... 그 이유가 어떻든 다수가 함께 이용하는 공간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최고의 선택인 거 같아. 


Manners maketh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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