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독서토론 수업1

도서관에서 만난 운명 같은 기회

by 백서향

독서 모임이 끝나고 몇 주가 지났을까, 도서관 게시판을 훑어보던 나는 흥미로운 프로그램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독서토론' 수업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읽어보니 망설여졌다. 책 내용도 만만치 않아 보였고 무엇보다 서평을 쓰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나한테는 어려울 거야. 여기 오는 사람들도 수준이 높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냥 지나쳐 버렸다.

하지만 며칠 후 도서관에서 그 프로그램에 관한 문자가 왔다. 아직 그 프로그램의 신청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아, 이건 운명이야.'


이게 과연 우연이었을까. 타이밍이 정말 기가 막혔다. 마치 누구인가가 이제 그만 망설이고 도전해 보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마감되기 전에 빨리 신청을 해야만 했다.


첫 수업-마거릿 와일드의 [여우]



첫날의 책은 마거릿 와일드 작가의 [여우]였다. 첫 수업부터 독서토론을 해야 하니 책을 미리 읽어오라는 말에 서둘러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마음이 급했다. 이번엔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었다.


[여우]는 생각보다 짧은 그림책이었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서로의 눈과 날개가 되어 깊은 우정을 쌓아 가던 까치와 개가 여우로 인해 흔들리는 우정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눈길을 끄는 그림과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각종 상을 수상한 이 책은 생각할 거리가 많아 독서토론 책으로 적합해 보였다.


떨리는 첫 수업


도서관에서 보낸 결석할 경우 연락을 달라는 문자를 보고 잠시 망설였다. 수업이 별로면 어떻게 하지, 사람들은 잘하는데 나 혼자 입 다물고 앉아만 있다가 오는 건 아닐까. 무수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하지만 난 이미 책을 들고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래, 나랑 안 맞으면 안 나가면 되는 거야.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난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독서토론을 하고 싶었다. 더 이상 실패하기도 싫었고 포기하기도 싫었다.


텀블러에 물을 담아 책상 위에 놓고 앉아 계신 선생님을 보니 왠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안경을 쓰신 지적인 모습도 한몫했던 것 같다. 이상하게 믿음이 갔다.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어서 왔다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평소 책을 읽지 않아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서 왔다는 사람. 평소 책을 읽긴 하지만 심심해서 왔다는 사람 등.

저마다 이유가 있어서 온 수업이었다. 특히 그중에는 교사생활을 하시다 퇴직하고 오신 분도 계셨는데 왠지 토론의 깊이가 남다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선생님은 발제문을 기본으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을 하셨다. 일단 발제문이 있으니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내가 그동안 겪었던 독서 모임의 아픈 기억들이 스르르 사라졌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나의 우려는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각자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는라 분주한 모습에 마음이 흡족해졌다. 질문에 대한 각자의 해석이 쏟아져 나오면서 책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짧은 동화책으로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건 선생님의 진행방식이었다. 토론하는 방법부터 상대방의 말을 듣는 자세,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기술까지 쉽고 자세하게 알려주셨다. 무엇보다 쏟아지는 다양한 의견들을 잘 분배하고 적절히 조절해 주시는 능력에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너무 독서토론 멤버들 탓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좋은 리더라면 그런 사람들을 다독이면서 잘 이끌어 갔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미 지난 일 후회해 보았자지만, 난 지난 1년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오래간만에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다음 주 책부터 빌렸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마음이 들떠서 그런지 평소보다 빨리걸었던 것 같다. 비록 6회밖에 되지 않는 수업이었지만 이미 마음속으로는 다음 주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 시간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참석할 것만 같았다. 토론 수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내 얼굴에는 어느새 환한 미소가 번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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