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망설이던 목요일 아침
목요일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도서관에서 결석할 경우 연락을 달라는 문자가 와 있었다. 지난주의 만족감이 아직 생생했는데도 여전히 난 망설이고 있었다. 낯선 이들 사이에서 내 생각을 드러내는 것은 여전히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손은 이미 가방 안에 책을 넣고 있었고 내 발은 도서관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무언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평소보다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퇴직하신 선생님께서 집에서 책을 잔뜩 들고 오셨던 것이다. 이미 읽은 책이라 나누어 주고 싶어서 가져오셨다는 책은 교실 한쪽에 쌓여있었다. 모두 마치 보물창고를 발견한 듯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곳으로 몰려갔다. 한 사람당 서너 권 정도 가져가시면 된다는 말에 너도나도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나도 평소에 읽어보고 싶었던 [열하일기]를 가지고 와 책상 위에 놓았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선생님께서 에코백을 잔뜩 꺼내시는 게 아닌가. 가져가기 쉽게 다이소에서 에코백도 사 오셨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호의에 우리는 모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인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다시 한번 이 독서토론 수업이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공간이 아니라, 진짜 사람들이 모인 따뜻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의 책은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 중에서 '가리는 손'이었다. 십 대 무리와 노인과의 실랑이에서 노인이 죽게 되고, 그 사건에서 목격자였던 재이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는 이유로 편견에 둘러싸인다. 그 과정에서 엄마는 아이의 뜻밖의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읽었던 책이니까 수월하겠지?'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수업에 참여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곧 깨닫게 되었다.
책에 대한 별점을 주고 그 별점을 준 이유를 말한 뒤 인상 깊었던 부분을 말하고는 발제문으로 넘어갔다.
난 머리를 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생각들이 글로 쓰여 있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깊이 있게 읽는다고 자부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내가 대체 책을 읽기를 한 건가? 그냥 글자만 훑어본 건 아닐까?'
더 큰 충격은 사람들의 발언을 들었을 때였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을 척척 건드리는 그분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같은 책을 읽고도 이렇게 다른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
다행인 것은 그런 자극들에 내가 정신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혼자 있으면 닿지도 못할 부분에 이르게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내 입이 터져버렸다. 말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오자는 마음이 깨져버리는 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이어 내 생각을 보태고 발제문을 보며 생각하다 보니 책을 읽었을 때는 떠오르지 않던 생각들이 말이 되어 줄줄 나오고 있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신기했다. 토론이 진행될수록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았다. 1분 1초가 정말 아까웠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내 생각이 더욱 풍부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꼈다.
이젠 확신이 들었다. 더 이상 목요일 아침에 도서관에서 온 문자를 보면서 망설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 책을 읽을 때 훨씬 깊이 있게 읽으리라는 것을.
오늘도 난 다음 시간에 읽을 책을 빌려서 집으로 돌아갔다. 아주 빠르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동안 벌써 다음 시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