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탈

by 백서향

시골길이 주는 운치는 자칫하면 길을 잃기 쉽다는 것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좌회전 했어야 하는 교차로에서 직진을 해버렸다. 가다가 유턴하면 되겠지란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2차선 도로에 유턴 차선이 있을 리 만무했다. 중앙선을 넘지 않으면 언제까지 직진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내비게이션에 나타난 도착시간은 1시간이나 늘어있었다.

30분을 달려가서야 마을이 나타났고, 높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정자가 나왔다. 일단 그 앞에 차를 세우고 한숨을 돌렸다.

사실 중앙선을 넘어버리면 간단한 일이었을 것을. 하지만 스스로 옭아맨 규범을 쉽사리 어기지는 못했다. 결국 도착시간은 최종적으로 시간 반이 늘어나 있었다.

난 이렇게 된 거 좀 쉬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막 누렇게 변하기 시작한 벼들이 펼쳐진 논이 한눈에 보이는 정자였다. 마을에는 그 누구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근처에는 작은 구멍가게도 없었다.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하며 정자에 철퍼덕 앉아버렸다. 원피스가 구겨지고 더러워지는 것 따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핸드폰을 차에 놓고 내렸다는 걸 알았지만 굳이 다시 가지러 가지 않았다.

살랑이는 바람이 옷자락을 들었다가 놓았다를 반복하자 살포시 눈을 감아보았다. 머리카락을 간지럽히던 바람은 비가 내리나 싶은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길을 잃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 손이 타지 않은 개복숭아 나무와 사과나무가 제멋대로 자라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올가을에는 사과를 실컷 사 먹어야지. 먹다가 질리면 사과잼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잠이 들락말락 한순간 계단에서 발을 헛딛는 꿈 때문에 놀라며 깨어났다. 잠이 어설프게 들 때면 꾸는 꿈이었다. 이대로 다시 자고 싶었지만, 집으로 가야 했다.

목적지를 정하고 곧장 그 길을 따라가는 대신 샛길로 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잊고 살았던 여유로움이라던지 한가함이라든지 하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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