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야구장 가는 걸 좋아한다.

by 백서향

올해 마지막 직관을 다녀왔다. 매년 마지막이라고 다짐해 놓고는 또 가고 또 갔지만, 올해는 정말 마지막인 것 같았다.


표를 예매하기 위해 티켓사이트에 들어가 보았지만 원하는 자리는 없었다. 좀 더 빨리 예매할 것을 평일이라 방심한 탓이었다. 할 수 없이 통로 쪽으로 아무 자리나 예매했다.


검표를 하고 어수선한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꼭 현실을 벗어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일상이고, 여기서부터는 특별한 공간이라도 되는 듯이.



물에 젖은 잔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흙냄새에 풀 냄새가 섞인 상쾌한 냄새는 이곳에서만 맡을 수 있다. 이 냄새를 맡아야 야구장에 온 게 실감이 난다.


자리를 찾아갔지만 바로 앉지는 않았다. 야구장에 오면 무조건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 대충 짐을 내려놓고는 사냥이라도 하는 듯이 매점을 기웃거렸다. 요즘 야구장 안에는 다양한 먹거리들이 즐비해 있다. 예전에는 치맥이면 충분했는데, 이제는 족발, 초밥, 타코, 분식, 갈비 등 백화점 푸트코트를 방불케했다.

3루로 들어갔지만 1루까지 모든 메뉴를 살펴본 후, 난 초밥과 크림 새우를 골랐다. 야구장에서 초밥이라니! 정말이지 너무 만족스러웠다. 제로 맥주와 함께 먹는 초밥의 맛이란, 야구장에서가 아니면 느끼지 못할 짜릿함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대부분의 사람이 벌떡 일어나 응원을 시작했다.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뒷사람을 배려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대신 응원 봉을 들고 열심히 응원가를 부르며 목청껏 응원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한가지 목적을 위해 같은 마음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묘하게 흥분됐다.


경기는 비록 졌지만 야구장에 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선수가 마킹 된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이기든 지든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내일도 응원 할 것이고, 또 야구장을 찾을 것이다.


이제 언제 다시 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을 비롯한 야구장에 대한 기억으로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물먹은 잔디 냄새와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열기를 간직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