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전미술관

책과 미술이 카페와 공존 하는 곳 -경기 시흥시 소래산길 41

by 백서향

소전 미술관은 극동건설 창업주인 고 김용산 회장이 설립한 곳이다. 그가 수집한 도자기를 비롯한 각종 미술품을 소전재단에 기증하여 미술관을 설립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이곳은 소전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출처-다음 백과사전)


미술과 책이 카페와 공존하는 모습은 어떨까? '소전미술관'이라는 카페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궁금했다. 원래는 집이었던 곳을 미술관으로 사용하다 지금은 까페가 되었다던데,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그곳으로 가보았다.


큰 철제 대문을 지나자 오른쪽으로는 큰 집이, 왼쪽으로는 주차장이 나왔다. 첫인상은 그냥 큰 집이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집. 하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가 거대한 책장과 마주한 순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반짝반짝 윤이 나있는 나무 바닥을 미끄러지듯 걸어 들어가니 양 옆으로 책들이 늘어서 있었다. 눈으로 대충 훑어봐도 시, 에세이, 인문학,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이 놓여 있었다. '이걸 읽어도 되나?'라고 생각한 찰나 열람과 구입이 가능하다는 안내판을 발견했다. 보통 이렇게 놓인 새책들은 음료나 빵을 먹는 공간에서는 읽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데, 참 통이 큰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지난 달에 나온 구병모의 신작도 있었다.



일행과 함께 먼저 커피를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도자기와 그림을 비롯한 미술 작품들이 놓여있었다. 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 아래층을 내려다 볼수도 있고, 다른 손님들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아도 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도자기를 보기도 하고 그림을 보기도 하고 바깥 경치를 즐기니, 오감이 호강하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이곳의 고요함이 좋았다. 아늑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어수선한 다른 까페와는 달랐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랄까.



방으로 된 자리도 있었는데 자개장이 전시되어 있어 이곳도 눈으로 즐길 거리가 있었다. 테라스에도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어 바깥 경치를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이곳도 산과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와 분리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커피를 다 마신 후 1층으로 내려 간 우리는 다시 한번 책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정면에 놓여있는 큰 책장에는 한강 작가의 코너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소년이 온다』는 책장이 너덜너덜 해질 정도로 때가 타 있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되서 책을 읽는 비율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것만 같았다.


고전에서 현대 문학까지 다양한 책이 꽂혀 있는 서가 위쪽으로는 외국서적들이 빼곡이 꽂혀 있었다. 어떤 책들인지 궁금하고 알고 싶기도 했지만 불행히도 손이 닿지 않아 포기해야만 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필사 코너도 있었다. 필사하기 쉽게 두껍지 않은 책들을 선정해서 놓은 것이 센스있다고 생각되었다. 직접 책에다 필사를 할 수 있는 책도 있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구입해 보고 싶기도 했다.



오래된 가옥이 주는 안정감에 책이 주는 편안함, 미술작품을 즐길 수 있는 여유까지. 이곳에 앉아 있으니 복잡했던 생각들이 천천히 정돈되는 기분이었다. 어수선한 마음을 가다듬고 싶을 때, 그저 조용히 쉬고 싶을 때 문득 떠오를 것 같았다. 이곳이 나에게 휴식처가 되어 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