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by 백서향
자투리

자로 내어 팔거나 재단하다가 남은 천의 조각
일정한 용도로 쓰고 남은 나머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가죽공예를 하다 보면 자투리가 꽤 많이 나온다. 어느 정도 크기가 되면 지갑이나 열쇠고리라도 만들 텐데 그마저도 나오지 않는 작은 조각들이 나올 때가 많다. 다른 재료라면 과감히 버리겠지만 그렇게 하기에 가죽은 가격이 꽤 있는 재료다.

그래서 남은 조각으로 무얼 만들지 요리조리 생각해 보다 연필 뚜껑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연필은 그냥 필통에 넣으면 연필심이 부러지거나 필통을 더럽힐 염려가 있다. 잘못하면 뾰족한 연필심에 어딘가를 찔릴 수도 있다. 그래서 쓰는 것이 연필 뚜껑이다.


자투리를 고르고 깔끔하게 재단 한다. 그리고는 본드로 가장자리를 발라 반을 접어주면 대충 모양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본드로만 고정하기에는 약하기도 하고 밋밋하기도 하니 치즐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구멍을 뚫어준다. 그 구멍에 실을 한 땀한 땀 꿰고 난 후 이음새 부분에 엣지를 발라주면 완성이다.



난 급한 마음에 마르지도 않은 연필 뚜껑을 연필에 넣어보았다. 딱 맞는 것을 보니 흐뭇했다. 동그란 통에 꽂혀 있는 다른 펜들은 모두 뚜껑이 있었는데, 이제 연필에도 뚜껑이 생겼다.


쓸모없다고 버려질 뻔한 자투리가 예쁜 소품으로 탈바꿈 했다. 아마 난 그 자투리에 나를 이입했던 것도 같다. 세상에 제 쓰임을 다하지 못하고 세월을 죽이고만 있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나에게 충만했던 활기도 의욕도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이 자투리처럼 제 쓰임을 다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탈바꿈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이 연필 뚜껑을 만드는 동안 그렇게 하고 싶어졌다. 세상에 태어나는 생명체는 모두 그 이유가 있는 법이니 나도 그렇게 한번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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