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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규 Mar 04. 2019

구독자분들에게

약 1년 전, 로스쿨을 졸업하기 몇 주 전의 일입니다. 103가에서 1 트레인을 기다리며 서 있는데 어디선가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가 들려왔습니다.




I hear babies cry... I watch them grow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요.. 전 그들이 자라나는 걸 지켜보죠

They'll learn much more... Than I'll never know

앞으로 그들은 저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알게 되겠죠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전 혼자서 생각하죠.. 정말 멋진 세상이라고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멜로디와 참으로 절묘한 가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정말 그 노래 가사처럼 이 세상은 무척이나 멋진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점차 온몸으로 퍼져나가면서, 그 순간만큼은 제 주변의 세상이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더군요. 분명 제 주위에는 뉴욕 지하철 특유의 지린내가 진동하고 있었고, 바닥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물론 그때의 감각들은 열차에 탄 뒤 얼마 안가 다른 감각들에 덮여 희미해져 버렸고, 그때 경험했던 그 황홀한 감동 역시 눈 깜짝할 사이에 저 멀리 어딘가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그 따뜻했던 기억만큼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제 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결국 그 온기가 1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저로 하여금 이 글을 쓰게 만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이제 이렇게 글로 남겨두기까지 했으니, 이 기억은 앞으로도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제 일상들을 따뜻하게 덥혀주겠죠. 어쩌면 이러한 일상의 온기를 제 곁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붙잡아두려는 노력이 제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제 노력에 그동안 같이 공감해주시고, 또 응원해주신 여러분들께 이 기회를 빌어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들과 더 많은 걸 나누며 소통하길 기대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자라고, 조금 더 배울 수 있다면, 그래서 가끔은 '뭐, 이 세상도 꽤 멋진 곳이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저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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