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숲 속에 맛있는 빵 냄새가 퍼졌습니다.
밤사이 집집마다 닫혀 있던 문들이 열리고 동물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왔습니다.
동물들이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하며 가는 곳은 바로 떡갈나무 빵집입니다.
동물들은 아침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어젯밤에 내린 빗소리에 잠이 깬 이야기도 나누며 빵이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이곳 빵집의 빵 맛은, 빵이 나오자마자 동이 날 만큼 맛이 좋기 때문에 동물들은 매일 아침 이곳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서서 기다리면서도 동물들은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서 맛있는 빵 냄새를 맡으며 이야기하는 것을 즐거워 했습니다.
멀리서 이런 풍경을 보고 즐거워하는 또 다른 동물들이 있었습니다.
도리와 호니였습니다.
이들도 떡갈나무 빵집의 빵을 기다리며 즐거워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도리와 호니는 떡갈나무 빵집의 유명한 빵맛이 아니라, 빵을 사려고 줄을 선 동물들을 보고 입맛을 다시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의 눈에는 팔짱을 끼고서 어젯밤 꾼 꿈 이야기를 하는 토끼 바비와 기지개를 켜며 잠을 깨우고 있는 너구리 조니 또, 아직 잠이 덜 깨 눈을 감고 서 있는 미치니가 이 떡갈나무의 유명한 빵보다도 훨씬 더 맛있어보였습니다.
하지만 빵이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빵을 사 집으로 가는통에 이 동물들을 잡아먹지 못하고 번번이 매일 아침 여기 서서 입맛을 다시며 기다리다 끝이 납니다.
둘은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물들을 재빨리 잡아먹을 수 있을까?‘
이렇게 고민하던 도리와 호니 눈에 ‘직원 구함’이라는 안내문이 보였습니다. 빵 만드는 것을 도와줄 동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도리와 호니는 빵집에 취직을 하기로 했습니다. 떡갈나무 빵집에서 일을 한다면 제 발로 빵집으로 걸어들어오는 동물들을 여유 있게, 그리고 맛있게 잡아먹을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도리와 호니는 빵집 주인에게 이곳에서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일손이 모자랐던 빵집 주인은 도리와 호니를 떡갈나무 빵집에서 일하게 해 주었어요.
그날부터 도리와 호니는 매일 아침 주인아저씨를 도와 빵을 굽기 시작했어요.새벽 일찍 일어나 빵 반죽에 넣을 깨끗한 샘물을 길어오고, 오븐에 불을 때고 반죽을 해야 했습니다. 낮에는 커다란 밀가루 포대를 나르고, 호두를 줍고, 빵에 넣을 열매를 따러 숲 속 이곳저곳으로 다녔지요.
빵집에서 일을 하면 빵을 사러 오는 동물들을 쉽게 잡아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게 뭐야. 동물을 잡아먹기는커녕 구경도 못하겠어!"
호니가 말했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물을 길어 오고, 반죽을 하고, 열매를 주으러 다니고 매일 힘쓰는 일뿐이잖아. 빵 만드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
도리도 부엌 한쪽에 쌓아 놓은 밀가루 포대를 쳐다보며투덜거렸습니다.
매일 이렇게 반죽을 하며 ‘빨리 토끼를 잡아먹고 싶다…’ 생각하던 도리는 어느 날 자기도 모르게 토끼 모양의 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호니는 어느새 너구리 빵을 만들고 있었지요.
매일 잡아 먹을 동물들 생각만 하다 보니 어느새 도리와 호니는 자기도 모르게 그 동물들 모습의 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동물들을 지켜보던 도리와 호니는 누구보다도 동물들의 모습을 잘 알고 있었어요.
도리는 토끼빵을 만들고, 호니는 돼지빵을 만들고, 염소빵을 만들고, 원숭이빵을 만들고, 오리빵을 만들고, 만들고,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들고.
다음날 아침이에요.
떡갈나무 빵집에 온 토끼들은 자기와 똑같이 생긴 빵을 보고 너무나 좋아하며 빵을 사갔습니다.
돼지도 자기 모습의 빵을 보고 꿀꿀꿀 쿠릉쿠 소리를 내며 재미있어했습니다.
너구리는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거라며 너구리 빵을 몽땅 사갔습니다.
염소는 자기 꼬리와 조금 다르게 생겼다며 다음번에는 꼬리를 좀 더 짧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숲 속 동물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통에 도리와 호니는 정신없이 빵을 팔고, 동물들의 주문을 받으며 이번에도 동물들을 잡아먹겠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그날 저녁, 내일은 절대 잊지 않고 동물들을 잡아먹겠다며 생각하다가 어느새 또 자기도 모르게 토끼와 너구리와 염소와 동물들의 빵을 만들었습니다.
다음 날도 동물들은 자기 모습의 빵을 보고 즐거워했고, 친구를 닮은 빵과 친구를 번갈아 보며 재미있어했어요. 그러고는 숲 속 동물들에게 나누어 주겠다며 전부 사갔지요.
떡갈나무빵집은 자기와 닮은 빵을 사러 오는 동물들로 점점 더 분주해졌습니다.
도리와 호니는 매일 새벽마다 동물들의 빵을 굽느라 점점 더 바빠졌지요.
도리와 호니는 동물들을 잡아먹으려던 계획을 또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면서 동물들을 잡아먹는 것보다 도리와 호니가 만든 빵을 보고 동물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으르렁 거리며 인사하는 대신 친절한 목소리로 동물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빵을 사러 오는 숲 속 동물들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자세히 바라보았습니다.
오늘밤도 도리와 호리는 토끼 귀가 잡아먹기 좋다고 한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토끼는 귀가 아주 귀여운 동물이라며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동물 친구들 빵을 만들고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