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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Oct 16. 2020

Ep.2 워킹 준비, 원래 혼자 하는 거야?

혼자서 준비하기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지만 나는 참 주변의 인맥이나 정보를 잘 이용(?)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영악하게 이용해 먹는다는 뜻은 아니다.

지인들에게 이것 저것 정보를 물어본다던가, 또는 혼자 하기 어려운 것을 부탁한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때 당시의 나도 그랬다. 혼자서 다 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형제가 없었던 나였기에 더더욱 그런가 보다 하고 워킹홀리데이 준비를 하기 시작했었다. 

일단 혼자 인터넷 검색을 해서 필요한 정보들을 모아 노트에 빼곡히 적었다. 적은 것을 한 번 더 훑어보곤 눈을 감고 내가 그 도시에 사는 상상을 했다. 정착할 도시부터 해서 물가, 날씨, 문화 시설 그리고 구글을 이용해 도시의 주변 경치를 찾아보았었다. 심지어 사람들의 옷차림까지 이미지로 찾아보았으니 마음만은 이미 호주의 거리에 가 있었다.

나의 새로운 나라 호주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은 점점 커져갔고, 가기 전에 극도로 흥분된 마음 때문에 심장이 터져버리진 않을까 싶었다. 또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만 하는 성격 때문인지 빨리 가고 싶어서 하루하루가 타들어 갔다.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보던 중 유학원에서 호주 워킹홀리데이 설명회를 공짜로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장에 신청을 하고 당일 설명회에 갔을 때엔 나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 겨울이어서 다들 두툼한 옷차림이었는데 설명회 하는 룸 안이 꽉 찰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다.

21살 인생 그렇게 대차게, 진지하게 무언가에 집중해 본 적은 단연코 없었다.

호주는 굉장히 흥미로웠고 아름다운 도시였으며, 오히려 미국보다 호주가 기회의 땅처럼 느껴졌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조차도 빔 프로젝터에 나오던 사진들을 보며 아마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끝난 후 뒤풀이에서 알게 된 사람이 나에게 미주알고주알 호주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에겐 그저 먼 은하수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나는 호주에 사는 아는 친구 하나 없었고 친척도 없었으며, 이전에 가 본 도시도 아니고 돈을 많이 들고 가서 넉넉한 생활을 할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옆자리 사람의 말을 듣곤 조금은 우울했으나 이내 곧 그런가 보다, 하고 씁쓸하게 웃어넘겨 버렸다.


그 후, 설명회에서 들은 정보와 인터넷 검색을 샅샅이 해서 모은 자료들을 나름 정리해 비자 신청 준비를 했다.

또 당시에는 영어 공부를 많이 했고 실력이 하늘을 찌른다고 생각했기에 혼자 비자 신청쯤은 할 수 있지!라는 귀여운 자신감이 충만했다. 다음 카페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거기서 비자 신청하는 법을 정독하며 혼자서 해 나갔다. 딱딱하고 정 없어보이는 영어 서류들 때문에 머리가 지끈 거렸지만 그 마저도 재미있었다. 







한편으론 이 모든 과정이 완벽히 의심스러워졌다. 내가 잘 진행하고 있는 걸까? 손이 많이 가며 덤벙거리기 일수인 내가 이걸 한다고? 이렇게 하는 게 맞긴 하겠지? 

마치 길치들이 이 길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잘못된 방향으로 걷고 있는 것처럼 스스로의 진행 과정을 계속 의심하면서도 막무가내 패기로 진행했었다. 주변에 도움을 줄 만한 마땅한 사람이 많이 없었고 심적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 더욱 없었기에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는지도 모른다. 이런 나의 결정들은 후에 만족과 후회의 감정들을 각각 안겨주었다. 스스로 해낸 덕분에 미약하나마 자립심을 만들 수 있었고, 또 이후의 결정할 많은 일들에 대해 큰 자신감을 주었다. 하지만 항상 나의 머리에 박혀있던 '어딜 가든 혼자다. 혼자 해내어야 한다.'라는 강박감과 외로움은 또 다른 결정들에 있어 큰 실패들을 가져오기도 했다.



며칠 후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이메일을 받았는데 병원에 간다 하면 괜스레 꺼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특별한 증상은 없었으나 어릴 때 큰 수술을 했던 경험이 있었다.

혹여나 이 일 때문에 비자가 승인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내내 마음을 졸였었다. 

여차저차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스피드로 일을 다 처리한 후 얌전히 앉아서 승인 메일을 기다리기 몇 날 며칠.





무더워지기 시작한 어느 초 여름날, 드디어 승인 메일을 받게 되었다.


‘ You have been granted a working holiday vi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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