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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Jeon Jan 29. 2020

시지푸스Sisyphus 마케터는 조직의 변두리에 있다.

마케팅 업무의 기능성에 대한 생각



시지푸스의 이야기 

시지푸스의 이야기를 아는가? 시지푸스는 신들을 기만한 죄로 죽지못하고 평생 산 정상으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벌을 받게 된다. 바위는 정상에 오면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시지푸스는 이 노가다를 반복하며 고통받는다.


최근 문득, 한정된 예산 안에서 세션을 늘리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는 나의 모습이 마치 시지푸스처럼 느껴졌다. 광고 효과가 떨어지거나, 어필리에이트나 블로그 관리를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라도 노출이 줄어들면 트래픽은 바로 티가 난다. 위클리로 세션, 수익, 앱다운로드 숫자를 보고하는 마케터는 마치 시지푸스와 같은 고통속에 살게 된다.  그러나 이 시지푸스 마케터는 그러라고 뽑아둔 자리다. 대표는 시지푸스 마케터의 노고에는 관심이 없다. 조직의 하단에서 브랜드를 알리고 전환을 가져올 노동자라면 누구든 상관없으니.


마케팅이란 결국 조직의 하단 구조에 속할 수 밖에 없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여성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멋있는 업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남학생들의 롤모델이 기업체의 대표, 임원이라면, 여학생들이 미디어를 통해 체화하는 가장 쿨하고 성공한 여성은 마케터였다. 나는 큰 협상을 하고 리스크를 가지고 업무를 하는 것은 여성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마케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협상의 그릇은 작고 작고 작았다. 기사에 브랜드 이름을 올릴 것인지, 광고비용을 협력사와 같이 태울 것인지 아닌지, 블로거와 이벤트 당첨자에게 혜택을 제공할 것인지 소소하고 미미한 업무의 일상들이 나를 채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본 한 영상을 보고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https://youtu.be/v6PGcT5i5to


한국의 상장기업들이 분기마다 금융 공시를 할때, 임원 명단을 공시하게 되는데 이 자료를 기준으로 어떤 사람들이 진급되는지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된다. CEO 스코어 박주근 대표님이 인터뷰를 한 내용이다.


[ 3:28 ]~

재무가 중요합니다. 그 다음에 구매, 제조업은 제조나 엔지니어링, 영업, 이런 여러가지를 거져야 (고위직에 오르는데) (여성은)마케팅이나 그러니까 외주화가 가능한 조직에 많이 배치돼 있습니다. 이 말은 무슨 말이냐면, 여성 임원들은 대부분 자사에서 커 오지 않았고, 그 기능의 필요에 의해서 외부에서 유능한 인재를 모시고 와서 기능적으로 쓸 뿐이지, 그 조직의 장기적인 비전과 여기에 동참해서 끝까지 갈 사람을 뽑지 않는다는 것을 데이터가 반증해주고 있거든요.


[4:03] ~

대기업에 있는 남성 임원들은 세컨더리 마켓(2차 구직시장)이 크다는 이야깁니다.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과 거래를 많이 하기 때문에 영업상 여러가지 문제로 네트워크를 통해서 (대기업에서 중소,중견 기업 임원으로) 많이 가는데 여성들은 거기서도 배제된다는 이야깁니다.


[ 6:17 ]~

일을 시작하는 단계에서의 차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성과를 더 잘 낼수 있는 부서에는 남성이 배치되고 그렇지 않은 지원하는 업무를 보는 부서에는 여성이 몰리게 되는 배치의 문제와도 함께 붙어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임금이나 승진, 유리천장이라는 현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에...


한국 전체 기업 고위 임원에 여성이 적은 원인 중 하나가, 마케팅과 같은 외주화할 수 있는 직무에만 여성이 할당 된다는 것이었다.  남성중심적인 한국 사회가 현대화되면서 마케팅업무는 여성에게 양보해주었는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여성에게 마케팅 업무의 기회가 주어진 이유는 쉽게 외주화 될 수 있는, 매번 가장자리에서 돌을 올리고 올려야 하는 시지푸스 천벌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으로 들어가자

다른 업무도 시지푸스가 지고 있는 돌의 크기만큼 고통받을 것임을 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쌓아 올린 돌을 다시 매번 올려놓는 업무의 사이클만은 피하고 싶다. 이 사이클을 피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 속에 포함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다음의 나의 커리어는 시지푸스 마케터 자리를 떠나는 것부터 시작될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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