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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Jeon Jan 22. 2020

좌충우돌 웹/앱 한국어 로컬라이징 과정을 공유합니다

글로벌 마케터가 바라본 로컬라이징과 신시장 진출 마인드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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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중화권 스타트업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국 시장 담당 Business development / Marketer, 외국 생활 3년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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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웹사이트를 글로벌화하는 것은 언뜻 보면 쉬워 보인다. 언어만 바꾸고 광고 돌리면 새로운 국가의 유저가 들어와 전환까지 뚝딱 이루어질 것 같다.  나는 대만의 웹/앱 플랫폼 회사에서 근무하는데, 회사도 이런 안일한 접근으로 여러 국가에 런칭한 후에 쓴맛을 보고 있는 중이다.


사이트 로컬라이징은 onesky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onesky는 모든 국가 유저가 동일한 웹페이지를 사용할 때 유용한 로컬라이징 프로그램이다. 메인 페이지( 중국어 )에  디폴트로 두고, 다른 언어들이 이를 그대로 번역하는 프로세싱으로, 번역되는 언어(한국어)가 먼저 무엇인가를 create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onesky 화면


전체 맥락 없이 문장과 단어 단위로 한국어를 집어넣어 앱을 만들다 보니, 주어 동사 순서가 바뀐다거나, 단어 중간이 잘린다거나 미학적으로 거슬린다거나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어 앱을 론칭할 때, 로컬라이징팀과 함께 번역 내용을 검수하는 업무를 한 적 있다. 번역 작업은 외주를 통해 완료한 상태였다. 단순한 번역은 외주를 줄 수 있으나, 앱이 어떻게 작용되고 이에 따라 번역이 잘 되었는지 감수하는 단계가 더 필요했다.



1. 언어 배치 문제보다  심각한 것은 전환을 위한 Sorting 문제다.  

국가 유저는 다르지만 같은 사이트로 유입되는 것은 각 유저의 성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같은 아시아라도 유저 성향은 아주 다르며, 그들의 소구 하는 상품의 성격도 아주 다르다.  또 비즈니스 단계, 브랜드 지명도, 예산에 따라 마케팅하는 방식과 들어오는 유저의 질도 달라진다. 그러나 하나의 웹/앱으로 운영하다 보면, 상품 진열( sorting)을 담당하는 부서는 메인 유저를 대상으로 전환율이 높은 상품을 먼저 배치하게 되고, 이는 다른 국가 유저 전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Case 1)

예를 들어, 작년 일본 보이콧 사태가 터졌을 때, 일본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어도 메인 화면에서 일본 섹션을 제거하거나 하단으로 내릴 수 없었다.

Case 2)

대만 유저에게 대만 상품은 '국내 상품'이고, 한국 유저에게 대만 상품은 '해외 상품'이다. 국가에 따라 상품을 바라보는 approach 자체가 달라지고 그럼 이에 따른 가격이나 상품 이미지에 대한 반응이 달라진다.


2. 로컬라이징 팀이 따로 없다면, 모든 업무는 해당 국가 마케터에게 온다.

한국어 앱이 런칭한 후에, 로컬라이징 팀은 해제되었다. 로컬라이징 팀이 오직 번역 업무에만 집중하고, QA 문제는 체크하지 않아 이후에 아주 큰 문제가 발생하였다.  현재 회사는 결제 프로그램을 결제 통화(currency)에 따라 다르게 쓴다. 예를 들어 USD는 Braintree, TWD는 Tappay를 사용한다. 그런데 결제 프로그램마다 결제창 크기가 다르고, 한국 카드사의 결제창과 크기가 맞지 않아 결제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때 떠나간 유저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쓰리다.


결제창의 참혹한 모습


당시 속이 타는 것은 오직 나뿐이었다. QA팀에 달려가, 문제를 이야기하니 '한국 신용카드가 없어 QA를 하지 못했다'라는 황당한 대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구성원들이 마인드 셋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신시장에 진출하면 일어나는 참극이었다. QA 작업이 한국어 사이트 내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모든 오류를 발견해내고 보고하는 업무가 한국팀의 것이 되었다. 정상적인 업무 분담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3. 웹/앱이 언어별, 지역별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면 당신의 마케팅은 위협받는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는 회사에서 모든 업무의 우선순위는 비즈니스 임팩트로 통일된다. 바로 당장 비즈니스 임팩트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필요한 업무의 경우에는 담당자가 이를 구성원들에게 설득해야 할 임무를 가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수익이 중화권에서 오는 회사에서 새로운 마켓을 담당하는 나와 같은 마케터는 Try - Depressed의 연속을 경험한다.


회사의 중요한 결정은 메인 스트림 국가 유저에 맞추어 결정되고,  전체적인 인력과 자원이 이에 맞추어 배치된다.  앞에서 언급한 sorting 문제가 아주 적합한 예시다.  더해서, 새로운 상품을 리쿠르팅하는 방향성, 웹/앱의 업데이트되는 기능들, Product Request의 우선순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처음에는 각 부서 사람들과 미팅하며, 국가 별 로컬라이징에 대한 부분을 어필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 그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비즈니스 임팩트 고려했을 때 당장 실현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수많은 시도와 depressed의 과정을 겪고 난 뒤, 나는 기존의 회사의 서비스와 리소스를 받아들이고 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마인드를 바꿨다. ( 그 과정에서 사라진 나의 열정들이여.. )



아주 단적인 예지만,  현재 회사 웹사이트는 인터넷 익스프로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대만은 인터넷 익스프로어 사용률이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아직 30%나 익스프로어를 사용한다고? PM팀 입장에서는 이는 고려할 대상도 아니다.  한국팀이 PM에게 요청할 내용은 '웹사이트가 익스프로어에서도 작동하게 해 줘'가 아닌, '익스프로어로 들어온 유저 대상으로 크롬을 사용하라는 공지와 크롬 다운로드 링크를 넣어줘'가 되어야 한다.



4. 자신의 상품을 외국에 런칭하고 싶은 회사들에게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새로운 회사를 다시 차린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해당 국가를 담당할 BD와 마케터뿐만 아니라, 전용 PM, UX 담당자, QA 담당자, 로컬라이징 전담자가 필요하다. 새로운 인력을 대거 고용하는 것이 어렵다면, 기존 인력들에게 새로운 시장에 대한 업무의 롤까지 정확하게 인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이 당장 수익을 내는 메인 유저를 두고, 불확실성이 있는 시장에 많은 인력을 투자하기를 꺼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신 시장 진출을 대표와 임원 레벨에서 결정하고, 그 이후에 액션이 없다면 많은 구성원들은 신시장 관련 업무를 추가적인 업무로서 부담스럽게 느끼게 된다.  전사적인 움직임과 대표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있어야 업무의 우선순위가 변경될 수 있고 신시장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


1. 기존의 메인 시장의 우선순위 혼선을 원하지 않는가.

-> 이를 감당할 새로운 인원을 대거 고용하거나 신시장 진출을 포기하라.

2. 성장을 위해서 신시장 진출이 불가피한가.

->  자원과 인력을 걸고 제대로 로컬라이징 하라. 아니면 실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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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중화권 스타트업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국 시장 담당 Business development / Marketer, 외국 생활 3년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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