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ma Jeon Oct 26. 2022

나는 사업가가 되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요.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는 일가의 소유권을 환경단체와 비영리단체에 넘겼습니다. 이본이 발표한 스테이트먼트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는 사업가가 되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요'


I never wanted to be a businessman.

이본은 환경을 지키는 아웃도어 기업이 없어 친구와 자신을 위해 클라이밍 기어를 만들었습니다. 30년 동안 기업을 지속해오다 자신이 가진 소유권을 모두 사회에 기여하며 자신이 환경에 deadly serious 하다는 걸 입증했어요.  저처럼 환경주의자가 아닌 사람도 파타고니아의 결정에 감동과 감흥이 일었습니다.


이제 기업가와 사회활동가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기업이 사회활동가만큼 열정적으로 자신들에게 가치를 전달해주기를 원해요. 


고객이 원하는 가치는 파타고니아처럼 환경 지킴이가 될 수 있고요,  그 외의 가치는 비건, 동물보호, 여성인권, 도덕적 환원, 약자에 대한 배려가 떠올라요. NGO, NPO 프로젝트처럼 들리지만요.





아침에는 명상 타임을.


저는 최근 여성들을 위한 캠핑 프로그램에 갔다 왔습니다.  여성 70여 명이 모여서 함께 텐트를 치고 음식을 만들어먹고 운동을 했어요.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가장 놀란 점은 70여명 여성들이 모인 점도 아니었고, 이들이 1박 2일 프로그램을 위해 20만 원을 지불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환경, 비건, 동물보호, 여성인권, 도덕적 환원, 약자에 대한 배려


바로 제가 위에서 언급한 가치를 deadly serious 하게 생각하는 타깃 어디언스들이 모여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케터로서 점차 새로운 가치를 추종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는 것을 느꼈지만, 우리는 직접 목도하기 전에는 현상을 믿기 어렵죠.  기업가가 사회활동가가 되게 하는 고객들은 실제로 존재하고 작은 포션이 아니란 것을 확인했습니다.



콩고기 만두와 콩고기 스테이크.  캠프 파이어에서 환경 이야기를.


캠프에서 콩고기의 인기는 상당했습니다. 소고기와 닭고기, 돼지고기 타코의 옵션이 있었지만 제 앞에 줄을 선 그녀들은 모두 콩고기를 골랐어요.  캠프 파이어에서 불멍을 때리는 와중에도 우리는 수다를 열심히 떨었는데, 환경 이야기가 메인 이야기였어요.


대화 중에 직업을 말하지 않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테크 스타트업에서 일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성장에 목마른 이들과 네트워크를 쌓아왔어요.  어떤 조직에서 어떤 롤을 맡고 있느냐가 제 정체성의 큰 축이었죠. 성장, 성장은 스타트업계의 생존 공식입니다.  조용하거나 작은 비즈니스, 그리고 느릿한 확장은 테크 스타트업과 공존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유저를 빠른 시간에 확보해서 시드를 태우며 J 커브를 그려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모인 사람들은 나의 직장과 직함이 충분한 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어요. 'So What? 더 깊은 이야기를 꺼내봐'라는 듯이요.


요즘 테크 스타트업계가 좋지 않습니다. VC는 투자를 꺼려합니다. 길어진 Recession의 늪에서 돈이 생태계 제일 아래인 스타트업까지 흐르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 잘 나가던 미디어 커머스 기업들도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미디어커머스가 무엇이냐 하면,  유튜브와 페이스북 광고에서 많이 보셨을 거예요.  기존 상품을 OEM해와서 멋들어지고 눈이 동그래지는 광고들로 빠르게 많이 파는 사업을 말해요.  상품에 대한 R&D없이 광고에 가장 큰 비용을 지불합니다.


고객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커머스에서 돌리는 광고에 혹해서 상품을 구매해보았지만 퀄리티에서 실망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브랜드에 염증을 느낍니다.  


브랜드를 만들고 판매하는 이들은 발은 땅에 두면서도 머리는 하늘을 바라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성장만 좇아서는 이익을 회수하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요.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 브랜드의 전부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캠프에서 만난 한 여성은 환경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싶다며, 시작은 거실에 사람들을 초대해 환경에 대한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하는 밋업(meet up)의 형태가 될 거라 했습니다.






이본 쉬나드의 저서 '파타고니아, 파도가  때는 서핑을' (Let my people go Surfing' 보면 클라이밍 장비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던 초창기 시절의 이본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본은 자본주의를 싫어하며, 사업에 매몰되기보다는 언제든 요세미티에 클라이밍을 하고 서핑을 하러 나가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사업가이면서도 그런 자신을 지독하게 싫어하고 있었죠.  그래서 기존의 사업 규칙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가는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기존 시장을 따라가면 자신이 싫어하는 탐욕스러운 자본가가  테니까요.


어렵죠. 어려워요.  

사업하는 이들이라면 '나는 사회활동가가 아니라 사업가예요!'라는 아우성과 불만을 던지고 싶을 만해요.


그럼에도 기업가가 오래 회사를 키우고 브랜딩을 하고,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이본의 저 말을 기억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I never wanted to be a businessman" 을요.


매거진의 이전글 틱톡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4가지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