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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워킹맘 손엠마 Jul 26. 2019

육아휴직 10개월동안 이룬 4가지

육아휴직 기간동안 나름의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임하는 엄마들이 많다는 것, 나도 안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고 첫째 아이 육아휴직 때는 그 어느 것도 하지 못하고 온전히 '아, 내가 진짜 엄마가 되었구나.'라는 사실만 뼈저리게 깨닫는데 썼기 때문에 둘째 때는 좀 다르게 지내고 싶었다. 물론 첫째 때도, 집에만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 딸을 위해 육아휴직 10개월쯤에 친정엄마께서 자유시간 2,3시간을 매일 주셨지만, 그땐 책을 많이 읽지도, 운동을 하지도 못하고 정말 그냥 '멍'만 때리다 집에 들어갔던 것 같다. 그만큼 '엄마'라는 무게가 나에겐 조금 버겁기도 했고, 지치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얼마 전 올해 초반에 쓰던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발견했고, 그 곳에서 '하고 싶은 목록'을 발견했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과 겹치는 것도 있고, 버린 목록도 있지만 역시나 '나'를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더 소중한 존재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요새 첫째에게 자주 찍어주고 있는 '참 잘했어요' 도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복직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터라, 나의 육아휴직기를 정리해보았다.




01. 도로주행 삼수 만에 붙은 운전면허


운전면허를 따는 것은 정말이지 인생의 숙원사업이었다. 평소 차를 무서워 해서 면허는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고 싶었는데 그 시점이 둘째를 출산하고 난 다음이었다. 남편의 지방 발령으로 주말 부부 기간이 길어졌고, 차가 멀쩡히 주차장에서 숨쉬고 있는데 택시를 타고 다니기가 아까워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애 둘을 데리고 다니려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날씨가 풀리는 3월 말쯤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해서 필기와 기능을 한 방에 합격하는 스피드를 보여주었지만, 행운의 여신은 거기까지였다. 첫 번째 도로 주행은 출발하자마자 화단을 박는 바람에, 두 번째 도로 주행은 코스가 아닌 곳으로 얼떨결에 가버려서 광탈했다. 그리고 남편과 2일 동안 3,4시간을 연습하고서야 95점으로 합격했다. 늦게 합격한 탓에 제주도 한달살이에서 운전을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육아휴직 때 면허를 딴 건 신의 한수였다.  


02. 아이들과 제주도 한달살기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갔지만, 제주도가 생각날 정도로 남편과 나는 제주도를 좋아한다. 매년 한 번씩은 꼭 가는데, 이번에는 시간 여유가 있는만큼 길게 다녀오고 싶었다. 마침 '한달살기'가 유행하고 있던 터라, 나도 도전해보고 싶었고, 다녀온 지금은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음을 온 몸이 기억하고 있다.

친정엄마, 5살 첫째, 7개월 둘째를 데리고 매일 바다에 놀러가며 소라게를 잡고, 열심히 놀고 들어와서 바쁘게 저녁을 차려 먹이고, '머슴밥'을 먹던 첫째의 표정과 그날의 분위기들이 모두 기억난다. 더불어 그간 친정엄마에게 아이만 맡기고 같이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었는데, 엄마에게도 좋은 추억을 남겨드린 것 같아 행복했다. 하루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와 핸드폰에서 매일 사진을 보시던 그 모습조차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조금 덧붙이자면, 아이가 너무 어린 것 아닌가 싶을 수 있겠지만, 7개월 딸아이는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고, 5살 아드님이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로 인해 두드러기가 살짝 났었다는 것 빼고는 무탈했다. 오히려 아이들은 멀쩡했고, 온갖 여행준비에 시달리던 내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다래끼가 나서 엄청 고생했다는 후문이 있다. 


03. 독서모임 다니기


평소 책을 읽는 것은 좋아했지만, 책을 읽는 누군가와 만난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바쁘기도 했고, 어차피 내가 혼자라도 읽는 게 중요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나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선택했던 독서법에 관련된 5권 정도의 책에서는 모두 '독서모임'에 나가라는 신의 계시를 내리고 있었다. 


독서모임에 나간 첫 날, 누군가의 자기소개를 들으며 울어 버렸다. 만난지 한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책을 읽는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가 이런건가' 느끼게 되었고, 그 모임은 그렇게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꾼 소중한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인연이 오래 되지 않지만, 누군가 나의 앞날을 묵묵히 지지해주고, 응원해준다는 것은 정말 값진 보물이다. 


04. 나의 꿈 찾기 - 글을 쓰는 작가


결론적으로 나의 육아휴직에서 가장 중요한 미션이 있었다면, 그것은 '나의 찾기'였다. 첫째 육아휴직 때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찾지 못했기에 이번은 간절했고, 절실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글쓰기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표현하는 즐거움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다.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의 작가 김수연씨는 글쓰기가 '똥싸기'와 같다고 했다. 인체에서 똥을 만들고 배출하는 것이 자연스런 과정인 것처럼, '똥마려운' 순간이 오듯, '글 마려운'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글을 쓰고 보니 나도 알았다. 내가 얼마나 '글 마려운' 사람이었는지, 내가 얼마나 '나'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듣고 싶어 했었는지, 내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는지 말이다. 어쩌다 생긴 둘째였지만, 덕분에 내 꿈을 찾게 해준 아이라 평생 은인으로 모시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이제 곧 회사로 복직하는 시기가 다가오지만,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는 내가 느끼기에도 너무 다르다. 그렇기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몹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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