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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워킹맘 손엠마 Aug 28. 2019

사랑을 돈으로 때우지 말 것 (ft. 워킹맘의 죄책감)

둘째의 11개월 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그간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시지만 마음 한편에는 이 생활을 하기 위해 나의 아이들과 친정엄마가 감당해야 할 시간들이 있기에 항상 마음이 편하지 않다. 특히나 8시 넘어까지 자던 아이들이 나의 기상시간(6시)에 맞춰 같이 일어나는 사태가 일어나서, '잠=성장=몸무게=키'의 공식이 머릿속에 항상 있는 나로선 정말이지 심기가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연근무제를 적용하는 회사인지라 출근은 8시, 퇴근은 칼같이 5시에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역시나 막상 회사에 와보니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회의가 많았고, 밤 8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한 적도 있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삶이 있고, 나에게는 나만의 삶이 있으니, 이것은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 감당해야 할 것들이라고 단단히 정신 무장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나는 엄마이기에 이런 일상이 반복될수록 쌓여가는 죄책감, 미안함, 안쓰러움 같은 감정들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평일 어느 날, 아끼는 동생과 같이 점심을 먹게 되었다. 아직 미혼인 그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워킹맘 밑에서 자랐고,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여동생도 있었다. 그녀를 안 지 10년이 넘었기에 우리는 그간의 세월들을 짚어가며 결혼과 육아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언니, 내가 지금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고 나서 생각하니까 워킹맘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돈으로 때우지 말라는 거야."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 했다. 물론 이성적으로는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죄책감을 돈이나 물질(이를테면 장난감, 옷, 신발 등)로 메꾸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쯤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어김없는 주말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평일엔 이런 거 못 사주니까' 또는 '같이 못 있어주는데 이런 거라도 있어야지'라고 생각하며 아이에게 장난감, 신발, 옷 등을 사주게 된다. 더불어 엄마, 아빠가 자리를 비운 티가 나지 않으려면 깔끔하게 차려입고, 좋은 것을 걸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출근한 지 일주일이 지나고 보니, 첫째가 원하는 것은 '엄마의 퇴근 후, 자기 방에서 같이 놀아주는 1시간'이 전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허겁지겁 저녁을 먹는 나에게 거의 항상 1가지를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요구한다. 바로 자기 방에서 같이 노는 것. 그 시간을 위해 아이는 엄마가 없는 시간을 견뎌온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엄마가 항상 네 편이라는 걸
아이에게 알려줬으면 좋겠어"


얘기를 나눴던 동생은 워킹맘이었던 엄마가 시간적 , 물리적 공백에 대한 보상을 돈으로 하려고 했었고 정서적으로 가깝다는 심리적 케어를 받지 못했던 게 아직까지 상처로 남아있다고 했다. 물론 그녀도 지금은 그 시절의 엄마가 워킹맘으로서 자신과 동생을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말이다.


 복직 전, 같이 있어주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양보단 질로 승부하자고 다짐했건만 역시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데 동생의 조언이 큰 깨달음을 주었다. 워킹맘의 육아는 역시 양보단 질인 것이다.




이 이야기를 나누기 전인 복직한 첫날 밤, 첫째 아이에게 해줬던 말이 떠오른다. 항상 눈 뜨면 보이던 엄마가 없자, 첫째는 일어나자마자 할머니에게 달려가 울기 시작했고, 아침 7시도 되기 전에 울먹이며 내게 전화를 했었다. 매일 아침을 그렇게 지낼 수는 없기에 잠들기 전, 첫째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지후야, 내일부턴 지후가 일어나도 엄마가 회사에 일찍 가기 때문에 눈뜨면 침대에 없을 거야. 그래도 엄마는 항상 지후 옆에 있는 거고, 엄마가 항상 지후 지켜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지?" 


그리고 다음 날 새벽에 자다가 잠깐 잠에서 깬 첫째가 엄마가 아직 옆에 있다는 걸 확인하더니, 잠결에 이렇게 말했다.


 "엄마, 지켜줘서 고마워."


우리는 서로를 꼭 안고 다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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