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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워킹맘 손엠마 Dec 17. 2020

여보, 나한테 관심 좀 가져줘

연애 7년, 결혼 7년차 아내의 애정 구걸기

여보, 우리 5분만 이야기하자


인트로를 이렇게 시작한다면 다소 많은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미리 밑밥을 깔고 시작해야할 것 같다. 남편은 '아이를 키우려면 엄마가 성장해야 한다'는 다소 빡쎈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아내를 위해 강의를 듣는다고 하면 기꺼이 육아를 맡아주고, 빨래 / 설거지 / 재활용 등 각종 집안일을 후다다닥 해내는 1등 신랑감이다. 시부모님께서 일찍부터 맞벌이를 시작하셔서 그런지 남편에게 '집안일'은 남자가 '도와주는'것이 아닌 '함께' 한다는 인식이 이미 DNA에 내장되어 있어 집안일의 분담을 설득할 필요도 굳이 없었다. 더불어 요새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나를 위해 매주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에서 쉬고(?) 오고 있으니 나로써는 정말이지 고객 만족도100000%에 달하는 남편인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스물스물 정말 이상하게도 '갈증'같은 것이 느껴졌다. 분명 우리의 일상 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이 잘 흐르고 있었는데 용변을 보고 마무리를 하지 않은 것처럼 찝찝함이 느껴지는 이 '갈증'의 원천이 어디일까 곰곰히 생각해보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부부의 시간', '부부의 은밀한 대화'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아침 7시에 집에서 나와서 퇴근하고 7시 반쯤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을 10시쯤에는 재워야하니 우리 부부에게는 2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있는데 대부분 저녁 먹고, 치우고, 방 정리하고, 잠깐 아이들과 놀아주면 끝나기 때문에 남편과 사적인(?) 대화를 할 시간은 거의 없다. 아이들과 노는 시간에 이야기하려고 하면 두 녀석이 쌍나팔을 불어대는 바람에 마치 가족오락관에서 고요속의 외침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기 때문에 이미 저녁 9시만 넘어가면 아이들도, 나도 헤롱헤롱 거리기도 하니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서로를 마주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프랑스 육아처럼' 이란 책을 보면 프랑스에서는 부부가 일주일에 한 번, 데이트를 하기 위해 시터까지 고용해가며 부부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애쓴다고 한다. 나는 정말이지 이 대목에서 무릎을 탁 쳤다. 행복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이 행복해야 하는데, 나의 경우 그 행복의 원천은 '나의 성장'과 '남편, 가족과의 시간'이었다. '나의 성장'은 아침 일찍 일어나 책도 보고, 글도 쓰며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쑥쑥 키우고 있는데 정작 '남편과의 시간'을 보내는 횟수가 줄어들다 보니 갈증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이 갈증은 나에게 정확히 캐치한지 2,3주쯤 되어 이렇게 표현되었다. 


여보, 나한테 관심 좀 가져줘


성장을 갈망하는 아내를 위해 주말도 시댁에서 헌신하는 남편은 짐짓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치 '이보다 더 어떻게?'인 듯 했지만, 나에겐 나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굳이 무언가 이야기할 '꺼리'가 없더라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엔돌핀을 생성시킬 시간 또한 너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고, 남편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런 답변을 주었다. 


"우리 그럼, 일주일에 한 번 치팅데이(야식으로 떡볶이나, 치킨 등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는 것)하면서 이야기 많이 하고, 대신 각자의 시간도 필요하니 격주로 토요일에 자기만의 시간을 주자."


사실, 나는 이 감정을 느낀지 얼마 되지 않았었는데 남편은 이미 우리가 새 집으로 이사 오기 전인 1년 전부터 '자신'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노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줬고, 그 때부터 혼술을 하거나 운동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말해주었다. 단순히 남편이 운동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하는 줄로만 알았던 나에게는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고, 친구들을 만나서 흥청망청 먹는 것도 아닌데 집에서 하는 혼술도 술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남편의 '외로움'과 '의연함'이 나의 '관심욕구'를 한방에 이기고 우리 부부의 침실을 가득 메웠다. 


가슴이 조금 먹먹했지만, 남편이 느꼈던 감정들을 더는 혼자 느끼게 하고 싶지 않기에, 삶의 다양한 변수들이 우리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잡아먹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할  것이다. '정서가 흔들리는 천재는 오래갈 수 없고, 아이의 안정된 정서는 행복한 부부관계에서 시작된다'는 어느 책 속의 구절처럼 서로를 향한 지속적인 '노력'이 두 아이들에게 행복으로 전해질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렇게 우리는 1주일에 한 번, 불금의 '치팅 데이'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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