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는 동안의 시간
"까득, 까드득."
이유식을 먹는 나이인 로티는 매번 한티, 버티의 사료를 불려 간장종지에 담아주면 접시에 코를 박고 온갖 소리를 내며 밥을 먹곤 했다. 어느 날 아침 알림이 채 울리기 전 나는 누군가 사료를 씹어먹는 소릴 듣고 잠에서 깼다. 침대엔 한티와 버티가 그대로 있는데, 이 사료 씹는 소리는 누가 내는 거지?
밥그릇 쪽을 보니, 밥그릇보다 한참 작은 로티가 키가 잘 안 닿았는지, 밥그릇을 거의 올라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의 사료를 씹어 먹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기고양이는 정말 금방 자라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로티가 쓸 식기를 주문했다. 그렇게 내 하루 일과에서 물을 따뜻하게 데우고 사료를 넣어 불린 뒤 손바람으로 사료를 식히고 간장종지에 담아 로티에게 건네주는 일과는 없어지게 되었다.
로티가 사료를 먹기 시작한 무렵, 나는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간절히 바란 회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그 소식을 접한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자리였다. 그래도 이전보다 더 큰 규모의 회사다 보니 어쩌면 기회이기도 했다. 이전에는 팀원이 세명뿐이었는데 이곳은 열두 명이었고, 그만큼 서비스의 규모도 컸다. 더군다나 소개를 통해 들어온 나는 이곳에서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야근을 했다. 집에 돌아오면 이미 새벽이었고, 대여섯 시간 뒤엔 다시 출근 준비를 해야 했다. 집에 돌아올 때면 자다가 덜 깬 눈으로 한티와 버티가 마중을 나왔다. 로티는 잠에 취해 나를 마중 나오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내가 잘 때면 항상 내 옆구리에 찰싹 붙어 깊게 잠들곤 했다.
"고양이 세 마리나 키운다면서요! 사진 있어요?"
"맞아요, 첫째는 세 살, 둘째는 두 살, 막내는 세 달 넘어가요."
본인도 고양이를 키운다는 팀원이 아이들을 궁금해했다. 한티, 버티, 로티의 사진을 보고 너무나 사랑스럽다며 막내는 세 달이면 엄청 작겠다며 얼마나 작은 지도 물었다.
"로티는... 리모컨만 해요! 그런데 요즘 워낙 잘 먹어서..."
가만 생각해 보니 리모컨만 했던 때는 로티가 막 두 달 되었던 때였다. 팀원분의 말을 듣고 보니 로티 사진을 언제 마지막으로 찍어줬는지 가물가물해 잠시 사진첩을 들여다보았다. 분명 이직을 준비하는 동안 사진을 참 많이 찍어줬는데, 이직하고 나서 두 달 가까이 사진을 거의 찍어주지 않은 것 같았다. 사진을 보여달란 팀원의 말에 두 달 때 사진을 보여줬다는 것도 그때 알아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던가?
"아후 그래도 집에 일찍 들어가면 좋은데, 이때가 제일 예쁠 때잖아... 저는 애들이 다 커서 구조해 온 애들이라 이런 아깽이 시절이 없었거든요."
팀원의 말을 듣고 나니, 로티가 자라는 동안 내가 로티의 시간에서 빠져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로티를 들어보니 아이는 확실하게 자라 있었다. 무엇보다 버티를 계속 쫓아다니는데 나를 낯설어한다는 생각도 들었고, 로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집에 올 때면 로티는 숨어있기 바빴다. 항상 사람과 붙어 자라온 한티와 버티는 사람들을 항상 반겼지만.
로티의 마지막 예방접종 날, 오자마자 로티의 체중을 재는데 이미 1.8킬로그램이었다. 수의사 선생님도 체중을 확인하고 허허하고 웃었다. 병원에 처음 올 적만 해도 1킬로그램이 안되었는데 로티가 얼마나 자랐는지 수치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어우, 자이언트 베이비인데~ 두 달 뒤에 중성화하러 오면 딱 되겠어요."
수의사의 농담에 되려 씁쓸함이 들었다. 담요 속에서 무게도 느껴지지 않던 그 작은 고양이가 벌써 2킬로그램이 다 되어간다는 사실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창 여유로운 때 로티가 나타나줬기 때문에 별 걱정 없이 데려와놓고, 아이를 너무 혼자 두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날 부로 로티의 사진을 무척 열심히 찍어줬지만, 약 두 달간의 공백은 지금은 어떤 수로도 채울 수가 없다. 물론 그 이후로도 야근은 줄어들지도 않았고, 나는 주말에만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보호자가 되고 말았다. 로티는 그렇게 한티와 버티의 품에서 어른고양이로 자라났고, 두 고양이의 방식을 따라 이 작은 세상을 배워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