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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팔이 Feb 13. 2021

(프롤로그) 세상에 정답이 있을까요?

저의 글은 정답이 아닙니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제삼자가 될 수 없어요.



  요즘은 ‘객관적으로’라는 말을 통해 자신이 정답인 것처럼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반항아 기질이 있는 저의 경우 ‘객관적’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객관적’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자기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거나 생각하는 것’이라 합니다. 즉, ‘객관적으로 볼 때’라는 말은 말하는 사람이 완벽한 제삼자의 입장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인데 이 가정이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제삼자가 될 수 없습니다.


마름모 이론


  과거,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여 세상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나눠지는 이분법적인 세상이었다면 이젠 너무나 다양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다양성이 넘치기 때문에 제삼자의 의견은 제각기 다르죠. 독자님에게 ‘어떻게 해야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를 만들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한다면 어떻게 대답하실 건가요? 다들 자신이 생각하는 훌륭한 레시피를 말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프라이팬에 고기를 누룽지처럼 굽다가 버터를 마지막에 끼얹는 게 좋다고 할 것이고 '자고로 소는 덜 익혀 먹어야지!' 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아참! 음식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들은 1)수비드, 2)리버스 시어링 혹은 3)포치를 하는 게 좋다고 할 거예요. (혹시나 이 방법을 아시는 분들은 나중에 저와 음식 얘기로 깔깔깔 떠들어봐요!) 이외에도 수많은 의견이 있겠죠. 여러분은 이 중에서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어리석은 질문처럼 들릴 수 있지만 수년간 유튜브 요리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이 싸운 주제랍니다.


  네티즌, 방송국 패널들은 스테이크 굽는 방법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했었죠. 스테이크를 맛있게 굽는 방식은 다양한 사람들의 개개인별 취향과 상황에 적절한 게 있을 뿐 만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절대적인 정답이란 없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백종원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마름모 이론처럼 대중들이 선호하는 방식이 있겠으나 그것이 절대적인 방식이라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대다수의 사람이 좋아할 만한 스테이크를 만들 수 있겠죠. 우리는 그것을 정답이라곤 하지 않습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Join, or Die)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우주가 어떤 규칙과 계획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완벽한 이치 혹은 답이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의외로 확률에 의해 움직인다고 하네요. 하물며 명확하게 정답이 있을 것 같은 과학에서도 확률적인 얘기를 하죠. 4)양자역학에선 하늘 위에 있는 달조차 관측하기 전까지 달이 존재하는지 절대로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확률적인 관점에서 짐작할 뿐이죠. 혹자는 ‘과학이 이런 헛소리를 한다고?’, '양자역학 이거 이거... 사이비이구만!'이라고 말씀하시겠지만 양자역학은 훌륭한 학문입니다. 양자역학이 있기에 우리나라 경제 효자 상품인 반도체를 만들 수 있거든요. 이외에도 우리가 정답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뒤바뀐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옛날엔 축구 국가 대표선수들은 운동을 한 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게 정답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운동 후 스트레칭을 잘하지 않는다고 해요. 새로 발표된 논문들에 의해 운동 후 스트레칭이 좋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서 운동 후에 스트레칭을 하지 않은 게 정답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훗날 발표될 논문에 의해 다시 뒤바뀔 수 있거든요! 단지 현시점에서 ‘스트레칭을 하지 않는 게 더 좋다.’라고 하는 논문들이 더 타당성이 있기에 후자를 따를 뿐입니다. 참고로 요즘은 운동 후 얼음 샤워나 충분한 영양보충을 해준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타당성을 갖출 수 있을까요? 저는 알파고와 아인슈타인의 일화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제 전공수업인 ‘소셜 네트워크’, ‘경영정보학’ 전공수업에서 교수님이 해주신 질문이 있어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걸까?’, ‘인류가 이세돌 9단을 이긴 걸까?’, ‘내가 보기엔 인류가 희대의 천재를 이긴 것 같아.’ 20대 초반엔 교수님의 말씀이 헛소리로 들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죠. 당시 알파고는 인간이 만들어 낸 약 8000만 건의 5)기보를 기반으로 6)딥러닝을 했습니다. 알파고의 수는 인간이 둘 수 있는 수에서 비롯되기에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판은 1 대 多인 셈이죠.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의 7)78수에 한판 졌지만 이를 학습해 더 높은 경지에 올라 최종적으로 승리했습니다.


양자역학이 확립되었다고 여겨지는 제5회 솔베 회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인물을 뽑는다면 여러분은 누구를 뽑으실 것 같나요? 저는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떠오릅니다.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를 비판해왔습니다. 그는 여러 실험과 주장을 내세우며 비판해 왔고 잠시나마 학계에서 양자역학이 틀린 것처럼 여겨진 적이 있었죠. 하지만 양자역학을 지지한 과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아인슈타인이 진행한 실험과 주장을 반박 및 증명하면서 더욱 타당성을 갖춘 학문으로 발전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로를 배척하면서 동시에 보완하는 양상이 된 거죠.


  완벽해 보이던 이세돌 9단도, 인류 최고의 두뇌를 가진 아인슈타인도 불완전한 상태였습니다. 여기엔 예외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빈틈은 누군가에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이를 해결함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유토피아에 가까운 경지. 즉, 100프로에 수렴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우리는 불완전한 상태이기에 혼자의 힘으로 부족합니다. 타당성을 갖추기 위해선 여러 사람들이 함께하고 비판하고 이를 반박하는 소통인 토론의 형태로 8)상보성을 갖춰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밖에 훌륭하신 분들의 선행연구나 활동을 참고하고 공부하는 것도 우리가 타당성을 갖출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죠!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해 물리학이 발전한 것처럼요. 이 발전엔 훌륭하신 분들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토론이 가득할 겁니다.




나를 따라라! 말고 같이 가봐요



  세상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패션에도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타당성을 더 갖췄을 뿐이죠. 그래서 제 글은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최대한 타당성을 갖춰 책을 통해 여러분과 대화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패션의 희대의 난제라 불리는 '카피와 모티브 그리고 창작'에 대해 주로 현대 예술 관점으로 다루어 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시가 나올 거예요. 미술이나 음악에 대한 얘기도 나옵니다. 심지어 이 책의 끝에선 살짝 경영에 관한 이야기도 나와요! 카피는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늘 화두가 되거든요. 여러 분야의 예시를 우리 주제에 접목해 보여줄 생각입니다.


  여러분이 패션을 무에서 유로 창조하는 것이라 믿는 입장이라면 제가 주장하는 모티브에 대해서 좋아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또한, 다들 카피하니까 카피를 해도 된다는 입장에서도 제 글을 싫어할지 몰라요. 그래서 독자님 중 누군가는 처음엔 이 책에 내용 중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느끼실 겁니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주신다면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거예요!


  참고로 이 책은 제가 정답이니 여러분을 가르치거나 설득하고자 글을 쓰는 게 아니랍니다. 그러니 비난만큼은 호주머니에 잘 넣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이 책이 논란을 야기하거나 누군가가 화가 나길 바라고 쓴 것이 아니에요. 다만 우리 사회가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해보는 게 어떤가?' 바람에서 쌌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나온 내용을 열린 마음으로 읽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려요. 더 나아가 제 글을 보고 의문을 가지시고 비판을 하시며 읽어 보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독자님만의 생각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제 글을 더해 더욱 풍부한 사고를 가지시게 된다면 저는 행복할 것 같답니다. 저에게 있어 그것보다 보람찬 일은 없어요!


9) Martin Margiela


팀으로 일할 때 경계를 넘어설 수 있다

-마틴 마르지엘라-


  장황한 프롤로그! 어떠셨나요? 읽을 준비가 되셨다면 이젠 저와 한 팀이 되어 한 배에 타신 겁니다! 그래야 험난한 난제의 파도를 헤쳐 나아갈 수 있어요. 이세돌 9단도 알파고에게 지고 아인슈타인도 틀립니다. 저는 앞서 소개한 사람들이나 독자님처럼 똑똑하지 않아요. 저는 자주 전철역 앞을 '역전앞'이라고 말할 정도로 멍청합니다. 하하.. 그러니까 우리는 팀이 되어야 합니다. 저보다 훨씬 똑똑한 독자님이 제가 주장하는 것을 비판해 주시며 도와주세요..

 

  우리 팀의 목표는 창작과 카피에 대한 사고 확장입니다.  내부에선 합치되는 의견이 있겠지만 반대되는 의견도 나올  있어요.  책을 읽는 과정 속에서 떠오르는 모든 생각의 과정이 우리 앞을 덮칠 파도를 넘는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 팀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겁니다. 누군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지라고 말할지 몰라요. 하지만 우리가 목표의식을 잃지 않고 이기는 토론이 아닌 목표 도달을 위한 토론을 한다면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를  있을 겁니다. 제가 우리 배의 항해사가 되겠습니다! 혹시 몰라요. 마틴 마르지엘라처럼 엄청난 일을 만들어 버릴지도..! 마틴 마르지엘라를 모르신다고요? 괜찮습니다. 이제  누군지도   있을 거예요. 이젠 저와 함께 여정을 떠나봐요!







1) 수비드 : 진공포장이나 변형 공기 포장에 음식물을 넣어 정확히 계산된 온도의 물로 가열하여 조리하는 방법

2) 리버스 시어링 : 오븐 같은 기구를 통해 비교적 낮은 온도로 음식물의 심부온도를 높인 후 조리하는 기법

3) 포치 : 고기를 용액에 넣어서 삶아서 조리하는 방식

4) 양자역학 : 입자에 관한 물리학 기초 이론

5) 기보 : 바둑이나 장기를 둔 내용의 기록

6) 딥러닝 : 기계학습 기법 중 다층 인공신경망 기법, 사람의 작업을 대신 수행하도록 컴퓨터를 학습시키는 머신 러닝 중 하나

7) 78수 : 신의 한 수

8) 상보성 : 불확정성 원리에 의한 양자역학의 해석을 강조하기 위해 도입한 철학적 개념

9) Martin Margiela(마틴 마르지엘라) : 벨기에의 패션 디자이너.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메종 마르지엘라의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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