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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팔이 Feb 05. 2022

디자이너가 누구에게 영감 받는지 아시는 분?

우리는 위대한 디자이너는 알아도 개척자는 몰라요.


선행된 결과물이 있어야 혁신가가 나타납니다.



  파릇파릇한 대학생 조별 발표처럼 질문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여러분! 전기 모터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이 누군지 아시나요? 정답은 바로 에디슨.. 이 아닌 '토마스 대븐포트(Thoma Davenport)'입니다! 토마스 대븐포트는 1837년 '자기와 전자기를 통한 추진 기계의 개선'이라는 미국 특허를 받았다고 합니다. 토머스 에디슨이나 니콜라 테슬라 반세기 빨리 전기 모터에 대해 개발을 한 사람이죠. 아쉽게도 1800년대에는 축전지의 수준이 너무 낮았고 전기 설비 등 기반시설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전기 모터를 대중화시키지 못하였고 영향력이 낮으니 우리는 대븐포트가 누군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에디슨이나 테슬라는 알고 있죠. 테슬라는 자동차로 더 알려진 것 같지만요.


폴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


 나의 유일한 스승이며 아버지 같은 존재

- 파블로 피카소 -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파블로 피카소의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다들 보고 오셨나요? 아쉽게도 저는 '大 코로나 시대'에 가족 중 병원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두 명이나 있어 못 갔습니다. 한국전쟁을 표현한 '한국에서의 학살' 원작이 온 전시회였기에 못 본 게 한이 되는 것 같습니다. 피카소는 전쟁의 참상을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1)입체파로써 더 유명하죠. 그런 그가 입체파 화가가 될 수 있게 발판을 마련해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폴 세잔(PAUL CÉZANNE)입니다. 폴 세잔은 입체주의와 대상의 객관적 진실을 표현하려는 현대미학의 뿌리를 제시한 작가입니다. 폴 세잔이 그린 '사과와 오렌지'는 피카소를 비롯한 많은 입체파 화가들이 미술씬에 등장할 수 있게 영향을 주었죠. 엄청난 사람인 건 분명하지만 아쉽게도 폴 세잔이 누군지 모르시는 분이 많을 거예요.


  미술사 최고의 폴 세잔 사과 얘기가 나왔으니 현대판 최고의 사과도 말해봅시다! 바로 호모 사피언스에서 2)호모 모빌리쿠스로 진화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준 애플이죠. 애플은 사용자 편의성을 중요하게 여긴 회사입니다. 그렇기에 기술 중심의 회사라기보다 디자인 중심 회사입니다. 물론, 엄청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요. 그래서 회사 내 디자인을 이끌 사람이 중요합니다. 조나단 아이브 (Jonathan Paul Ive)가 그 일을 해냈죠. 조나단 아이브는 애플의 디자인 DNA를 만들었고 많은 경쟁사들이 애플의 디자인을 참고했었습니다. 그의 영향력은 주식에 반영되기도 했죠. 조나단 아이브가 애플을 떠난다고 했을 당시 애플의 주가가 약 1%가 떨어졌습니다. 이는 한화로 환산하면 무려 10조 원 수준입니다. 애플의 팬이었던 저에게도 조나단 아이브의 퇴사 소식은 너무나 아쉬웠죠. 그보다 애플의 철학을 디자인으로 표현할 인물이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도 그렇고요.


디터람스


애플의 디자인은 디터 람스(Dieter Rams)의 디자인을 참고한 것

- 조나단 아이브 -


  근래에 들어 '나혼자 산다'에 3)미드센츄리가 나오며 관심을 가지게 된 탓인지, 유튜브를 통해 디터람스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탓인지 몰라도 많은 분들이 그에 대해 알고 계시는 듯합니다. 디터람스는 산업디자이너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거장으로 독일의 전자제품 회사인 브라운의 수석 디자이너 출신입니다. 당시 브라운에서 만든 제품들은 아카이브로써 인정을 받으며 옛날 전자제품인데도 고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성능을 인정받아 고가를 형성했다기보다 그만큼 디자인이 훌륭했다는 증거겠죠. 디터람스의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했으며 좋은 디자인을 위한 십계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래 십계명을 읽어보면 조나단 아이브가 디터람스의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1.  혁신적이다.

2.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3.  아름답다.

4.  제품을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5.  정직하다.

6.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는다.

7.  오래 지속된다.

8.  마지막 디테일까지도 철저하다.

9.  환경친화적이다.

10.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생활 속 위대한 혁신가 혹은 예술가가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래전 인물이기도 하고 접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깐요. 하지만 위대한 혁신가나 예술가에게 영향을 주었던 개척자들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같은 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피카소의 4)게르니카 같은 대작은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고 디터람스에게 영향받은 조나단 아이브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슬라이드 폰을 쓰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편하지 않다면 쓰질 않으니깐요. 마치 학교 선배들이 좋은 취업 선례를 만들면 후배들이 그 방식을 따라가 취업하는 형태랑 비슷한 것 같아요. 그 선례들이 내리사랑으로 전해지는 것처럼요.




위대한 디자이너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롤로그에서 언급된 마틴 마르지엘라에 대해서 한 가지 알아 가보죠. 마틴 마르지엘라는 패션계에서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라고 불립니다. 디터람스처럼 많은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준 사람이거든요. 그런 마틴 마르지엘라도 꼼데가르송의 디렉터 레이 카와쿠보에 영향을 받았죠. 동양인 중 이 정도로 영향력이 큰 패션 디자이너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우리나라에서도 레이 카와쿠보 같은 인물이 나와줬으면 좋겠네요.


버질 아블로의 마지막 SNS 게시글


  작년 패션계에서 가장 큰 사건을 뽑자면 루이비통의 디렉터 버질 아블로의 사망일 거예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의 디자인 철학을 간단히 말해보자면 기존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 단 3%만 변화를 주는 것이었죠. 루이비통의 디렉터만 기존의 것을 변형했을까요? 다른 명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찌의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1980년대 부틀렉 문화를 이끈 대퍼 댄(DAPPER DAN)의 영향을 받아 컬렉션을 만들기도 했죠. 이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죠.







1) 입체파 : 물체를 다양한 시점에서 조망하여 많은 시각의 복합체로서 희화화한 스타일

2) 호모 모빌리쿠스 : 휴대폰 사용을 생활화하는 현대 사회의 인간형

3) 미드센츄리 : 1930년대 후반부터 1940~60년대 중간 세기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한 인테리어 양식 

4) 게르니카 : 에스파냐 내란을 주제로 전쟁의 비극성을 표현한 피카소의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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