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동양의 패션 1-1
유럽만큼 숫자상 완벽한 균형을 좋아하는 대륙은 없을 것 같아요. 이를 잘 보여주는 예시로 유럽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입니다. 그는 황금비율을 바탕으로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인체비례도) 등 세기를 넘나들며 사랑받는 대작을 만들어 냈죠. 대작들을 통해 보여준 황금비율은 수많은 사람에게 환상을 심어주기 충분했습니다. 그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영향이었을지, ‘황금’과 같은 완벽해 보이는 수식어가 ‘비율’과 결합한 탓인지 잘 모르겠지만요. 이 지나친 환상은 유명 조각상과 관련한 왜곡된 진실을 만들어 냈습니다.
유럽의 현지 가이드에게 예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황금비율에 대해 자주 듣습니다. 특히나 조각상의 아름다움을 설명할 때 많이 사용하죠. 대표적으로 비너스 상이나 다비드 상이 있습니다. 현지 가이드들은 두 조각상이 1:1.618 황금비로 인해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측정해 보면 비너스상의 비율은 1:1555이며 다비드상은 1:1535이라고 합니다. 관광지에서 우리는 이 조각상들을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게 됩니다. 황금비율이 적용되었다면 우리는 조각상들의 얼굴을 보기 힘들 거예요. 상반신은 작게 보일 테니깐요. 아마 2 ~ 3층 높이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로 감상해야 될 겁니다. 우리는 가까운 거리에서 올려보는데 비율이 좋다고 느끼는 건 조각상이 사실 대두인 것이죠. 대두임에도 아름다운 경우도 있겠지만 우리는 흔히 8등신을 완벽한 비율이라고 칭하지 대두를 황금비라 칭하지 않죠. 저도 대두인데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조각상이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현지 가이드들이 조각상이 대두임을 숨겨 주기 위해 황금비율로 착한 거짓말을 한 거일 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왜 우리는 조각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위를 쳐다보기에 비율이 좋아 보이는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또는 하늘을 쳐다볼 때 생기는 경외심, 자신보다 훨씬 큰 조각상으로부터 느껴지는 압도감일 수도 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아름다움을 한 이유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단지 여러 추론을 할 뿐입니다. 이런 이유도 있겠네요. 사실, 비율이 아닌 '남성성과 여성성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곡선' 때문일 수도요.
2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 여성의 옷은 우아하고 고풍스러우며 권위적인 패션을 추구해왔습니다. 화려한 색감을 통해 권위를 표현하였고 코르셋을 조여 허리 라인을 극도로 날씬하게 보이게 하며 치마의 실루엣을 풍성하게 하는 등 여성미를 강조했죠. 2차 세계대전 당시엔 당연하게도 성별 상관없이 자신을 치장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여성에게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라고 했으며 의복에 대한 규정도 있었어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으니깐요. 모두가 전쟁터에 나가 싸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쟁 이후 시대상은 바뀌었습니다. 의복에 대한 규정은 철폐되었으며 다시 여성성을 부각할 수 있는 패션이 돌아온 거죠.
대표적으로 디올(Christian Dior)의 뉴룩(New Look)이 았습니다. 어깨는 둥글고, 가슴선 위치는 높으며, 허리는 슬림하게 조이고, 엉덩이에 패드를 대며, 스커트 길이는 무릎 아래로 넓게 펼쳐지게 옷을 만들며 국제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후 H라인, A라인, Y라인, 애로(arrow)라인을 연이어 발표하였으며 사다리꼴 모양의 실루엣을 선보인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과 더불어 발렌시아가(Balenciaga), 지방시(Givenchy), 발망(Balmain) 등 지속적으로 새로운 라인들을 발표했습니다. 전쟁 당시를 제외하면 전쟁 이전과 이후 공통된 특징은 인체의 곡선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