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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 Dec 15. 2019

온라인의 페르소나




어디까지가 진짜 나일까, 어디까지가 진짜 그 사람의 모습일까. 


분명 예전보다 더 많이 나를 드러내고 내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아졌는데, 그게 좀 더 솔직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지에 대해서는 오히려 의문이다. 어떨 땐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숨길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떨 땐 모든 것이 거짓으로 꾸며진 환상에 불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뉴스를 장식하는 이야기들은 전부 진짜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가짜였다는 소식들 뿐이다. 의혹이 제기되거나 밝혀내고 있는 중이거나 밝혀졌거나. 어떤 것들은 갑자기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허울뿐인 빈 깡통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끝도 없이 정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거짓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거짓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끝으로 내달리는지 알 수 없다.


가끔은 헷갈린다. 어디까지 솔직한 것이 좋은 가에 대해서. 누가 나를 보고 있을지 모르는 '전체공개' 세상에서 발가벗듯 나를 탈탈 털어내는 것이 진짜 솔직한 것일까. 어디까지 나를 보여주는 것이 적당할까. 나의 정체성과 개성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해 기획된 나와 남들의 시선만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나의 경계는 명확할까.




'인정투쟁의 소용돌이. 결국 독백은 외침이 된다. 형식과 실질의 괴리 때문에 더 그로테스크하기도 하다. 읽는 이들의 반응을 의식하면 할수록 실제 자신으로부터 더 많이 이탈해 온라인상의 페르소나가 되어간다. 나중에 그게 진짜 자신인 것처럼 혼동하기조차 한다.'


 -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책을 읽다가 '온라인상의 페르소나'라는 말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얼마간 머릿속에 맴돌았던 이 말을 곱씹고 또 곱씹어보았다.


sns에 올리는 독백은 진짜 독백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읽고 반응할 거라는 걸 애초에 알고 시작되는 거니까. 어쩌면 고백에 더 가까울 수도. 이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금의 시대를 상징하는 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우리 안에 수많은 온라인 페르소나가 존재한다. 


나를 대신하는 또 다른 나의 인격 혹은 내 모습을 의미하는 페르소나. 이것이 내 안에 내재된 많은 것들을 발산하게 해 준다면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일 수도 있겠다. 게다가 그것이 새로운 창의성을 위한 영감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온라인 페르소나는 세상에 의해 혹은 주변의 시선에 의해 쉽게 흔들리고 내 것이 아닌 것과 혼재된다. 


모든 것이 이미지화된다. 오늘 아침 우리 집 풍경이나 카페에서 사마신 커피 한 잔 같은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책 같은 취향, 그리고 삶에 대한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예쁜 그릇에 담긴 파스타처럼 정돈되고 꾸며진다. 어쩌면 다 내가 꾸몄다고도 할 수 있고 모든 것이 허상뿐인 온라인 페르소나가 꾸몄다고도 할 수 있다.


연예인은 이미지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그 이미지에 타격이 가는 행동들은 더 많은 비난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도덕적인 잣대에 어긋나는 일일 경우에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그리고 이미지를 팔며 대중을 배신한 누군가는 다시는 그 이미지로 쌓은 지위를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이제는 모두가 연예인인 듯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살아가고 있다.


30년 전 시대를 앞서간 가수에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의 트렌드와 맞물리는 타고난 감각과 스타일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틀에 갇히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표정과 말투, 무대매너다. 남들과 다른 것을 틀리다고 여기던 시대에 혼자만 미래에서 온 듯한 태도로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함께 미소가 지어진다.


모든 것이 마케팅에서 시작되어 끝나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획되고 계획되지만, 정작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건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것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즐기는 모습뿐이다. 그 모습은 마치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연약함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은 그 어떤 것 보다 흔들리지 않는 강함이 내재되어 있어야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음이 유약할수록 쉽게 스스로에게 그리고 남에게 상처를 내며 이리저리 눈치 보며 흔들리고 휘둘리기 마련이다. 그렇게 남의 기준을 나의 기준 삼으며 닿을 수 없는 것에 손을 뻗으며 휘청거린다.


나는 과연 얼마나 온라인의 페르소나가 되었는가. 곰곰이 생각해본다. 정신을 차리고 나를 더 들여다봐야겠다. 세상과 연결된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면서도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찬찬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눈치 보지 않고 살아가는 내가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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