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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 Jan 01. 2020

첫날, 어제 같은 오늘


눈 떠보니 2020년이 되었다.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시간이 오고야 말았다. 시간은  냉정하게 조금의 변수도 여지도 없이 흐른다. 그렇게 오늘을 맞이했다. 이번 새해는 일출을 보러 가지도 케이크에 촛불을 끄지도 않았다. 특별한 곳을 찾지도 않았고 다이어리에 새로운 계획한  쓰지 않았다.


사실 이렇게 새해를 맞이하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부터 다.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에 요란을 떨고 싶지 않았고 추위에 떨며 새벽같이 일어나는 수고로움을 단 몇 초의 기쁨을 위해 감수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극히 평범하고 기분 좋은 어느 하루처럼 새해의 첫 날을 보내고 싶었다는 것뿐이다.


어제처럼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시리얼을 먹고 요가를 한 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은 채 뜨끈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노트를 펼쳤다. 우리 집은 남동향이라 조금 일찍 해가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창밖의 아침 해를 바라보는 게 참 좋다. 오늘의 생각들을 끄적거리며 낙서 같은 메모를 하다가 노트북을 열고 이곳에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2020년은 특별한 날들보다 기분 좋은 일상이 더 많아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본다. 무언가 손에 억지로 쥐려고 하기보다는 물 흐르듯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올 해도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시작해본다. 매번 지켜지지 않을 약속과 무리한 숙제 때문에 내가 만든 내 틀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 루틴이 지겨워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괜찮은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지는 것들에도 충분히 뿌듯함이나 성취감 비슷한 걸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단 한 가지 다짐이 있다면, 더 경계 없이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기록을 멈추지 말자는 것. 그 기록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일단은 기록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내 머리와 마음을 스쳐가는 많은 것들의 흔적을 남겨보고 싶다.


오늘도 어제 같은 하루를 보내며..

내일도 오늘 같은 하루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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