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2020년이 되었다.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시간이 오고야 말았다. 시간은 참 냉정하게 조금의 변수도 여지도 없이 흐른다. 그렇게 오늘을 맞이했다. 이번 새해는 일출을 보러 가지도 케이크에 촛불을 끄지도 않았다. 특별한 곳을 찾지도 않았고 다이어리에 새로운 계획한 줄 쓰지 않았다.
사실 이렇게 새해를 맞이하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부터 다.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에 요란을 떨고 싶지 않았고 추위에 떨며 새벽같이 일어나는 수고로움을 단 몇 초의 기쁨을 위해 감수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극히 평범하고 기분 좋은 어느 하루처럼 새해의 첫 날을 보내고 싶었다는 것뿐이다.
어제처럼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시리얼을 먹고 요가를 한 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은 채 뜨끈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노트를 펼쳤다. 우리 집은 남동향이라 조금 일찍 해가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창밖의 아침 해를 바라보는 게 참 좋다. 오늘의 생각들을 끄적거리며 낙서 같은 메모를 하다가 노트북을 열고 이곳에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2020년은 특별한 날들보다 기분 좋은 일상이 더 많아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본다. 무언가 손에 억지로 쥐려고 하기보다는 물 흐르듯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올 해도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시작해본다. 매번 지켜지지 않을 약속과 무리한 숙제 때문에 내가 만든 내 틀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 루틴이 지겨워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괜찮은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지는 것들에도 충분히 뿌듯함이나 성취감 비슷한 걸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단 한 가지 다짐이 있다면, 더 경계 없이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기록을 멈추지 말자는 것. 그 기록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일단은 기록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내 머리와 마음을 스쳐가는 많은 것들의 흔적을 남겨보고 싶다.
오늘도 어제 같은 하루를 보내며..
내일도 오늘 같은 하루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