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대한 갈증

by 흔적


갈증이 난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갈증은 더 심해진다. 말하고 싶고 끄적이고 싶고 글을 쓰고 싶다.

공유하거나 소통하고 싶다. 나가서 누군가 만나고 싶고 또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도 싶다.


우연히 팟캐스트 ‘책읽아웃’의 오소희 작가편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얼마 전 '엄마의 20년'이라는 책을 펴냈고 아이와 함께 세계여행을 다닌 여행작가로 유명한 듯했다. 20년 동안 아이를 키워낸 엄마로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며 살았는지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지금의 엄마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이야기라고 책을 소개했다. 뻔한 조언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편인 나는 별 기대 없이 그냥저냥 듣기 시작했는데, 결코 뻔할 수 없는 이야기들에 조금씩 빠져드는 나를 발견했다. (얼른 사서 읽어봐야겠다.)


육아의 시작에서부터 끝이라고 할 수 있는 20년의 여정을 먼저 경험한 '선배 엄마'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제 엄마를 시작하는 내가 막연하게 그리고 있는 것들을 먼저 현실로 부딪혀가며 살았던 사람의 마음가짐은 어떤 것이었을까. 방송을 들으면 들을수록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역할에만 함몰되기보다는 아이를 키우는 자신의 삶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아닌 엄마로 살아가야 한다는 물러섬이 아니라 나다움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아이와 관계 맺기를 해야 하는 좀 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받아들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힘든 육아의 여정을 좀 더 설레게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어쩌면 더 나다움을 찾아가는 길이 되지 않을까. 처음 만나는 세계들은 얼마나 새롭고 풍성할까. 밑도 끝도 없이 들썩거리게 된다.


요즘 부쩍 sns를 열심히 하고 있다. 가족 외에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집콕 신세로 지내다 보니, 누군가를 만나 수다를 떨거나 내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은 욕구가 더욱더 거세진다. 어딘가에 나의 하루를, 일상의 단상들을 툭툭 늘어놓고 싶어 진다. 그래서 여러 계정들의 성격에 맞게 산발적으로 이것저것 공유하며 부스러기 같은 기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인스타 스토리엔 귀여운 내 새끼를 공유하고 트위터나 블로그엔 드라마나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수집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조금 더 편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기록하는 메모장 같은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맞춰질지도 모르는 퍼즐의 조각들을 어딘가에 흩뿌려놓고 싶다. 꽤 많이 그리고 자주 기록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기록에 대한 갈증은 끝이 없다.

집콕 육아가 내 일상의 전부라고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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