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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 Jun 20. 2022

리뷰 | 빌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환경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환경이라는 범위 자체가 접근하기에 매우 모호하면서도 광범위한데, 기후위기라는 시급한 사안에 비해 뚜렷하게 느껴지는 해결책이나 눈에 띄는 변화는 느린 편이니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산업별로 무수히 쏟아내는 탄소 발자국에 대해 명확하고 자세히 말하기 어려울 만큼 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누군가는 이걸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지만 결국 지구는 안 망한다는 거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기후위기는 쉽게 느낄 수가 없다. 특히 우리가 사는 북반구의 도심은 비교적 기후재앙에 덜 노출되어 있고 우리는 자연보다 기술에 의존해 온갖 편의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조금만 찾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목숨을 잃으며 어마어마한 재난을 현실로 겪고 있지만 내 일이 아니기에 무감각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생태학자들이, 환경 운동가들이 목이 터져라 외쳐도 내 눈앞에 느껴지는 변화가 아니면 체감하기 어려운 법이다. 게다가 당장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사안도 아니니 더더욱 관심을 두지 않는 거다.


하지만 빌 게이츠가 말하면 다르겠지. 그가 말한 거라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경각심을 느끼겠지. 그의 유명세와 영향력은 성공한 사업가 그 이상의 것이니까. 그리고 그는 기술과 과학에 해박하고 자신의 결정을 실제로 투자나 재단을 세움으로써 영향력으로 크게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빌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은 내게 우울감이나 위기감을 덜어내고 기후위기를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데 꽤 좋은 교과서가 되어 주었다. 이 많은 걸 알고 서술할 수 있는 그의 지식이 부러워서 책의 중요한 내용들을 꼼꼼히 메모하며 읽다 보니 완독하는데 두 달이 걸렸다. 여전히 기후위기에 관한 나의 지식은 그에 비해 미비하지만 충분히 에너지를 들일만한 책이었음은 분명하다


이 글은 빌 게이츠가 기후위기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찬양이 아니다. 그가 말해주는 팩트가 지금 지구 안에 있는 많은 산업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고 우리 모두는 그걸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말하는 거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나는 그와 다르게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해 의문이 남고 그의 접근은 너무 비지니스적이며, 산업을 줄이기보다는 과학에 의존한 혁신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짙다. 그렇다고 해도 그가 던지는 메시지들은 분명 유의미하고 기후행동을 위해 많은 것들을 참고할 수 있다.


우선 그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모든 활동들을 정의하고 나열했다. 어떤 산업이 얼마나 어떻게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자세하게 서술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누릴수록 모든 것이 우리에게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해야만 한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산업과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지, 기술의 혁신이 필요한지 제안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한 수치들을 듣고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기준은 510억이다. 매년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우리는 대략 510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510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제조다. 그다음은 전기, 사육과 재배, 교통과 운송 순이다. 제조가 31%, 전기 27%, 사육과 재배 19%, 교통과 운송 16%, 냉방과 난방이 7%를 차지한다. 환경 관련 뉴스가 대체로 플라스틱 쓰레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시멘트와 철강 산업 분야는 전체의 1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최소한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률보다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첫 번째다.


그의 접근은 매우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혁신적이다. 경제적이며 효율을 따진다. 지구를 사랑하라고 감성을 건드리진 않지만,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는 덜 쓰고 덜먹는 것을 옹호하면서도 크게 강조하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구상의 더 많은 사람들이 현대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풍요를 누리고 사는 선진국 사람들이 가난한 나라의 경제 발전을 비난하거나 막을 수 없다. 지구가 뜨거워지니 계속 가난하게 살라고 말한다는 건 너무 이기적인 거니까.


그래서 그는 동시다발적인 혁신을 외친다.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활용하면서 모든 산업의 과정을 전기화하고 그 전기를 탄소가 아닌 깨끗한 과정을 통해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과정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하고 이를 부자 나라들이 이끌어 나머지 나라들도 뒤따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국가는 정책과 규제, 지원과 투자를 통해 친환경 산업의 그린 프리미엄을 낮추고 시장 안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그린 프리미엄이란 깨끗한 그린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기술에 붙는 가격 프리미엄을 말한다. 대부분의 그린 에너지는 화석 연료 보다 비싼데 이는 환경에 끼치는 피해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기술에만 의지한다면 기후재앙을 피하기 어렵다. 기술 혁신이 주요한 해결책이라고 말하는 빌 게이츠조차도 덜 쓰고 덜먹는 것의 효과를 인정한다. 모두가 완전한 채식으로 돌아설 순 없어도 육식을 덜 하고 대체육을 먹는 것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데 효과적이라고 말하며 오랫동안 치즈버거를 사 먹었던 가족의 문화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고 고백했다.

 

"나무와 관련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그저 그만 베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시민으로서 전화를 걸고 편지를 쓰고 공개 회의에 참석하라고 말했다.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각 개인의 관심과 참여, 목소리 내기인 것이다. 그게 사회를 바꾸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가라앉는 배에서 구할 수 있는 키가 될 것이라는 것은 이제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빌 게이츠고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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