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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 Nov 01. 2022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


친환경 라이프를 문화로 만드는 서울환경연합의 여러 캠페인 중 하나인 '제비의 삶' 시즌3가 시작되었다. 제비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의 합성어로 둘을 함께 실천하는 사람들을 제비족이라고 부른다. 제비족으로써 겪는 여러 가지 과정을 질문에 대해 답을 하면서 알릴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


드디어 첫 질문 도착.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실천 중이신가요?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무엇인가요?



두 가지 질문만으로도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인터뷰 형식으로 각각 대답을 해보았다.



Q.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실천 중이신가요?


A. 네. 완벽하진 않지만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삶의 지향점에 두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2년 전인 2020년 10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첫 실천은 그 해 5월 동네 족발집에 용기를 들고 가서 담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환경 관련 책, 다큐, 영화 등을 통해 몰랐던 산업의 이면을 알게 되었고 생활 방식을 점차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채식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선택이었고 때로는 완고하게 때로는 흔들리기도 하면서 꾸준히 지향해오고 있습니다.



Q. 실천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어느 날 한 순간의 결심으로 여기까지 온 건 아닌 것 같아요. 여러 차례의 깨달음과 결심, 마음의 동요와 후퇴가 있었어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아주 천천히 계단식으로 삶이 전환되어 온 것 같아요.


정말 좋아하던 일을 즐겁게 하지 못하는 고된 상황들을 마주칠 때마다 마음속에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어요. 이게 과연 맞는 방향인가. 나는 이렇게 평생 살아갈 수 있을까. 일에서 찾지 못한 의미와 즐거움을 다른 곳에서 찾고 싶었고 그렇게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팟캐스트 채널을 만들고 살롱을 열었어요.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채널에서 비건, 에코백, 환경과 같은 단어들은 저에겐 콘텐츠였어요. 흥미롭지만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하는 또 다른 취향적인 어떤 것이라고 여겼었죠.


그러다 살롱의 주제를 '노 플라스틱(No Plastic)'이라고 정하고 한 달간 준비하며 쓰레기 일기를 썼던 적이 있어요. 매일 제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를 사진 찍고 기록해서 살롱에서 공유하기 위함이었죠. 그런데 그 쓰레기 일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저였어요. 물건을 살 때 쓰레기가 먼저 보이기 시작했어요.


살롱을 준비하며 환경과 관련된 책도 많이 읽었어요. 그중에서도 아주 결정적인 책이 있었는데, 제가 좋아하던 독립서점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그 책을 발견했어요.


김한민 작가의 '아무튼, 비건'.


김한민 작가님의 책이 아니었다면 그 책을 읽지 않았을 거예요. 그분의 책 중 처음 읽었던 건 그래픽 노블 형태의 '비수기의 전문가들'이라는 책이었는데, 제목이 너무 공감되어 집어 들었고 그 이후로 팬이 되었거든요. 그가 쓴 책이라면 어떤 주제던 읽어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한 번의 살롱이 제 삶을 바꿔놓진 못했어요. 몇 달간의 실천은 일시적이었고 그렇게 점점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얼마 후 임신을 하게 되었고 식음 전폐의 폭풍우 같은 입덧으로 인해 모든 걸 다 잊어버렸어요. 아이를 낳았고 수면 부족에 시달리며 육아에 정신없는 삶을 보냈죠.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릴 수 있을 때가 되면서 자연스레 내가 죽고 난 뒤의 세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아기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가 살아가야 할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딱히 어떤 에피소드도, tv에서 보았던 충격적인 장면도 없었어요. 가랑비에 옷 젖듯 근심은 깊어졌고 그렇게 어느 날 용기를 들고 족발집에 갔어요.


그때 마침 출간된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읽었고 sns에 '흔적'이라는 계정을 만들었어요. 내가 남기는 흔적들을 이곳에 기록하리라. 탄소발자국은 검은 흔적이지만, 내가 만들어내는 흔적은 조금 괜찮은 무형의 무언가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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