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의 삶
두 번째 질문이 왔습니다.
이번에도 인터뷰 형식으로 답해볼게요.
Q.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실천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이 무엇인가요?
A. 인생이 일상의 연속이고 장거리 달리기인 것처럼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의 실천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하루 만에 끝낼 수 없고 하루는 매일 같이 세 번의 끼니가 돌아오죠.
완벽하겠다는 마음이 저에겐 걸림돌이었어요. 어차피 완벽할 수 없는 도시 생활자가 쓰레기 하나에 과몰입해 일희일비하면 즐거움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되는 건데 처음엔 욕심이 앞섰어요.
쓰레기를 잘못 분리배출한 남편을 보면 화가 났고 고기를 먹자는 말에도 짜증이 났어요. 나의 가치관을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건데 가족과 함께 살다 보니 부딪히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가족 안에서 나 혼자 실천하려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가족을 모두 데리고 플로깅 모임에 나가고 비건 식당을 다녀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하나의 즐거운 경험을 하는 느낌으로요. 한 번의 완벽함보단 실천의 횟수를 높이는 것에 집중해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문화로 즐기게 되고 환경 감수성도 높아지죠. 세 살 아이도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남편은 저에게 비건 파스타 요리를 해주고 저희 가족은 배달 음식을 시키지 않아요.
여전히 완벽하지 않고 가끔 부딪히기도 하지만 가족 내에서 암묵적으로 합의된 최소한의 균형점은 있어요. 잘 따라와 주는 남편과 아이에게 늘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저의 실천을 도와주는 건 다름 아닌 ‘흔적’이에요. 흔적은 저의 sns계정명인데 저에게는 본캐를 넘어서는 의미 있는 부캐와도 같아요. 오죽하면 제 생일 케이크에 이름을 안 쓰고 ‘흔적’을 썼겠어요.
저는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나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저의 실천을 기록했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도 있지만, 내가 나를 바라보고 확인하는 기록용이기도 해요. 기록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내가 바라보는 나’에 대한 시선도 달라져요. 때로는 내가 나에게 자극을 주기도 하거든요.
뿐만 아니라, 환경에 관심 있는 분들과 인친이 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되어요. 새로 오픈한 비건 식당, 분리배출에 대해 몰랐던 상식, 환경 관련 책, 영화, 행사 등 모든 정보를 sns에서 얻고 있어요. 그런 것들을 하나씩 보고 알게 되면서 관심과 지식이 조금씩 더해지고 때로는 행동하게 만들어주기도 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영향력은 왔다 갔다 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요. 눈에 보이지 않는 눈덩이지만 제 마음속엔 아주 거대하게 부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저희 아이에게 옷을 물려주신 분들을 주변에 옷을 물려줄 때마다 떠올려요. 그 소중한 마음들을 내리사랑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으로 갚고 싶다고 생각하죠.
sns는 낭비고 중독이라고들 하지만, 그 안에서 환경에 진심인 모든 실천가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자극하고 위로하며 느슨한 연대를 맺고 있어요.
가족이든, 친구든, 인친이든 실천을 지속하게 하는 건 함께 하는 것뿐인 것 같아요. 혼자서 하면 금세 지치고 의욕이 앞서는데 함께 하면 오래 할 수 있고 원동력이 생기는 것 같아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