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연합 제비의 삶
열 번째 질문.
Q. 비건을 실천할 때 가장 큰 유혹이 되었던
음식은 무엇인가요? 극복 방법이 궁금해요.
A. 어릴 때부터 흰 우유 마니아였고 커피는 무조건 라떼였어요. 우유를 거의 달고 살았다고 볼 수 있죠. 엄밀히 말해 제가 우유를 끊은 건 비건을 실천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5년 전 엄마의 투병으로 인해 관련 책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여자가 우유를 끊어야 하는 이유'라는 책을 읽게 되었어요. 제가 먼저 읽고 엄마를 드렸죠. 그 책의 저자는 과학자이면서 엄마와 같은 병이 수차례 재발해 투병과 연구를 동시에 했던 사람이었어요. 그 책을 보고 난 후 우유의 성장 호르몬이 성장이 끝난 성인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우유를 가장 많이 섭취하는 미국의 고관절 골절률이 높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엄마는 곧바로 우유를 끊으셨어요. 하지만 전 계속 마셨어요. 엄마의 금기 식품이지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고 비건 관련 책에서 또 '우유' 이야기가 나왔고 우유와 낙농업 실태에 대해서 다룬 '우유 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저도 좋아하던 라떼와 이별했어요.
우유는 오히려 쉽게 끊었어요. 요즘은 우유를 대체하는 귀리유, 아몬드유, 코코넛유 등 너무 많은 식물성 식품이 마트에 진열되어 있고 카페에서도 오트라떼를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과자나 빵을 먹게 될 경우 우유가 포함된 것일 가능성이 높은데, 비건 베이커리를 다니고 떡집도 가고 하면서 비교적 대체품을 잘 찾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기는 그냥 내 것이 아니라고 최면을 걸기로 했어요. 처음엔 힘들기도 했는데 채식 중심의 생활이 습관이 되니까 딱히 생각나지는 않아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할 경우에 그들이 내 앞에서 고기를 먹을 때 내 마음속에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기는 합니다. 갈등해요. 어차피 산 거 내가 한 입 먹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하나만 먹을까. 뭐 그런 생각. 유혹에 넘어간 적도 있고 후회한 적도 있어요. 사람을 자주 만나지 말자고 생각한 적도 있죠. 그냥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요즘은 주변에서 저의 채식 지향을 모두 알고 있어서 오히려 괜찮아요. 오픈하고 나니 주변에서 존중하는 동시에 감시해 주네요.(웃음)
대체육도 몇 번 먹어봤지만 전부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보조할 수는 있어요. 찾으면 맛있는 것도 꽤 있구요. 그냥 채소와 과일, 곡류, 견과류를 사랑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걸 즐기는 수밖에 없어요. 좋아하는 식재료와 레시피를 찾을 때까지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전 요새 견과류 스프레드에 빠져서 오트밀과 샐러드와 파스타에 모두 넣어 먹고 있어요. 정말 신세계입니다. 강추강추.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끊기 어려워하는 건 닭의 알인 계란입니다. 계란을 우유만큼 좋아했어요. 저는 안 보면 안 먹을 수 있는데 눈에 보이면 못 참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음식을 쟁여두는 걸 잘 못해요. 아이와 남편은 계란을 먹기 때문에 사고 요리도 하는데 그걸 안 먹는다는 게 쉽지 않아요. 얼마 동안은 '그래 계란만 먹자.'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대체 계란을 사본 적도 있는데 파는 곳이 너무 멀고 유통기한이 짧아서 한 번의 경험으로 끝이 났어요. 극복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고 그냥 안먹고 있어요. 외면중이에요. 고군분투 중이에요.
제가 어제 원데이 클래스로 위빙을 배우고 왔는데요. 양말목 강사이시기도 한 공방 선생님이 요즘 자연식물식을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요. 신기하게도 대화를 한 후 비건 실천의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더라고요.
누군가 함께 하고 있다는 걸 알고 그것에 관해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는 건 이런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많은 동료를 만들어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저의 동력이 되길 바라고 저도 누군가의 동력이 되고 싶어요. 그게 저의 극복 방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