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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 Apr 03. 2023

비건 페스타의 인플루언서가 되다! #1



문득 내가 되고자 하는 걸 남들도 볼 수 있게 써놓으면 정말 그 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sns의 모든 프로필 소개를 '프리랜서 육아맘의 에코 콘텐츠 크리에이터 도전기'라고 적었다. 프리랜서 육아맘은 현재 나의 포지션이고 에코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내가 정한 나의 방향이다.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내가 되고픈 롤모델은 딱히 찾지 못한 망망대해 속에서 마음에 드는 단어를 찾았다. 에코 콘텐츠 크리에이터. 내 일상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문화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소개할 수 있다면 정말 즐겁고 멋질 것 같았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착실히 나의 실천과 생각들을 콘텐츠로 쌓아 올렸다.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 한 잔 보다 더 익숙하고 빈번하게 나의 일상이 되었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오롯이 즐기며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 덕분이었다. 뭉툭하게 설정한 나의 목표를 뾰족이 만들기 위해 투박한 솜씨의 커터칼로 연필을 깎던 어느 날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올해 3월에 개최되는 '제7회 베지노믹스페어 비건페스타'의
인플루언서로 활동 제안 드립니다.

일단 의아했다. 인스타 팔로워수가 더 많은 비건 인플루언서도 많을 텐데 왜 나일까. 브런치를 통해 온 제안이었다.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으로 지속적인 에세이를 써온 걸 알아준 걸까?! 완벽하고 대단한 비건을 찾는 게 아니라 비건 문화를 즐기는 사람을 찾는 거라면 그게 내가 되어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안을 감사히 받아들였다. 비건 인플루언서로 주어지는 혜택을 즐기고 비건 페스타를 잘 알리면 되는 일인데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티켓 이벤트         



안 시켜줬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평소 해보고 싶은 던 것들을 깨알같이 실행해 나갔다. 우선 비건 페스타에서 받은 티켓을 인스타 채널을 통해 나눔 하고 이면지를 활용해 제비 뽑기 식으로 당첨자를 선정했다. 우체국에 가서 일반우편으로 티켓을 배송하는 철저하게 아날로그적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참여율이 저조할까 걱정했었지만 생각보다 관심을 많이 받았고 더 나눔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비건페스타의 인플루언서를 소개합니다.



비건 페스타가 가까워오자 공식 채널에 인플루언서로 소개하는 피드가 올라왔다. 설레면서도 믿기지 않았던 이유는 비건 관련 전문적인 채널들 사이에 내가 끼어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남기는 탄소발자국과 가치 있는 영향력을 모두 의미하는 나의 연보라색 발바닥 프로필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 제법 에코 콘텐츠 크리에이터 같네.'라고 생각하며 비건 페스타가 열리는 디데이가 오기를 기다렸다.




신흥 제로웨이스트 보부상의 출현



비건 페스타를 준비하는 전날 밤 나의 각오는 비장하고 즐거웠다. 나의 비건 관련 페어 경험은 이번이 세 번째였는데 쓰레기를 줄이고 다양한 비건 제품을 경험하기 위한 만발의 준비를 다 하고 싶었다. 더구나 비건 인플루언서가 되어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까지 더해져 신흥 제로웨이스트 보부상으로 거듭날 태세였다.


작은 캐리어를 챙기고 보냉백 하나, 보냉 파우치 셋, 재사용 지퍼백 일곱, 밀폐용기 셋, 시식용 컵과 수저, 텀블러, 손수건을 준비했다. 나중에 페어에서 식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납작하고 큰 밀폐용기 몇 개를 더 챙겼다.




드디어 디데이. 아침 8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열 시에 오픈인 행사를 위해 경기도민에게 이 정도 시간은 기본이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마치 해외여행을 위해 공항을 가는 사람 같았다. 인천이 아닌 학여울로 향했지만 설렘만큼은 비슷했다.




오픈런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한 시간 40분이 걸려 도착한 SETEC.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가다 보니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몰려가는 쪽이 내가 가는 방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주변은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분주해 보였다.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졌다. 나의 비건 페스타 짝꿍인 선배를 만나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데 건물 바깥을 빙 둘러 줄을 서고 있는 행렬을 발견했다. 아니 지금 여기가 정말 비건 페스타라고?!


이렇게 많은 인파는 처음이었고 오픈런 또한 생경했다. 여기가 콘서트장인지 비건 페스타 행사장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인기를 실감했다. 드디어 비건 문화가 대세가 되는 건가. 나 역시 비건을 지향한 지 오래된 건 아니지만,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비건 인구와 관련 소비에 놀라곤 하는데 이젠 가속도가 붙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시기가 된 것 같다.




선착순 400명에게 주는 경품 행사 덕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픈런하는 진풍경을 비건 페스타에서 보게 될 줄을 상상도 못 했다. 나만 알던 인디가수에서 점점 대중적인 스타로 거듭나는 걸 바라보는 팬의 마음이 이런 걸까. 




더 유명해지기 전에 미리 사진 찍어둬야지. 비건 페스타의 마스코트 비거니들 사이에 부끄럽게 서봤다. 랜드마크 가서도 기념사진 남기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번 행사엔 나의 모든 주체성과 적극성이 폭발했다.




비건 키트 쿠폰과 함께 별도의 프레스 명찰을 받았다. 

이제 드디어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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