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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 Jun 20. 2024

다섯 살 에코진스와 무해하게 서울랜드 즐기기


“엄마는 놀이공원을 못 가게 하잖아.”

놀이공원을 가고 싶었던 다섯 살 에코힙쟁이가 던진 한마디. 일부러 못 가게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에 당황했다. 단지 조금 바빴을 뿐이고 인천의 작은 실내 놀이공원인 원더박스도 두어 번 갔었는데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평소에 못하게 하는 게 그렇게 많았나. 그래서 놀이공원도 영상이나 불량식품처럼 일부러 못 가게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놀이공원 나들이. 마침 또 휴일 아침에 어디 가고 싶냐고 물으니 놀이공원 이야기를 하길래 주저 없이 서울랜드로 향했다.


쏜살같이 도착한 서울랜드는 어마어마한 인구밀도와 주차난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와볼 걸 그랬네.

뜨거운 햇살을 가르며 코끼리 열차 타러 가는 길에 아이를 내려다봤다. 사진 찍고 보니 할머니가 사준 크록스 말고는 뭐 하나 새것이 없는 아이의 복장. 모자부터 티셔츠, 바지, 킥보드까지 당근에서 구매한 중고 물건으로 한껏 꾸몄는데 더 빛이나 보였다.

무슨 소용이 있냐고 한다 해도, 자기만족이라며 핀잔을 준다 해도 상관없었다. 내 눈엔 그저 힙하고 예쁜 뉴진스 감성이 따로 없었다. 나만의 레트로 감성 뿜뿜하는 2020년생 에코진스.

예전 같았으면 같지 못했을 만족감이다. 가치관이 사람의 시선을 이렇게까지 달라지게 할 수 있는 걸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진하게 느끼며 의심 없는 확신으로 단단한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는다는 게 가능하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는 최근 5년간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우리답게 서울랜드를 즐겼다.

용기 내서 사 온 김밥과 텀블러에 담아온 커피와 물을 마셨고 생수병 대신 음수대를 사용했다.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며 할 수 있는 선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했다.

솔직히 이젠 습관을 넘어 가족의 생활 방식이 되어 실천이라는 단어조차 어색하다. 미세 플라스틱 가득한 생수병을 사 먹는 게 더 찝찝하고 까끌까끌한 핸드타월이 더 불편하다. 단순히 쓰레기를 덜 만들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더 건강하고 위생적이며 마음이 편한 방법을 찾은 거다. 그리고 이젠 그게 더 자연스럽다.

장난감 가게를 무사히 패스해서 다행이었는데 언젠가 말 돌리는 수법도 통하지 않을 때가 되면 너무 섭섭하지 않게 하나쯤은 사줄 생각이다. 아직은 그때가 되지 않았고 풍선 하나, 인형 하나 더 사주는 게 잘해주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으니 충분히 괜찮다.

그저 우리만의 행복한 시간들을 만끽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작 107센티의 작은 꼬마는 벌써부터 나보다 놀이 기구를 잘 타서 곤란했고 한 시간 기다린 뮤지컬을 퀄리티가 너무 좋아 감탄을 넘어 감동이었다. 불꽃이 팡팡 터지는 걸 보며 오늘의 시간들을 눈과 마음에 담으려 애썼다.

남편은 너무 좋았는지 연간 회원권을 끊자고 했다. 그래, 이런 식이라면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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