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신청하기
7년 만의 해외여행이라 비건 기내식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7년 전의 나는 환경에 관심이 없었고 그러니 채식도 당연히 실천하고 있지 않았다.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을 샀던 게 6년 전이다. 비행기를 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지만 비건 기내식을 처음으로 먹어본다는 것만큼은 분명 설레는 부분이었다.
찾아보니 아시아나의 경우 탑승 24시간 이전에 앱이나 예약센터를 통해 미리 특별 기내식을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24시간 이내에는 변경이 불가하다고. 하나투어를 통해 티켓을 예약했기 때문에 앱으로는 신청이 불가해 아시아나에 직접 전화를 했다.
특별 기내식 신청 : 1588-8000
특별 기내식은 종류가 정말 많다. 채식만 있는 게 아니라 종교에 따라, 건강이나 알레르기 유무에 따라 다양하다. 유아식 및 어린이 식도 특별 기내식 중 하나다. 처음엔 ‘베지테리언 메뉴’를 요청했는데 담당자분이 채식의 종류가 많은데 그중 어떤 것인지 다시 정확히 물어보셨다. 찾아보니 비건식은 ‘순수 채식’이라는 이름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순수 채식으로 말하면 가장 간단하고 정확하게 비건 기내식을 신청할 수 있다.
아시아나 순수 채식(비건 기내식)
출발할 때(인천 >> 도쿄)
인천에서 도쿄 출발할 때 받은 나의 첫 비건 기내식.
특별 기내식을 신청하면 좋은 점은 일반식보다 빨리 제공된다. 이륙 전 승무원분들이 와서 특별 기내식을 신청했는지 미리 체크해두었다가 일반식이 제공되기 전에 먼저 준다. 밥을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장점.
엄격한 서양채식 VGML(Vegetrain Vegan Meal)이라고 쓰여있다.
‘엄격한 채식 기준에 맞추어 모든 육류, 어류 및 그 가공품과 계란,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식사입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메인 메뉴와 종이 상자에 디저트 두 가지, 그리고 생수가 들어있었다. 역시 쓰레기가 많이 나왔다. 평소에 배달 음식도 안 먹고 일회용기는 되도록 안 쓰는 편이라 이런 플라스틱 용기에 든 음식은 참 오랜만에 먹어본다. 그동안 안 쓴 일회용품 비행기 위에서 다 쓰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나 텀블러도 있는데 생수를 담은 작은 페트 컵은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안전이 생명인 기내에서 환경 실천의 의무를 승무원들에게 전가하는 건 쉽지 않은 부분인 것 같아 일회용기 사용은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기업 차원에서 용기를 대나무 펄프 등 플라스틱을 덜 쓰는 소재로 바꾸는 건 어떨까.
식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메인 메뉴는 길쭉한 쌀에 토마토소스로 조리한 가지, 파프리카가 들어있었다. 이름을 지어본다면 토마토소스 가지 파프리카 덮밥 정도. 토마토소스에 밥을 비벼 먹었다. 심심하고 건강한 맛이었다. 찰기가 없는 쌀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채식이라는 사실에 만족한 정도였다고 할 수 있겠다.
나머지 디저트는 과일과 병아리콩 샐러드였다. 삶은 병아리콩이 들어있었고 간이 거의 되어 있지 않았다. 비건식인건 좋은데 혹시 자연 식물식인가요.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하기는 좀 어렵겠다. 과일은 너무 좋지만.
종이컵에 한 잔씩 따라주는 음료 서비스는 받지 않았다. 공항 카페에서 텀블러에 받아 사 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어서 거절했다. 생각해 보니 가방에 하루컵도 다 챙겼는데 난 왜 그것을 꺼내지 않았을까. 비행기가 너무 오랜만이라 기내에서 쓰레기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이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미처 다 생각하지 못했다.
아시아나 순수 채식(비건 기내식)
돌아올 때(도쿄 >> 인천)
돌아올 때 받은 기내식은 훨씬 만족스러웠다.
특히 메인 메뉴가 마음에 들었는데 짧은 펜네 파스타와 두부 부침, 채소 볶음이었다. 파스타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고 두부는 그저 기름에 구웠을 뿐일 텐데 왜 이렇게 맛있는 건지. 서브 메뉴는 과일과 채소 절임이었다. 채소 절임은 정말 약하게 식초에 절인 듯한 맛이었는데 파프리카와 방울토마토, 올리브 등이 들어있었다. 적당히 새콤해서 메인 메뉴랑 먹기에 조화롭고 소화가 잘 되는 느낌이었다.
오렌지와 멜론도 정말 꿀맛 같았다. 5일 동안 도쿄에 머물며 과일을 거의 못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호텔에 조식 뷔페가 두 군데였는데 어쩜 두 군데다 그렇게 과일을 안 주는지. 과일 매일 먹어야 하는 사람인데 그 갈증을 돌아오는 길에 기내에서 해소했다.
집에 돌아와 과일만 먹는 사람입니다.
참, 남편은 일반식이라 돈가스가 나왔는데 내 기내식이 더 탐났었나 보다. 과일과 채소가 많아서 신선해 보인다고 자기도 다음엔 비건식으로 신청해달라는 농담을 남겼다. 아마도 농담이겠지만.
아무튼 아시아나 비건 기내식
괜찮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