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tantan
도쿄역 도착
나리타 익스프레스(NEX)를 타고 도쿄역에 내렸다. 숙소에 가려면 지하철을 한 번 더 타고 신바시역까지 가야 하지만, 마침 때가 점심시간이라 밥을 먹고 이동하기로 했다.
도쿄역은 정말 복잡했다네.
서울역 보다 오조오억배 복잡했던 도쿄역. 도쿄의 지하철은 민영화되어 있어 노선이 정말 많고 복잡했다. 하나의 역에 이렇게 많은 노선이 교차하는 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였는데 인구 밀도를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길에 사람이 꽉 차 있었고 빠르게 경보하듯 이동하는 도쿄 시민들의 모습.
점심 식사를 위해 미리 알아둔 곳은 도쿄 역사 안에 있는 비건 라멘집이었다. 도쿄역 안에 있으니 찾기 쉬울 줄 알았는데 역사 안이 너무 크고 복잡해 찾는 게 일이었다.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빠르게 이동하는 많은 사람들 사이로 식당을 찾는 일은 도쿄가 처음인 외국인에게 어려운 미션이었다. 남편은 카드 찍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계속 그러지, 주변 상가 상인들에게 물어봐도 잘 모른다고 하지, 다리 아프다고 하는 아이는 신경 쓰이지..
묻고 또 묻고 물어본 끝에 식당이 위치한 keiyo street라는 구역이 게이요선을 타러 가는 곳 끝까지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선이 많으니 하나의 노선을 타러 가는 길도 정말 길었다. 바닥에 표시를 보고 따라가는데 너무 기니까 자꾸 여기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비건 라멘 식당 T's tantan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끝끝내 찾아내죠.
지하철 갈아탈 때 들리기 좋은 위치에 있는 식당을 이렇게까지 찾아가야 하는 것인가 하는 그런 생각은 주머니에 잘 넣어두고요. 그런 거 상관없습니다. 비건 식당이 어디 흔한 거랍니까. 아이와 남편이 지치기 전에 찾아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비건 식당을 안 가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이것도 마치 마니아층처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매장이 꽉 차서 잠시 웨이팅을 해야 했다는 이야기. 오히려 좋았다. 인기가 있는 곳에 온 것 같아서.
봄이라 벚꽃 에디션을 출시했나 보다.
웨이팅은 길지 않았다. 5분 정도.
그 사이 아이와 남편은 화장실을 다녀왔고 나는 매장 입구에서 판매하고 있는 식료품을 구경했다. 비건 컵라면과 쿠키를 팔고 있었다. 이렇게 식료품까지 파는 걸 보면 꽤 큰 회사인가.
여기서 잠깐,
T's Tantan은 체인점인가요?
이런 거 너무 궁금하니까 조사해 봄.
T's tantan은 도쿄를 중심으로 여러 지점을 운영하는 체인점이라고 한다. 도쿄역 외에도 우에노역, 이케부쿠로역, 나리타 공항 터미널 내에 매장이 있다. 모두 JR노선이 다니는 곳인데 JR 동일본 그룹의 자회사인 JR East Cross Station Co.와 협력을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통적인 탄탄멘을 비건 스타일로 해석해 고기나 생선, 유제품, 달걀 등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깊은 맛을 구현한 라멘으로 유명한 곳이다.
T's tantan 외에 T's restaurant 역시 같은 회사에서 2009년 도쿄 지유가오카에 오픈한 비건 식당이다. 커리, 도리아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위클리 플레이트라고 해서 런치 메뉴도 제공하고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보는 것으로. 언젠가 도쿄에 다시 온다면..)
배고프니까
이제 주문해 볼게요
테이블마다 메뉴를 고르고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 패드가 비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메뉴판도 따로 줌.
가장 대표 메뉴는 당연히 탄탄멘이고, 라이스 보울, 라멘, 교자 등의 메뉴가 있었다. 세트 메뉴 구성도 있고 입구에서 보았던 시즌 메뉴인 벚꽃 라멘도 있었다.
특이한 건 테이크아웃 전용 메뉴가 따로 있다는 점. 그리고 오가닉 소다 음료와 비건 젤라또도 있었다. 후식까지 코스로 먹기 좋지만 다 먹으면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점심 식사만 배불리 하는 것으로.
탄탄멘과 탄탄보울, 교자 세트를 시켰다. 가격은 3760엔. 요즘 환율이 100엔에 거의 천 원이니까 0 하나 더 붙여서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3만 7천6백 원쯤 된다는 뜻.
대식가 여섯 살 남자아이는 대충 1인분을 한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셋이서 괜찮은 가격이지만 괜찮은 양은 아니었다. 유자 라멘 추가하여 4840엔. 네 거의 5만 원이라는 거예요..
유자 라멘이 먼저 나왔다. 이 라멘을 시킨 이유는 아직 고춧가루 한 톨도 못 먹는 아이를 위해 점원분께 맵지 않은 라멘이 무엇이냐고 물어봤고 유자 라멘을 추천해 주셨다.
맑은 국수 같은 국물에 병아리콩, 빨간 무와 초록 채소가 올라가 있었다. 비주얼이 너무 상큼하고 예뻐서 보기가 좋았는데 은은하게 퍼지는 유자향은 더 좋았다. 집에서 국수 요리할 때 유자를 넣어볼 생각은 못 했는데 과일을 넣으면 이렇게 상큼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유자청처럼 달달한 느낌이 아니라 생유자의 상큼한 향이 더해져 오히려 더 깔끔했다.
리뷰를 찾아보다 본 건데 탄탄멘이 느끼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라멘을 주문하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간은 조금 짰다. 일본 음식이 전체적으로 짠맛이 강한데 저염 인간인 내게 국물이 짜게 느껴졌다. 조금만 덜 짰다면 완벽했을 듯.
고소하고 풍미가 좋은 탄탄멘. 원래 느끼한 걸 잘 못 먹는 편이지만 다 같이 나눠먹어서 탄탄멘도 맛있게 잘 먹었다. 아이도 좋아할 맛인 것 같아 먹어보라고 했지만 뭔가 비주얼이 이상하게 느껴졌는지 싫다고 하며 유자 라멘만 먹었다. 된장과 땅콩의 고소함을 합친 것 같은 맛이 좋았다.
한눈에도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였던, 그리고 실제로도 너무 맛있었던 탄탄 라이스 보울과 교자.
라이스보울은 밥에 대체육과 탄탄 소스, 비건 치즈, 채소를 비벼서 비빔밥처럼 먹었다. 탄탄멘이 조금 느끼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라이스보울을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비건 치즈가 맛있었는지 아이가 계속 달라고 했다. 대체육도 나쁘지 않았고 노란 비건 치즈의 질감은 신기했다. 질척한 치즈 질감이 아니라 뭔가 리코타치즈 같은 질감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맛있었다는 결론.
나의 최애 메뉴는 뭐니 뭐니 해도 교자.
비건 교자는 안에 표고버섯을 다져 넣은 것 같았다. 그 식감이 좋았다. 인위적인 맛은 별로 나지 않았다. 기름에 구운 후 물을 넣어 찌듯이 만든 교자 좋아하는데 딱 그 교자였다. 어떻게 안 좋아하는데.
맛있었다.
전체적으로 맛있었고 재방문 의사도 있다. 교자가 특히 너무 맛있었다. 하지만 간이 조금 덜 짰다면 좋았을 것 같다. 다른 건 간이 잘 맞았는데 유자 라멘이 짜서 아이가 먹는데 조금 신경이 쓰였다. 중간에 먹다가 국물에 물을 조금 섞어서 먹었다. (일본 음식이 전체적으로 저에겐 조금 짠 느낌이기 때문에 개인 입맛의 차이일 수 있어요.)
도쿄에서의 첫 끼는 이렇게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