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특유의 레트로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세월이 느껴지는 옛날식 인테리어, 군더더기 없는 모양새의 잔에 받쳐 나오는 뜨끈한 커피 한 잔, 편안한 소파, 조용한 분위기. 우리나라의 다방과는 뭔가 다른 일본만의 감성이 느껴지는 커피숍들이 있다. 아니 서양의 문화를 근대식 일본 스타일로 흡수한 감성이라 해야 하나. 대체로 생긴 지 50년은 훌쩍 넘는 아주 오래된 곳들이다. 2018년 교토에서 갔던 ‘이노다 커피’의 감성이 너무 좋아서 사 왔던 커피잔을 아직도 잘 쓰고 있다.
도쿄에서도 옛날식 커피숍을 가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못했는데 어찌어찌 또 검색의 바다를 떠돌다 간단한 조식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곳을 알게 되었다.
코메다 커피(Komeda’s Coffee)
숙소인 긴자 그랜드 호텔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곳. 평일 아침 출근을 위해 빠르게 걷는 직장인들을 뒤로 한 채 여유 있게 커피숍에 들어갔다.
로고만 봐도 설레었다. 얼마나 레트로 빈티지할지.
벌써 좋았다고 한다.
조용하게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혼자 아침을 즐기러 온 사람이 많았고 낮은 칸막이 덕분에 자리에서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의 구성이 너무도 좋았다. 이런 옛날식이라면 정말 몇십 년이 흘러도, 아니 흐를수록 더 좋을 텐데.
4인석 다방식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곧이어 직원이 물과 물수건, 메뉴판을 가져왔다. 물컵도 예쁜걸.
물티슈가 아닌 물수건이라는 점은 좋았지만 비닐 포장은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메뉴를 고릅시다.
이곳은 오전 11시까지 음료를 시키면 간단한 조식이 나오는 곳으로 유명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간단한 빵과 계란을 먹을 수 있으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일본의 옛날식 커피숍들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음료는 커피 두 잔에 우유 한 잔을 시키고 빵은 토스트 두 개와 모닝빵 하나, 에그 스크램블을 선택했다. 마지막 옵션은 버터와 잼이었는데, 토스트를 고르면 버터를 발라 구워져 나오고 모닝빵을 고르면 잼이 함께 나오는 식이었다. 그러니까 자동 선택. 여기에 미니 샐러드를 추가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보기만 해도 맛이 있는 이 커피를 어쩌냔 말이다. 난 정말 이렇게 작은 잔을 좋아한다. 단정하고 깔끔한 잔에 마시면 커피가 더 맛있는 느낌이다. 가장 좋아하지 않는 건 뚱뚱하고 큰 머그컵.
조식이 나왔다.
통통한 토스트와 에그 샐러드 스크램블.
커피 한 잔과 간단히 먹기 딱 좋은 양이다.
일본의 커피숍이 좋은 건 핫한 느낌이 아니라, 혼자 조용히 소박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는 점이다. 커피에 팬케이크를 곁들인다거나, 간단히 토스트, 샌드위치를 먹는 분위기.
아이는 따뜻한 우유 한 잔에 모닝빵과 에그 스크램블, 딸기잼을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었다.
추가로 주문한 미니 샐러드.
양배추와 오이, 토마토, 상추, 으깬 감자 샐러드. 이것 또한 옛날 경양식집에 나올법한 비주얼이라 마음에 들었다.
소스 휙휙 둘러 상큼하게 빵과 함께 먹기.
라떼는 웬만하면 잘 안 마시지만 함께 주는 프림? 우유? 가 있길래 넣어서 마셔보았다. 컵을 데워놓았는지 아주 뜨거운 잔 안에 고소하게 풍미가 퍼지는 느낌이었다.
잔이 너무 마음에 들어 결국 구매했다. 아이가 우유를 마셨던 잔인 가운데 베이지 색상으로. 상자 포장은 50엔 추가해야 하지만 포장은 최소화하는 게 좋으니 거절했다. 면 주머니 속에 넣어 무사히 집으로 가져왔다.
매일 이 잔에 커피 마시는 것에 빠져있다.
여행의 여운과 잔상을 느끼며.
커피 한 잔의 행복이었다
일본에만 있는 이런 커피숍에만 가면 그 분위기와 모든 요소들에 흠뻑 빠지게 된다. 시간이 만들어낸 흔적이 유니크한 감성을 빛나고 정말 혼자서 휴식할 수 있는 일상적인 공간이라는 느낌이 좋다.
일본에서는 이런 곳을 “코히샤쓰(喫茶店)”라고 부른단다. 단순한 커피숍이 아닌 독특한 문화 중 하나로 여겨진다. 전통적이고 아늑한 분위기에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모닝 서비스가 나온다는 공통점이 있다. 19세기 이후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예술가, 지식인, 작가들이 모여 담론을 나누는 곳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일본식 살롱이라고 할 수 있다. 코메다 커피는 1968년 나고야에서 시작했다.
복잡한 도쿄에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것들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