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졌다. 아이의 겨울옷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하루 다르게 쑥쑥 크는 아이 옷의 대부분은 물려 입히거나 당근마켓에서 중고 거래를 통해 구매하고 있다. 아이는 금방 크는데 몇 번 입지도 못할 옷을 새 걸로 구매하는 것은 환경에도 좋지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유엔 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물을 소비하며,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헌 옷 수출량 5위의 나라다. 우리가 헌옷수거함에 버린 옷들은 일부만 다시 쓰임을 갖게 되고 나머지는 가난한 나라에 버려진다. 버려진 옷들은 쌓여서 산이 되거나, 태워지거나, 소가 먹이로 착각하여 먹게 되기도 한다.
당근 마켓에는 몇 번 입히지 못한 상태 좋은 옷들을 많다. 헌 옷이라고 해도 별로 티가 나지 않고 깨끗하고 예쁜 옷들이 넘쳐난다. 환불 시기를 놓쳤거나 선물 받아놓고 입히지 못한 새 옷도 많다. 환경 실천을 위해 패션을 버린 것도 아니다. 열심히 찾다 보면 취향에 맞는 옷도 찾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브랜드 키워드를 알림으로 설정해 나름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아이가 한 계절에 입는 옷의 개수가 적지 않다. 하나씩 사다 보면 너무 많은 거래를 해야 해 번거로울 때가 있다. 그래서 괜찮은 옷을 찾아 그 거래자가 내놓은 물건들을 한꺼번에 여러 가지 구매하는 편이다.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찾는 것처럼 내 취향에 맞는 거래자가 있는 법이다.
최근에 두 번의 거래로 아이 겨울용 맨투맨 세트와 패딩 점퍼, 조끼까지 한 번에 구매했다. 상태도 좋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는데, 거래자와의 소통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당근 거래가 늘 좋은 기억만 주는 건 아니지만, 따뜻한 다정함을 마주할 때도 꽤 있다.
첫 번째 거래
한 번에 이만큼 거래했다.
아이 사이즈에 맞는 반집업 맨투맨과 팬츠 세트를 여러 벌 구매했다.
크롭 기장이라 예쁘고, 넉넉한 사이즈라 아이가 유치원에서 활동할 때 편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디자인은 세련되면서도 기본 스타일이라 내 취향에도 만족.
새 상품인데 사이즈가 안 맞아서 보관 중이었다는 바지도 한 벌 샀다. 바깥쪽에 레드 색상의 라인이 포인트인 바지다. 엄마들이 좋아하는 리미떼두두 브랜드다.
내가 구매한 건 네 벌이었는데, 서비스로 네 벌을 더 받았다. 안에 기모 있는 맨투맨 세트. 당근에 올리지 못한 상품인데 원하면 주겠다는 거래자. 냉큼 감사히 받았다.
너무 좋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 나도 보답을 하고 싶었다. 천연 통수세미를 그 집 앞 자전거 바구니에 넣고 왔다. 혹시나 천연 수세미가 낯설까 봐 사용법을 메시지로 보냈더니, 거래자는 천연 수세미 좋아한다면서 고마워했다.
얼굴 한 번 보지 않은 비대면 거래였으나 서로 예의를 지키며 기분 좋은 거래를 했다.
다음 거래
이번 거래는 겨울 패딩이 필요해 아우터 중심의 구매였다.
역시나 비대면 거래
일단 귀여운 패딩을 샀다. 뒤집으면 카키색으로도 입을 수 있는 리버시블 스타일. 내 취향은 대체로 중성적인 스타일이라, 딸 엄마들이 내놓은 걸 사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정말 사용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태 좋은 옷이었다.
완전 득템
그 외에 패딩조끼, 맨투맨 티셔츠, 니트 재질의 캐주얼 트레이닝 세트, 실내화도 함께 구매했다.
지난번 찢어진 실내화를 실로 꿰매어줬는데, 결국 그것도 찢어질 위기라 새로 사야 할 것 같아서 함께 구매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사이즈가 너무 딱 맞았다. 언제 또 이렇게 큰 거니.. 결국 다시 당근에 내놨다. 가끔 이런 실수를 할 때도 있다.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겨울 등원복을 대충은 갖춘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하다. 패딩 바지나 다른 옷들은 친구네 아이가 초등학생이라 물려준 것들이 있어서 크게 더 사진 않아도 될 것 같다.
우리의 월동 준비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