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출동하는 중고 거래의 현장

by 흔적


본격적으로 중고 거래에 뛰어든 건 육아용품 때문이었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까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개월 수마다 필요한 물건이 다르다. 한두 달 쓰고 교체해야 하는 육아용품들을 모두 새것으로 산다는 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출산 준비할 때 주변에서 아이 이불, 옷, 장난감 등을 물려받았고 상당 부분 돈을 아낄 수 있었다. 모자라는 건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구매했는데 신생아 용품의 사용 기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상태가 좋은 것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 아이가 썼던 첫 원목 침대는 두고두고 잘 샀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내 돈 주고 산 새 물건은 배냇저고리 한 벌, 가제 손수건, 젖병 정도였다.


처음부터 가성비 육아를 잘했던 건 아니었다. 아이가 첫 이유식을 시작할 때 예쁘고 좋은 걸 갖추고 싶은 마음에 비싼 조리도구와 그릇, 소분 용기를 구매했다. 그래야 하는 건 줄 알았다. sns에 정보는 너무 많고 예쁘게 잘 갖춰서 먹이는 엄마들도 너무 많아 보였다. 정말로 신세계였다. 이 세계에서만 통하는 유명 브랜드와 국민 아이템이 따로 있었고 나도 그 흐름에 편승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필요하지도 않은 이유식 제조기를 사려고 한참 찾아봤었는데, 결국 냄비에 끓이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나 싶지만, 아는 게 없는 초보 엄마는 주변 정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비싼 이유식 유리용기를 몇 개 깨먹는 사이에 나는 환경에 눈을 뜨게 되었다. 아이의 건강과 환경을 위해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지, 진짜로 아이를 위해서 어디에 돈을 쓰는 게 현명한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답은 그리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었다. 아이에게는 중고 옷을 입히고, 꼭 사야 할 땐 피부를 위해 천연 소재를 구매했다. 대부분의 플라스틱 장난감은 중고로 구매했고, 그 대신 유기농 채소와 곡식으로 밥을 해 먹였다. 흔히들 친환경 라이프가 돈이 더 많이 든다고 생각하는데, 핵심은 비싼 물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전체 소비 패턴 안에서 빈도를 줄이는 일이다. 꼭 필요한 물건만 사고 한 번 들인 물건은 아껴서 오래 쓰는 생활 방식이다. 불필요한 낭비는 줄이고 그만큼 절약한 돈으로 내가 원하는 걸 살 수 있으니 내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가성비 소비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되는 동안 중고 거래는 우리 집 소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 웬만하면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먼저 당근마켓에서 검색한 후 찾지 못했을 경우에만 새 물건을 사는 것으로 기준을 정했다. 그렇게 수납장도 사고 내 옷도 사고 고양이 용품도 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저소비 생활이 가능해졌다. 중고 용품의 경우 상태가 아무리 좋아도 한 번 사용했던 물건이기 때문에 가격은 당연히 새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새것 같은 중고도 많고 반품 시기를 놓친 새 상품도 많다.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물건들이 오래 사용되지 못하고 세상에 쏟아져 나온다고 생각하면 씁쓸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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