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계획대로 되지 않아

by 흔적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할 때쯤 나의 제로웨이스트 실천도 함께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플라스틱 칫솔을 대나무 칫솔로 바꿨고,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샴푸 대신 비누를 사용해 왔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된 지금까지 내내 이어오고 있는 실천이다. 그러니 아이의 기억 속에 엄마는 늘 텀블러와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일 거다. 모든 실천엔 늘 아이와 함께 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김밥집으로 가서 용기에 음식을 담아왔고 함께 쓰레기를 주웠다. 분리배출도, 중고 거래도, 용기내 챌린지도 우리 집에선 모두 함께하는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엄마 저 사람은 왜 비닐을 써?”


아이가 세 살 때쯤이었나. 집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비닐봉지를 든 이웃분을 보고 아이가 물었다. 평소 면주머니나 천 가방을 자주 써서 아이에겐 비닐을 든 어른이 낯설게 느껴졌었던 것 같다. 이웃분께 다 들리게 물어보는 탓에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필요할 땐 사용할 수 있지만, 우리는 환경을 위해 되도록 안 쓰는 거라고 아이에게 설명해 주었다.


“엄마 지금 비닐봉지 쓰는 거야?”


집에 있는 비닐봉지를 버리지 않고 재사용했다가 아이에게 오해를 산 적도 있다. 비닐 안 쓰는 엄마가 비닐을 들고 있으니 깜짝 놀랐던 모양이다. 새 비닐이 아니라고 해명을 했던 기억도 난다.


그랬던 아이가 다섯 살, 여섯 살이 되며 식당에서 종이컵을 쓰고 싶어 했다. 코로나19 이후로 식당에선 다회용 물컵 대신 종이컵 볼 일이 많아졌다. 어쩔 수 없이 물컵을 들고 다니게 되었는데, 아이는 매일 쓰는 물컵보다 새로운 종이컵을 더 좋아했다. 종이컵을 쓰지 말자고 말하는 사이 쏙 뽑아버려 나를 허무하게 하는 일도 있었다. 못쓰게 하려는 나의 의도를 알아챌 때면 더 재빠르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 가족이 아닌 다른 일행이 있을 때 특히나 더 종이컵을 쓰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나 역시 아이의 그런 성향을 알아서 식당에 도착하기 무섭게 컵을 꺼내 물을 따라놓기도 했다. 종이컵을 두고 아이와 줄다리기를 하다 혼을 낸 적도 있었다.


속이 상했다. 오랜 기간 동안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몸소 실천해 왔는데 왜 아직까지 아이에게 습관으로 자리 잡히지 못한 걸까. 아이 앞에서 휴지 한 장 허투루 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왜 아이는 종이컵을 쓰고 싶어 하고 비닐을 받고 싶어 할까. 아직 너무 어린 걸까. 아이에게 너무 강요했던 건 아닐까. 아들이라 그런 걸까. 별의별 생각을 다해봤다.


물론 아이는 잘하는 부분이 더 많다. 유치원에서 친구들 중 유일하게 대나무 칫솔을 사용하는데, 여태껏 한 번도 바꿔달라는 불만 없이 씩씩하게 잘 써줬다. 식당에서 물을 마시고 싶은데 종이컵밖에 없어서 고민하고 있으니, 유치원 가방에 물통을 꺼내면 된다고 내게 먼저 말해 준 적도 있다. 버려진 장난감을 재활용하겠다고 주워와 말리지 못하고 깨끗하게 씻어서 사용하게 해준 적도 있다. 무엇보다 엄마가 환경을 지키려는 마음을 이해해 준다. 내 손을 잡고 함께 동참할 때가 뿌리칠 때보다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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