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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 Jul 07. 2019

작당모의



사람은 내성적인 사람도 있고 외향적인 사람도 있지만, 왜 모두가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하는지 알 것 같다. 아무하고도 대화하지 않고 누군가의 영향을 받지 않고도 타고난 천재성으로 혼자 집에서 틀어박혀 세상을 놀라게 할 작품을 탄생시키는 유명 예술가나 작가라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가 않다.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 듯하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만나서 오고 가는 이야기들과 지금까지의 만남들을 돌이켜보면, 거창한 목적을 둔 적을 없지만 어딘가 모르게 뭔가 좀 해보고 싶어 하는 욕구들을 분출하는 모임이다. 글을 통해 먼저 만났고, 살롱에서 영감이 되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교류하다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만나면 일상적이고 쓸데없는 이야기도 하고, 각자 생각하는 것들을 어떻게 쓸데 있게 만들까 궁리하는 대화도 오간다. 그러다 보면, 작당 아닌 작당을 빈번하게 하게 되는데, 그게 결과로 이어지든 아니든 이 모임은 언제나 깔깔대며 작당모의를 하는 모임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내 맘대로 정의 내려 본다.










어쩌다



어쩌다 이렇게 직업도 분야도 다른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있게 되었을까. 정말 학연과 지연의 카테고리를 아무리 대입해봐도 묶이지 않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다. 같은 취미를 지닌 동호회도 아니고 서로 좋아하는 영화의 장르도 많이 읽는 책의 성향도 다 다를 거다. 그런데도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거나 공통된 주제를 곧잘 도출해내곤 하는데,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조금씩 틀에서 벗어난 선택과 시도를 하며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와 매우 비슷한 사람들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잘 모르는 이야기도 흥미롭게 귀를 기울여 듣게 되고, 비슷한 주제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관점들은 새로운 영감이 되기도 한다. 아 맞다. 깜빡하고 있던 살롱의 목적이 그거였지.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는 대화의 과정이 최고의 영감이 된다는 것. 살롱에서는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 가지 자료를 준비하고 좀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 노력했었는데, 이 작당모의를 하는 모임에서는 모두가 그런 마치 DNA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처럼 이야기가 톱니바퀴처럼 굴러간다.










조금 다른 선택



조금 다른 선택이라고 해서 특별한 선택이 아니다. 조금 다른 선택일 뿐이다. 하지만, 현실을 살다 보면, 그 조금 다른 선택을 하는 데에는 정말 많은 고민과 갈등,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안정적인 직장을 퇴사하고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는 시간을 갖는 일, 하나의 일이 아닌 여러 가지 일에 몸담으며 그것들을 내 일상에 들이는 일, 돈이 될지는 모르지만 하고 싶은 것들을 시도해보는 일, 여태껏 돈을 벌던 일이 아닌 것을 업으로 고려해보는 일 등등.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시간이거나 피곤한 고민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당장 멈추어 이것들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주제가 되기도 한다. 자기 자신의 쓸모와 삶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물으며 생각을 짙게 물들여가는 과정이 필요한 사람들은 내 친구가 한 선택 말고 모두가 하는 선택 말고 내가 원하고 나에게 어울리는 선택을 하기 위해 사소한 것에서부터 조금씩 다른 선택을 하며 나를 실험한다.


오늘 모임에서는 '유서를 쓰는 모임'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유서라는 묵직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물론 나도. 그 자리에 누구도 삶을 비관한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가 유서를 써보겠다고 주저 없이 이야기한 이유는 앞으로 내 시간들을 더 잘 살아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한 생명을 품게 된 이 시점에 내 삶을 정리해보며 유서를 쓰는 과정이 아주 절묘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더 잘 살아야 하고 더 올바르게 나 자신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인생을 이끌기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기대된다. 

나는 어떻게 어떤 유서를 쓰게 될까.

앞으로 또 어떤 작당모의가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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