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미소가 마음에 남았다면

그건 당신을 위해 감정을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by 주한하루

어떤 사람이 내게 말했다.


“너는 웃을 때, 입이 하트가 돼. 그게 자꾸 생각나더라.”


그 말은 참 좋았다.

그런데, 나는 그 미소가 낯설었다.


나는 내가 웃는 얼굴을,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치 내가 웃는 얼굴이

누군가의 마음에 ‘감정’처럼 스며든다는 걸,

그때 처음 알 수 있어서 기뻤다.




나는 그날 이후로 종종 거울 앞에 서서

조용히 웃어보곤 했다.


거울 앞에서 짓는 내 미소는 예쁘다기엔 어색했다.

어쩌면, 너무 늦게 배운 표정이라 그랬을지도.


사실 그 미소는,

내가 일부러 만든 적이 없었다.

누군가가 예쁘다고 말한 뒤에야

나는 비로소,

그걸 다시 꺼내 쓰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빛나는 감정이 흐려지기 전에—

나는 그것을 말로 붙잡아두고 싶었다.


마치 무언가를 설계하듯,

조심스럽게 꺼내두고 싶었다.




감정은, 기록되지 않으면 쉽게 흩어진다.

특히 ‘기쁨’은 더 빨리 스쳐간다.


나는 그 미소에 머물렀던 그날의 공기,

그 사람의 말투,

그 말이 내 마음에 닿았을 때의 감정을

정확하게 기억해내려고 애썼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언제였는지, 누구와 있었는지, 왜 웃었는지.


나는 그날을 나누어 생각해보았다.

말이 닿은 순간,

내 마음이 반응한 장면,

그리고 웃음이 머물렀던 아주 짧은 틈.


그 웃음은 조금 어색했고,

너무 길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내 안에 오래 남았다.


감정의 결대로 조용히 정리했다.




나는 감정을 사랑한다.

오래 움켜쥐고 싶은 감정도 있었고,

입 안에 남은 쓴맛처럼

흘려보내고 싶은 감정도 있었다.

그리고, 그 중 몇 개는

여전히 입 안 어딘가에 맴돈다.


잊은 줄 알았던 날에도, 아주 조금은.


그래서 감정을 관리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설계하기로 했다.


사실,

그 감정을 붙잡고 싶었던 이유는

좋았던 감정일수록

자꾸 흐릿해져서,

나쁜 감정에게 자리를 내어주곤 했기 때문이다.


그 미소를 말하지 않았던 날,

내 기쁨은 아무 말 없이 지나갔다.

그래서 나는 설계를 시작했다.




감정을 설계한다는 건—

그 감정을 다시 살아볼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두는 일이다.


흐려지기 전에,

빛을 한 겹 입히는 일.


내가 느낀 감정이

내 안에서만 스치고 끝나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에도

조용히 머물 수 있도록.




지금도 나는,

누군가의 미소를 보면

그 얼굴을 마음속에 오래 붙잡는다.


눈꼬리의 곡선,

말없이 웃는 입술,

웃고 나서 잠깐 머뭇거리는 숨 같은 것들.


그건 마치,

기억이라는 종이 위에

살짝 접힌 주름처럼 남는다.


나는 그 주름들을 조심스럽게 펴며,

감정을 다듬는다.


그리고 그 미소를,

아주 나직하게 꺼내어준다.




“난 네가 웃을 때 내는 소리가 좋아.

소리로 퍼지는 떨림이 예뻐.”


그럴 때면 그들 모두 어색해하고,

쑥스러워하면서도

내 미소를 다시 담아두며 웃어주곤 했다.




나는 감정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흘려보내지 않고,

조용히 남겨두고 싶다.


누군가의 말이,

내 하루를 조용히 밝혀준 적도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 미소 하나를

다시 꺼내어 다듬어보았다.


말로 붙잡을 수는 없었지만,

다시 그 감정을 지나갈 수 있도록

내 마음 안에 구조를 만들어두었다.


감정은 늘,

말보다 먼저 스며들고

말보다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미소를 천천히 꺼내본다.


만약 당신께 내 미소가 남아 있다면—

그건, 내가 그 감정을

조용히 설계해두었기 때문일지도.




그날의 감정은, 말보다 먼저 피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조용히 머물러 있습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