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혼자 보는 편인데 '남산의 부장들'만큼은 아빠와 보고 싶었다. 역사와 정치, 뉴스를 곁에 두는 사람, 나보다 더 많은 걸 겪어보고 피부로 느껴본 사람, 그리고 정치와 역사의 현재를 치우치는 언론보도와 댓글에 휩쓸리지 않고 볼 줄 아는 사람과 함께 보고 싶었다. 그리고 아빠가 그때 그 시절을 서울에서 살아오면서 어떻게 생각해오고 또 판단해왔는지도 궁금했다. 아빠는 늘 뉴스를 틀어놓고 있지만 어떤 이슈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혹시 아빠의 눈이 내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기도 했고.
어렸을 때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그래도 우리나라 경제가 빨리 성장했다"라는 말을 종종 들으며 자라온 세대라, (나보다 더) 어른인 세대 대부분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향수가 우리 부모에게도 묻어있으리라 지레 짐작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빠는 우리에게 물었다. "너네 영화에 나온 김재규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김재규가 왜 총을 쐈는지 알고 있느냐고"
우리는 교과서에서 나온 이야기만 알고 있었다고. 다만 요즘 10.26 그 날의 일, 김재규에 대해 재조명이 되면서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고 답했다. 아빠는 우리에게 물은 말 안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오랜 집권이 아주 모든 이에게 설득이 되진 않았음을, 대통령의 죽음이 안타깝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름을, 김재규가 역사절 살인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그 당시에도 누군가들이 알 수 있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 독재가 민주주의가 아님을 아는 사람이 소수는 아니었을 거라고, 민주주의적 방법으로 박정희 대통령 시대가 끝나고 진정한 민주주의가 찾아올 수 있으리라고 믿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빠와 대화를 하며 떠올랐다.